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먹는 밥

 

 

달도 덩그렇게 혼자 떠 있을 때는

죽고 싶도록 외로운 것이다.

하나 둘씩 별이 눈뜨고

온 하늘이 별들의 속삭임으로

수런거릴 때

달의 미소가 더 따뜻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들끓는 식당 안에서

식판을 들고 와 혼자 밥을 먹을 때

아무도 앞자리에 마주앉는 이 없는 사람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손잡고 같이 걸을 때

삶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아내여!

아침저녁 식탁에

나는 당신이 있어서 행복하다.

내 옆에서 젓가락 달그락거리는

당신의 호흡이 느껴질 때

나는 비로소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자식들이 하나씩 제 둥지로 흩어져가고

어깨동무했던 친구들

남처럼 서먹해졌을 때

돌아서지 않고 언제나 내 옆 자리를 지켜준

밥을 같이 먹어준 아내여!

 

세월의 눈금이 눈보라처럼 거셀지라도

당신의 미소는

늘 솔빛처럼 싱싱해야 한다.

내 옆 자리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어야 한다.

 

2018. 7. 27

문학사랑2018년 가을호(125)

posted by 청라

아버지의 등

 

 

노송에 기대어 선다.

든든한 느낌이 아버지의 등 같다.

 

웃음 속에

늘 고뇌를 감추고

세상의 바람에 힘겨워하면서도

 

자식들에겐

산처럼 등을 맡기셨던 아버지.

 

그 때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고

세월만큼 허약해진 등을 두드리면서

 

아이들이 힘들 때

믿음이 되고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서슴없이 기대오는

아버지의 등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의 추위에도 늘 푸르게

젊음을 벼려놓는 소나무처럼

눈물이 절반인 삶의 술잔 속에서도

해맑은 웃음의 알통을 세운다.

 

 

2018. 7. 20

대전문학81(2018년 가을호)

posted by 청라

여름날 오후

여름날 오후

 

 

먹 오디 빛 호박잎 그늘

실잠자리 깊이 든 잠

 

빈 고샅 혼자 걷다

적막에 물릴 때 쯤

 

반쯤 연 사립 안에서

나직하게 암탉 소리

 


2018. 7. 5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