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 세상의 눈물나는 일들은 모두 바다에 모여 있다. 바다는 스스로 늘 제 몸을 닦고 있지만 이미 흠뻑 젖어 더 이상 젖을 곳이 없다. 세상이 버리는 아픔, 모두 꽃으로 피울 수는 없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엄기창 시인. 고희(古稀)를 맞은 그가 2022년 임인년(壬寅年) 벽두 해양을 주제로 한 시집 ‘바다와 함께 춤을’(도서출판 시문학사)을 출간해 눈길을 끈다. 바다를 시적 대상으로 삼아 깊은 성찰로 이를 형상화하고 내면화한 기획력과 독창성이 돋보인다.

그는 제1부 바다의 아픔, 제2부 일어나라 바다야, 제3부 출항의 아침, 제4부 남포동은 잠들지 않는다 등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 ‘슬픈 바다’, ‘항구의 가을’, ‘처방전을 쓰다’, ‘바다는 가슴에 발자국을 찍지 않는다’, ‘출항의 아침’, ‘바다는 나를 염장(鹽藏)시킨다’, ‘초도에 내리는 별빛’, ‘태종대 안개꽃’ 등 총 75편의 작품을 담았다. 

그는 적조, 해양쓰레기, 기름·방사능 유출, 온실가스, 공장 폐수 등으로 오염되고 훼손된 바다의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자연 그대로의 바다로 복원시킬 수 있을지를 고찰하며 환경과 생태 보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것이 우리의 새로운 희망이자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서정과 서사로 엮었다.  

바다가 처한 아픔을 진단하고, 바다를 향한 인간의 진심 어린 사과와 격려, 예찬을 노래한 시인은 “세계가 바다의 소중함을 새삼 인식하고 바다로 눈을 돌리는 신해양시대에 우리가 해양 르네상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오늘날의 해양 환경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다 곁에 살면서 바다와 친구로 산 경험이 많다고 할 순 없다고 한 그는 “많은 분들의 바다 경험을 간접체험으로 빌려오고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좋은 해양 시를 쓰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양병호 시인은 “바다에 대한 다각도의 집중적인 시적 성찰을 통해 자연주의와 생태주의 세계관을 표상하고 있는 엄기창 시인은 완전하고 이상적인 삶의 모델로 순수한 바다와 더불어 사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소박하고 조촐한 생활을 제시한다. 그는 바다의 순수성을 그리워하는 낭만주의자로서 유랑의 자유와 초월의 욕망, 도취의 행복을 꿈꾸고 있다”고 평했다.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엄기창 시인은 대전문인협회 시분과 이사·부회장, 문학사랑협의회장 등을 역임했고, 대전시문화상·정훈문학상·대전문학상·호승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가슴에 묻은 이름’, ‘서울의 천둥’, ‘춤바위’, ‘세한도(歲寒圖)에 사는 사내’ 등이 있다. 

 

뉴스1 최일 기자

뉴스경남 유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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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바다

어머니 바다

 

 

바다는

미나리 밭이다.

 

황토 빛 폐수廢水

바다에 들어가면

깊은 산 속 옹달샘 물이 된다.

 

간밤 봄비에

머리 감아 빗고

함초롬히 앉아있는 바다

 

품은 새끼들 살리려고 항시

마음을 정결淨潔히 닦는

바다의 몸에서

간 밴 행주치마 냄새가 난다.

 

바다는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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