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를 보내며

시조/제3시조집 2024. 6. 22. 08:43

또 한 해를 보내며

 

 

제야의 종소리가

가슴을 때리누나

 

이뤄 놓은 것도 없이

또 한 해가 흘러갔네

 

올해는

후회 않으리

청홍꿈을 꾸어본다

posted by 청라

천 년의 울음

시/제7시집 2024. 6. 18. 10:02

천 년의 울음

 

 

백제의 노을 새 옷처럼 걸치고

낙화암에 서서

강물의 흐름에 녹아있는 시간의 결을 들여다보면

 

어떤 슬픔은 천 년을 가는 것도 있다

해가 갈수록 이끼처럼

푸르러지는 것도 있다

 

와당에 새겨진 눈부신 웃음에도

눈물은 숙성되어 짠해지고 있었다

 

고란사 종소리가 백마강에 윤슬로 반짝일 때면

잔잔하던 가슴의 깊은 어디쯤에선가

용암처럼 뭉클뭉클 솟아나는 인연의 울림

 

, 나는 피에서 피로

천 년의 울음을 물려받은

백제의 후손

 

부소산 그늘에 기대어 한참을 흐느끼다가

그 날의 함성을 떠올려 보니

 

궁녀들 울음도 천 년을 살아

낙화암 진달래는

핏빛으로 붉더라

 

슬픔 밴 백마강은 쉬지 않고 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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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착한 치매 중

시/제7시집 2024. 6. 13. 22:47

아내는 착한 치매 중

 

오월 산은 빛나는 에메랄드

꾀꼬리 노래가

송이송이 금계국 잎 사이에 꽃을 매달면

신바람 난 아내는 만나는 사람마다

머스캣 한 줌씩 나누어준다

아내의 시계는 일곱 살로 돌아갔다

무의식 속에서도 빼앗는 것보다는

주는 것을 즐기는 아내

아내의 세상은 장밋빛인데

함께 걸어가는

나의 세상은 먹오디 빛이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