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송頌

겨울 송

 

 

겨울은

내가 채워줄 수 있는

텅 빈 공간이 많아서 좋다.

 

들판에서 홀로 바람 맞는

허수아비처럼

여기저기 허점이 있고

적당히 쓸쓸하고

 

수염 자국 거무죽죽한

사나이마냥

그늘이 짙어서 정이 가는

 

겨울아

온 천지 꽃으로 가득 채운 봄이기보다

여백을 많이 거느린

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우러름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비우다 만 술병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19. 5. 14

대전문학86(2019년 겨울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