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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섬
淸羅 嚴基昌
박꽃 아래엔
박꽃만한 그늘이 하나 버려져 있다.
어둠의 갈매기들이
눈부시게 하얀 알을 낳는다.
은밀한 세상을
투명하게 벗겨내는 달빛의 바다
외로운 섬 하나 남아
진초록 비밀을 가꾸어 있다.
달빛이 수평으로 파도쳐 온다.
펄렁 젖혀진 기슭에
숨죽여 누워 있는
비밀의 속살이 보인다.
가냘픈 대궁이 위태로운 섬
풀려진 달빛 속에 묻혀 있는 섬
지켜야 할 어둠으로
포만한 배를 끌고 길게 누워 있다.
박꽃만한 그늘이 하나 버려져 있다.
어둠의 갈매기들이
눈부시게 하얀 알을 낳는다.
은밀한 세상을
투명하게 벗겨내는 달빛의 바다
외로운 섬 하나 남아
진초록 비밀을 가꾸어 있다.
달빛이 수평으로 파도쳐 온다.
펄렁 젖혀진 기슭에
숨죽여 누워 있는
비밀의 속살이 보인다.
가냘픈 대궁이 위태로운 섬
풀려진 달빛 속에 묻혀 있는 섬
지켜야 할 어둠으로
포만한 배를 끌고 길게 누워 있다.
글
山水圖
淸羅 嚴基昌
꾀고리 울음소리가
개나리꽃 가지에 불을 붙이고 있다.
햇살이 양각으로 박아 놓은 老翁의 낚시 끝에는
청청한 산그림자가 걸려 있고
누군가 넘어 오라는
아스라한 고갯길 따라
저녁 연기로 골골이 잦아드는
저녁 골안개.
버들강아지 줄기로 서서
조롱조롱 열린 귀에는
온종일 골물 소리만 들려오고
투명하게 벗어 오히려
속 깊은
하늘 한복판에
예닐곱살 소녀의 투정처럼 피어난
맨드라미만한 구름 한 송이
개나리꽃 가지에 불을 붙이고 있다.
햇살이 양각으로 박아 놓은 老翁의 낚시 끝에는
청청한 산그림자가 걸려 있고
누군가 넘어 오라는
아스라한 고갯길 따라
저녁 연기로 골골이 잦아드는
저녁 골안개.
버들강아지 줄기로 서서
조롱조롱 열린 귀에는
온종일 골물 소리만 들려오고
투명하게 벗어 오히려
속 깊은
하늘 한복판에
예닐곱살 소녀의 투정처럼 피어난
맨드라미만한 구름 한 송이
글
황혼 무렵
淸羅 嚴基昌
물총새의 눈동자가
돌의 적막(寂寞)을 깔고 앉아서
부리 끝에 한 점 핏빛 노을
노을 속에서 물고기의 비늘들이
더욱 빛나고 있다.
저마다의 의미로 피어난 꽃들,
숨을 죽이고
온 몸 털 세워 바라보는 저
바위의 응시(凝視).
물총새의 부리 끝에
반짝
물비늘이 일렁인다.
퍼덕이는 물고기의 몸부림 속으로
내려앉는 어둠,
그 어둠마저도 아름다운 황혼 무렵에…….
돌의 적막(寂寞)을 깔고 앉아서
부리 끝에 한 점 핏빛 노을
노을 속에서 물고기의 비늘들이
더욱 빛나고 있다.
저마다의 의미로 피어난 꽃들,
숨을 죽이고
온 몸 털 세워 바라보는 저
바위의 응시(凝視).
물총새의 부리 끝에
반짝
물비늘이 일렁인다.
퍼덕이는 물고기의 몸부림 속으로
내려앉는 어둠,
그 어둠마저도 아름다운 황혼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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