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울음

시/제7시집 2024. 6. 18. 10:02

천 년의 울음

 

 

백제의 노을 새 옷처럼 걸치고

낙화암에 서서

강물의 흐름에 녹아있는 시간의 결을 들여다보면

 

어떤 슬픔은 천 년을 가는 것도 있다

해가 갈수록 이끼처럼

푸르러지는 것도 있다

 

와당에 새겨진 눈부신 웃음에도

눈물은 숙성되어 짠해지고 있었다

 

고란사 종소리가 백마강에 윤슬로 반짝일 때면

잔잔하던 가슴의 깊은 어디쯤에선가

용암처럼 뭉클뭉클 솟아나는 인연의 울림

 

, 나는 피에서 피로

천 년의 울음을 물려받은

백제의 후손

 

부소산 그늘에 기대어 한참을 흐느끼다가

그 날의 함성을 떠올려 보니

 

궁녀들 울음도 천 년을 살아

낙화암 진달래는

핏빛으로 붉더라

 

슬픔 밴 백마강은 쉬지 않고 울더라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