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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각원사 청동대좌불
어떻게 살아가면 저리 고운 모습일까
서편 하늘 걸린 눈빛 중생衆生들 복을 비는
입가의 따뜻한 미소 봄 벚꽃이 피어나네.
사랑도 집착執着이라 훨훨 벗어 버리려도
작은 아픔에도 몸이 먼저 타올라서
마음은 향불 올리는 잔정에도 짠하다
2018. 9. 29
『문학사랑』126호(2018년 겨울호)
글
산마을
횃소리
닭울음에
산이 와르르 무너져서
집집 골목마다
송홧가루 덮인 마을
아이들 놀이소리도
빤짝 켜졌다 지는 마을
2018. 9. 28
글
여름을 보내며
목백일홍 꽃빛에
졸음이 가득하다.
한 뼘 남은 목숨을
다 태우는 매미 소리
친구야, 술잔에 담아
한 모금씩 마시자.
2018. 9. 9
글
산길
산길을 오르는 것은
산에 물들어가기 위해서다.
산으로 녹아들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 몸으로 산이 되기 위해서다.
조그만 풀꽃으로 피면 어떠리.
초록빛으로 같이 물들다가
새들의 노래를 모아
자줏빛 내밀한 속말 한 송이로
서있으면 좋겠네.
솔잎 스쳐온 바람이
미움을 벗겨가고
꽃향기 다가와 욕심을 벗겨가고
말갛게 벗고 벗어
투명해져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어떠리.
내가 정상을 향해 산길을
끝없이 올라가는 것은
모든 것을 발아래 두려는 것이 아니다.
품어 안고 섬기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2018. 9. 4
『문예운동』142호(2019년 여름호)
『현대문예』105호(2019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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