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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에 해당되는 글 4건
- 2020.02.28 코로나에 갇힌 봄
- 2020.02.17 고목古木에게
- 2020.02.14 섬
- 2020.02.07 꽃 한 송이의 기적
글
코로나에 갇힌 봄
비둘기 콕콕콕콕 유리창 두드린다.
매화 봉오리에 봄물이 오르는데
방문을 닫아걸고서 하루 종일 뭘 하냐고
시詩를 읽어봐야 바람 든 무맛이다.
태엽 풀린 시계처럼 하루는 늘어지고
봄날은 코로나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네.
피하고 도망만 가면 꽃피는 봄 못 보리라.
떨치고 일어서서 절망을 이겨내세.
나라가 어려울수록 혼자 살려 하지 말자.
2020. 2. 28
글
고목古木에게
가끔은 너를 위해서
몇 송이 쯤 꽃 피우렴.
저녁놀 지는 삶에
시도 쓰고 노래도 하며
불꽃을 피워 올리듯
멋진 사랑도 하여보렴.
젊음이 익었다는 건
흔들림도 멈췄다는 것
때 묻은 도화지에도
예쁜 그림 그릴 나이
인생을 장미 빛으로
다시 한 번 그려보자.
2020. 2. 17
글
섬
봄비 그치면
둑길 위에 섬 하나 지어놓고
그 섬에 갇혀보자,
민들레 꽃대 위에
그대 얼굴 피워놓고
때로는 함께 걷는 일보다
혼자 그리워하는 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자.
그 섬에는
눈물 같은 것은 살게 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의
눈웃음 같은
따뜻한 것들만 가득 살게 하자.
2020. 2. 14
글
꽃 한 송이의 기적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
세상의 겨울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마을에
당신이 보내준 작은 온정처럼
저 연약한 꽃 한 송이
무엇을 만든 것일까요.
눈보라로 덮여있던 사람들의 가슴은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입니다.
집집마다 꽁꽁 닫혀있던 문들도
서로를 향해 활짝 열릴 것입니다.
그믐의 어둠인 듯 막막하던 뜨락에
편지에 담아 전한 당신의 미소처럼
산수유 꽃 한 송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2020. 2. 7
『충청예술문화』96호(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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