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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에 해당되는 글 20건
글
4월의 눈
잠 안 오는 밤 접동새 불러
배나무 밭에 가면
4월에도 눈이 온다
보아라!
푸른 달빛 아래
다정한 속삭임의 빛깔로 내리는
저 아름다운 사랑의 춤사위
외로움 한 가닥씩 빗겨지며
비로소 지상에는 빛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배꽃이 필 때면 돌아오겠다고
손 흔들고 떠난 사람 얼굴마저 흐릿한데
사월 분분히 날리는 눈발 아래 서면
왜 홀로 슬픔을 풀어 춤사위로 녹이는가
접동새 울음은 익어
은하수는 삼경으로 기울어지고
돌아온다는 언약처럼
분분히 무유의 흙으로 떨어지는 꽃잎
돌아서서 눈물을 말리는 것은
다정도 때로는 병이 되기 때문이다
글
산안개
한여름 비온 날 아침 산봉우리 올라 보니
초록빛 골짜기마다 시루떡 찌고 있다
담 너머 떡 사발 나누던 고향생각 아롱댄다
글
가을 저녁
커피 잔 채워놓고
벤치에
앉아 보니
샛노란
은행잎에
세월이 배어 있다
커피 향
그리운 얼굴
아롱아롱 하구나
글
여적
노을이 부서지네
두루미 부리 끝에
짝 잃은 눈동자에
허전한 가을바람
맴돌다
한숨이 되어
어둠으로 덮이네
글
4월의 소리
민들레 꽃다지 꽃 다 져서 허전한데
떠나간 임들처럼 그리움 품은 꽃대
연초록 아우성인가 타오르는 저 외침
글
새벽 바다
뛰는구나
까치발로
머리 위엔
금빛 햇살
무섭게 달려와서는
간지럼치고 물러서는
파도의 장난기 미워 고개 돌린 해당화
글
청명淸明 아침
종달새 노래마다
연초록 피어난다
두릅을 따지 마라
봄 향기 좀 더 맡자
간밤에
성긴 비 왔으니
성묘나 하러 가리라
글
노을
나비만 나풀대도
휘어지는
시간의 줄
수많은 인연들을
연처럼
걸어놓고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빨갛게 타는 노을
글
꽃으로 피고 싶다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세상을 환하게 한다
쓰르라미 울음으로 저물어가는
여름의 황혼 무렵
지다 만 능소화 가지 끝에 피어난
저 진 주황빛 간절한 말 한 마디
바람의 골짜기에
향기로운 웃음을 전하면서
너는
사랑을 잃은 친구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준다
보라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남의 살 찢으려고 털을 세우는 것들
널린 세상에
벌 나비처럼 연약한 사람들을 감싸 안고
젖을 물리듯 자장가 불러 주는
세상의 어머니여!
내생에서는 잠시라도
너처럼
한 송이 꽃으로 피고 싶다
글
연서戀書
살짝 만 돌아보오.
한여름 무더위를
후루룩 씻고 지나가는
소나기를 닮은 사람
살포시
웃는 모습이
가을 달을 닮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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