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강물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만 달려온

내 얼굴이 비쳐진다.

오르고 또 올라서

나는 무엇으로 피어났는가.

바람에 흔들리는

망초 꽃 한 점으로 떠있다.

 

2019. 6. 8

 

posted by 청라

황혼 무렵

황혼 무렵

 

 

사랑인지 미움인지

아리송한 네 얼굴 빛

 

다가갈까 물러설까

우리 사랑 황혼 무렵

 

역광에

어른거리는

네 마음의 실루엣

 

 

2019. 5. 29

posted by 청라

동치미를 무치며

 

 

장미꽃이 필 때 쯤

입맛이 뚝 떨어졌다.

 

도솔산 뻐꾸기가 초록을 물고 와

소태처럼 쓴 일상日常

새 잎을 마구 피워 올려도

호박잎모양 후줄근한 삶에 멀미를 느끼며

 

먼 기억 속

어머니의 손맛을 꺼내듯

해묵은 단지에서 동치미를 꺼낸다.

 

그리움에 윤을 내듯

골마지를 씻으면

힘들 때마다 문득 찾아오는 당신의 향기

 

들기름을 치고

고춧가루를 버무리며

저승에서도 놓지 못하는 어머니의 사랑에

삶의 입맛을 찾는다.

 

2019. 5. 21

충청예술문화20196월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