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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재회(再會)의 밤에
淸羅 嚴基昌
보리암 앞 바다는
나를 보고
온 몸을 꿈틀거렸다.
수줍은 노을이
바다의 볼에
연지를 찍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르르 우르르
함성으로 달려들었다.
밤꽃 냄새가
온 바다를 덮었다.
초승달로 몸을 담그고
경련하는 바다의 몸속에 한 가닥씩
월광을 토해 내었다.
나를 보고
온 몸을 꿈틀거렸다.
수줍은 노을이
바다의 볼에
연지를 찍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르르 우르르
함성으로 달려들었다.
밤꽃 냄새가
온 바다를 덮었다.
초승달로 몸을 담그고
경련하는 바다의 몸속에 한 가닥씩
월광을 토해 내었다.
글
연꽃 마을에서
淸羅 嚴基昌
도심(都心)에서 날 선 사람들도
연꽃 마을에 와선 눈빛이 지순해 진다.
아침 해 떠오를 무렵
연꽃이 피면
연꽃 향기 찻잔에 담아 마시고
뻐꾸기 울음 너머 속 숨결에 번져오는
대청호 물비늘
연꽃 그림자
반갑게 내미는 손길에
봄볕 같은 정이 담겨 있어서
미소가 향기로운 연꽃마을 사람들은
연 옆에 서 있으면
그냥 연꽃이 된다.
대청호에서 건너오는 바람들도
연꽃 마을에 와서
연향(蓮香)에 몸을 씻는다.
나도 마음 닦으러 대청호로 가다
이 마을에 들러
도심(都心)에 찌든 얼룩 지우고 돌아온다.
연꽃 마을에 와선 눈빛이 지순해 진다.
아침 해 떠오를 무렵
연꽃이 피면
연꽃 향기 찻잔에 담아 마시고
뻐꾸기 울음 너머 속 숨결에 번져오는
대청호 물비늘
연꽃 그림자
반갑게 내미는 손길에
봄볕 같은 정이 담겨 있어서
미소가 향기로운 연꽃마을 사람들은
연 옆에 서 있으면
그냥 연꽃이 된다.
대청호에서 건너오는 바람들도
연꽃 마을에 와서
연향(蓮香)에 몸을 씻는다.
나도 마음 닦으러 대청호로 가다
이 마을에 들러
도심(都心)에 찌든 얼룩 지우고 돌아온다.
글
靑年淸羅 嚴基昌
청년은 스무 살 안팎 나이의
사내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모진 바람 앞에서도
초목처럼 싱싱한 꿈을 접지 않으며
한 번 발걸음 내딛으면
절대로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너희들이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이만큼 와서
한 자락 남은 삶의 비탈이 가파르다고
숨을 헐덕이며 쉬려 하느냐
잠은 달콤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바라보면
네 옆을 걷던 사람들은 까마득히
뒷모습도 보이지 않아
길은 거기서 끊어지고
뒤돌아보는 발자국엔
아프게 달려온 고통의 흔적 헛되이 남아
아물지 않은 상처 화석으로 굳을 것이다
조금만 더 걸어라
가시덤불 우거져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너희들의 정상은
하늘과 어우러져 저 위에서 빛나고 있나니,
세월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더라도
멈추지 않는 사람의 가슴에
더 많이 고일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걸어라
고개는 거의 끝나 가는데
꿈꾸는 것을 그만 멈추려느냐
사내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모진 바람 앞에서도
초목처럼 싱싱한 꿈을 접지 않으며
한 번 발걸음 내딛으면
절대로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너희들이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이만큼 와서
한 자락 남은 삶의 비탈이 가파르다고
숨을 헐덕이며 쉬려 하느냐
잠은 달콤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바라보면
네 옆을 걷던 사람들은 까마득히
뒷모습도 보이지 않아
길은 거기서 끊어지고
뒤돌아보는 발자국엔
아프게 달려온 고통의 흔적 헛되이 남아
아물지 않은 상처 화석으로 굳을 것이다
조금만 더 걸어라
가시덤불 우거져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너희들의 정상은
하늘과 어우러져 저 위에서 빛나고 있나니,
세월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더라도
멈추지 않는 사람의 가슴에
더 많이 고일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걸어라
고개는 거의 끝나 가는데
꿈꾸는 것을 그만 멈추려느냐
청년은 스무 살 안팎의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어떤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고
헤쳐 가는 사람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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