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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비꽃에게
콘크리트 사이에
뾰족이 고갤 쳐든 제비꽃아
괜찮다. 괜찮다.
목련꽃처럼 우아하지 않으면 어떠리.
겨우내 툰드라의 뜰에서
옹송그리고 지내다가
봄 오자 단단한 벽을 허물고 깃발 세운
네 눈빛만으로 골목이 환하지 않느냐.
괜찮다. 괜찮다.
어린 아이들아
공부를 좀 못하면 어떠리.
까르르 까르르
너희들의 웃음만으로도
온 세상이 환하지 않느냐.
2019. 2. 28
『충청예술문화』2019년 4월호
『한글문학』 20호(2020년 가을。겨울호)
글
서해의 저녁
바다의
비린내를
노릇노릇 구워놓고
지는 해
노른자처럼
소주잔에 동동 띄워
마신다.
귀가 열린다.
물새들의 속삭임에
기우는
하루해를
잡아서 무엇 하리.
잔 부딪칠
사람 하나
있으면 그만이지
파도로
어둠 흔들어
잠 못 드는 밤바다
2019. 2. 17
글
눈 오는 날
술 한 잔 하자고
전화를 해야겠다.
따뜻한 정종 몇 잔 함께 마시고
어깨동무하고
대전의 밤거리를 걸어야겠다.
서먹했던 마음의 골목
밝게 비추는 불빛
수만의 벌떼처럼 잉잉대는 눈발
고희古稀의 문턱인데
명리名利를 다퉈 무엇 하리.
묵은 둥치일수록
단단하게 붙어있는
잔나비걸상버섯처럼
겨울 속에서도
그렇게 살아가자고
손을 내밀어야겠다.
2019, 2, 2
『충청예술문화』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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