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의 노래

 

 

누군가 부르는 소리 있어

뒤돌아보니

은행잎만 샛노랗게 떨어지고 있다.

 

떨어지는 은행잎엔 사랑이 있다.

새 잎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다.

 

한 잎이 몸을 던지면

또 한 잎이 몸을 던지고

온 우주 가득

노란 치마 활짝 펴고 떨어지는 삼천궁녀들

 

뒷사람을 위해서 깨끗이 물러나는 일은

꽃이 피는 일보다 아름다워라.

 

누군가 부르는 소리 있어

뒤돌아보니

사라짐의 날개로 세상을 덮으려는 듯

은행잎만 눈발처럼 흩날리고 있다.

 

 

2018. 11. 10

 

 

posted by 청라

부석사浮石寺 가을

 

 

잘 익어 울긋불긋

부처님 말씀

 

귀 열면 서해바다

피안彼岸이 코앞

 

향내 묻은 목탁소리에

씻고 또 씻어

 

다 벗은 벚나무처럼

말갛게 섰네.

 

 

2018. 11. 3

문학사랑126(2018년 겨울호)

posted by 청라

떼거리

떼거리

 

 

매미들

목청 높여

떼거리 쓰고 있다.

 

벤치에

앉아 쉬던

할머니 일어서며

 

힘없는 늙은이가 뭐

피해야지 별 수 있나.

 

 

2018. 11. 1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