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거북이의 노래

대왕거북이의 노래

 

 

오래 산다는 것은

큰 산 하나 등에 지는 일이다,

 

세월의 무게만큼

더 무거워진 산은

등껍질에 굳은살을 옹이처럼 박아놓는다.

 

어제까지 학처럼 고고하게

춤추던 바다

어둠에서도 빛이 나던 심해深海의 평화여!

 

어떤 것은 싹을 틔워

노래가 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은 꽃을 피워 사랑이 되는 것도 있다.

 

노래도 사랑도 되지 못하고

단단한 물의 방어력을 허물고 들어와

상어처럼 억 년의 고요를 물어뜯는

인간의 붉은 손자국

 

비닐봉지는 투라치 되어

유유하게 선회하는 날개를 달고

플라스틱 병들은 뱀파이어 오징어처럼

파란 눈을 번득이며 자연의 균형을 허물고 있다.

 

대왕거북이 일생은 물거품처럼 부서지고

흥얼흥얼 입가에 꽃으로 피었던 노래

울음으로 시들었다.

 

천 년을 산다는 것은

우주만한 형벌 하나 가슴에 품는 일이다.

 

 

posted by 청라

북극곰의 눈물

북극곰의 눈물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의 평화도 얼음처럼 깨어졌다.

 

고리무늬물범을 잡으려고

하루 종일 설원을 헤매다가

어미는 바람만 가득 마시고 돌아왔다.

 

미역 쪼가리만 먹은 몸으로는

허기진 여름을 날 수가 없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새끼 옆에서

어미는 바다를 보고 크게 울었다.

 

온실가스로 덮인 세상

날마다 수척해지는 지구

오늘 북극곰은

멸종 위기 종 장부에 올랐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