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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가시연
예쁘고 고운 것은
눈만 흘겨도 쉬이 아파
물 저만큼 터를 잡고
완고한 장창처럼
가시를
세운 후에야
자줏빛 저 환한 웃음
2018. 8. 2
글
둘이 먹는 밥
달도 덩그렇게 혼자 떠 있을 때는
죽고 싶도록 외로운 것이다.
하나 둘씩 별이 눈뜨고
온 하늘이 별들의 속삭임으로
수런거릴 때
달의 미소가 더 따뜻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들끓는 식당 안에서
식판을 들고 와 혼자 밥을 먹을 때
아무도 앞자리에 마주앉는 이 없는 사람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손잡고 같이 걸을 때
삶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아내여!
아침저녁 식탁에
나는 당신이 있어서 행복하다.
내 옆에서 젓가락 달그락거리는
당신의 호흡이 느껴질 때
나는 비로소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자식들이 하나씩 제 둥지로 흩어져가고
어깨동무했던 친구들
남처럼 서먹해졌을 때
돌아서지 않고 언제나 내 옆 자리를 지켜준
밥을 같이 먹어준 아내여!
세월의 눈금이 눈보라처럼 거셀지라도
당신의 미소는
늘 솔빛처럼 싱싱해야 한다.
내 옆 자리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어야 한다.
2018. 7. 27
『문학사랑』 2018년 가을호(125호)
글
아버지의 등
노송에 기대어 선다.
든든한 느낌이 아버지의 등 같다.
웃음 속에
늘 고뇌를 감추고
세상의 바람에 힘겨워하면서도
자식들에겐
산처럼 등을 맡기셨던 아버지.
그 때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고
세월만큼 허약해진 등을 두드리면서
아이들이 힘들 때
믿음이 되고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서슴없이 기대오는
아버지의 등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의 추위에도 늘 푸르게
젊음을 벼려놓는 소나무처럼
눈물이 절반인 삶의 술잔 속에서도
해맑은 웃음의 알통을 세운다.
2018. 7. 20
『대전문학』81호(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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