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 가면

삼척에 가면

 

 

바다의 탁본拓本을 뜨러

삼척엘 갔네.

그믐밤의 어둠을 짙게 칠했다가

초하루 아침의 맑은 햇살로 벗겨내면

파도의 싱싱한 근육들과 갈매기 소리,

삼척 사람들 다정한 미소가

해국海菊으로 피어있네.

태백을 넘어올 때 서둘러

손 흔들던 가을이

죽서루와 어깨동무로

빨갛게 타고 있는 곳

찍혀 나온 바다엔

좋아하면 모두 다 주는

삼척 사나이의 막걸리 맛 웃음소리가

산호초 사이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네.

 

2020. 10. 27

시문학598(20215월호)

 

 

posted by 청라

유등천의 가을

시조/제3시조집 2020. 10. 24. 08:46

유등천의 가을

 

 

두루미 한 마리가

먼 산을 보고 있다.

한 다리로 지탱하는

외로움의 무게만큼

두루미 길게 늘인 목

기다림의 절절한 길이

 

한 달 째 오지 않아

옆구리에 퀭한 바람

보여줄 코스모스

피었다 다 지는데

휘도는 구름 그림자

물소리에 익는 적막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