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박수

 

 

네가 쳐주는 박수보다

스스로 치는 박수가 아름답다.

 

내 안의 박수는 선인장 꽃 같아서

가시 끝에 매달려

더욱 빛이 나는 꽃

 

박수 한 번에

탑은 한 층 높아지고

박수 몇 번 치면 하늘 끝에 이른다.

 

스스로 치는 박수와

함께 달리다 보면

나는 태양의 아들

다시는 어둠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박수를 쳐라

마음으로 치는 박수

네가 쳐주는 박수보다

내 안의 박수가 더욱 붉다.

 

 

2018. 12. 8

posted by 청라

동무 소나무

 

 

나이테를 얼마나 헤집어야만

어머니 꾸중소리 거기 있을까

 

고희 가까운 날

문득 그 나이테 언저리 그리워져

고향 집엘 찾아갔다.

 

와락 껴안아도 말 한 마디 없는

웃음마저 아주 드문

무심한 놈

 

그래도 벼랑 끝에 서서

밀려오는 세상의 파도에 출렁거릴 때

제일 먼저 손을 잡아주던 친구

 

꾸중하는 사람 하나 없어

매운 꾸중 소리 더욱 그리운 날

솔가지 회초리 마음으로 끌어안으면

 

네 스스로 꾸짖으라고

부끄럽게 살지 말라고

한결같은 초록으로 말하고 있다.

 

 

2018. 12. 1

대전문학83(2019년 봄호)

posted by 청라

여승

여승

 

 

여승은

남탕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사내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여승은 합장했다.

불법에 몸을 담근 승려에게는

남자냐 여자냐는 의미가 없습니다.

남자들의 대가리가

힘차게 꺼떡거렸다.

남자란 저렇게 생긴 거구나

여승은 가을 달밤 귀뚜리 울 때

콩콩 뛰던

설렘 하나 또 씻어냈다.

문에 다다른 여승의 이마에

백호白毫가 돋아났다.

 

2018. 11. 2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