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피던 날

 

 

찔레싱아 꺾어 먹다

소쩍새 소리에 더 허기져서

삶은 보리쌀 소쿠리로 달려가

반 수저씩 맛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밥보자기 치워놓고

정신없이 퍼먹다 보니

밥 소쿠리 텅 비었네.

서녘 산 그림자 성큼성큼 내려올 때

일 나갔던 아버지 무서워

덤불 뒤에 숨어 보던

창백한 낮달 같은 얼굴 

하얀 찔레꽃.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