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삼월

 

 

산수유 뽀얀 숨결

언 가슴 녹인 불씨

비둘기 맨발에도

꽃신 한 짝 신겨줄까

잊었던 노래 가지마다

두런두런 피는 꽃등

 

털모자 벗으며

시든 사랑에 물을 주네.

듬성한 머리 사이

꽃대 한 촉 싹이 틀까.

신바람 나비 춤 앞세워

분홍 발로 오는 삼월

 

 

2019. 3. 1

posted by 청라

미소가 따라와서

미소가 따라와서

 

 

엊그제 마곡사

석가 불 그 미소가

내 꿈속 비좁은

골목까지 따라와서

아이 참, 욕하려 해도

빙그레 웃음만

 

그러게 살던 대로

막 살면 되는 게지

마음속에 부처는

왜 모시자 욕심 부려

아이고, 이제 큰일 났네

욕도 한 번 못하고

 

 

2019. 3. 6

posted by 청라


제비꽃에게

 

 

콘크리트 사이에

뾰족이 고갤 쳐든 제비꽃아

괜찮다. 괜찮다.

목련꽃처럼 우아하지 않으면 어떠리.

겨우내 툰드라의 뜰에서

옹송그리고 지내다가

봄 오자 단단한 벽을 허물고 깃발 세운

네 눈빛만으로 골목이 환하지 않느냐.

 

괜찮다. 괜찮다.

어린 아이들아

공부를 좀 못하면 어떠리.

까르르 까르르

너희들의 웃음만으로도

온 세상이 환하지 않느냐.

 

2019. 2. 28

충청예술문화20194월호

한글문학20(2020년 가을겨울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