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눈

4월의 눈

 

 

잠 안 오는 밤 접동새 불러

배나무 밭에 가면

4월에도 눈이 온다

보아라!

푸른 달빛 아래

다정한 속삭임의 빛깔로 내리는

저 아름다운 사랑의 춤사위

외로움 한 가닥씩 빗겨지며

비로소 지상에는 빛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배꽃이 필 때면 돌아오겠다고

손 흔들고 떠난 사람 얼굴마저 흐릿한데

사월 분분히 날리는 눈발 아래 서면

왜 홀로 슬픔을 풀어 춤사위로 녹이는가

접동새 울음은 익어

은하수는 삼경으로 기울어지고

돌아온다는 언약처럼

분분히 무유의 흙으로 떨어지는 꽃잎

돌아서서 눈물을 말리는 것은

다정도 때로는 병이 되기 때문이다

 

posted by 청라

산안개

시조/제3시조집 2022. 8. 29. 22:35

산안개

 

 

한여름 비온 날 아침 산봉우리 올라 보니

초록빛 골짜기마다 시루떡 찌고 있다

담 너머 떡 사발 나누던 고향생각 아롱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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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

시조/제3시조집 2022. 8. 28. 17:26

가을 저녁

 

 

커피 잔 채워놓고

벤치에

앉아 보니

 

샛노란

은행잎에

세월이 배어 있다

 

커피 향

그리운 얼굴

아롱아롱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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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시조/제3시조집 2022. 8. 26. 21:26

여적

 

 

노을이 부서지네

두루미 부리 끝에

짝 잃은 눈동자에

허전한 가을바람

맴돌다

한숨이 되어

어둠으로 덮이네

 

posted by 청라

4월의 소리

시조/제3시조집 2022. 8. 26. 07:52

4월의 소리

 

 

민들레 꽃다지 꽃 다 져서 허전한데

떠나간 임들처럼 그리움 품은 꽃대

연초록 아우성인가 타오르는 저 외침

 

posted by 청라

새벽 바다

시조/제3시조집 2022. 8. 24. 09:38

새벽 바다

 

 

뛰는구나

까치발로

머리 위엔

금빛 햇살

무섭게 달려와서는

간지럼치고 물러서는

파도의 장난기 미워 고개 돌린 해당화

posted by 청라

청명淸明 아침

시조/제3시조집 2022. 8. 22. 22:25

청명淸明 아침

 

 

종달새 노래마다

연초록 피어난다

 

두릅을 따지 마라

봄 향기 좀 더 맡자

 

간밤에

성긴 비 왔으니

성묘나 하러 가리라

 

posted by 청라

노을

시조/제3시조집 2022. 8. 22. 08:50

노을

 

 

나비만 나풀대도

휘어지는

시간의 줄

 

수많은 인연들을

연처럼

걸어놓고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빨갛게 타는 노을

 

posted by 청라

꽃으로 피고 싶다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세상을 환하게 한다

 

쓰르라미 울음으로 저물어가는

여름의 황혼 무렵

 

지다 만 능소화 가지 끝에 피어난

저 진 주황빛 간절한 말 한 마디

 

바람의 골짜기에

향기로운 웃음을 전하면서

 

너는

사랑을 잃은 친구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준다

 

보라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남의 살 찢으려고 털을 세우는 것들

널린 세상에

 

벌 나비처럼 연약한 사람들을 감싸 안고

젖을 물리듯 자장가 불러 주는

세상의 어머니여!

 

내생에서는 잠시라도

너처럼

한 송이 꽃으로  피고 싶다

posted by 청라

연서戀書

시조/제3시조집 2022. 8. 20. 21:03

연서戀書

 

 

살짝 만 돌아보오.

한여름 무더위를

후루룩 씻고 지나가는

소나기를 닮은 사람

 

살포시

웃는 모습이

가을 달을 닮은 사람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