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미

시조/제3시조집 2024. 11. 7. 17:30

곡선미

 

 

어머니 버선볼에

일어선 선 하나가

 

기와집 처마 따라 나비처럼 너울대다

 

하늘에

높이 떠올라

반달 되어 걸렸다

 

달항아리 어깨선에

핏속으로 울려오는

 

조상님들 그 말씀이 옹이모양 박혀있다

 

자연과

한몸 되어라

혼자 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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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무렵

시조/제3시조집 2024. 11. 1. 11:13

상강 무렵

 

 

하늘에 걸린 달은

세상을 비워내고

 

호수에 어린 달은

내 마음을 씻어낸다

 

첫 서리

때를 맞추어

세상 걱정 접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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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시조/제3시조집 2024. 9. 20. 18:07

주홍글씨

 

 

내 삶의 지류에서 침몰하는 꽃잎인가

소쩍새 울음 끝에 향기처럼 묻어와서

가슴을 뒤집어놓고 불꽃 접는 그 소녀

 

이 빠진 징검다리 일렁이던 인연의 줄

한 번 업은 후에 평생을 못 내려놓아

이름을 가슴에 새겨 질긴 형벌 되었다

 

물소리 풀 향기에도 울렁대는 돌개바람

흰 구름 가는 곳에 노을인 듯 익어있을까

청자에 상감으로 박혀 지울 수 없는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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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우는 사연

시조/제3시조집 2024. 9. 13. 20:23

소쩍새 우는 사연

 

 

달빛이 비운 산을 노래로 채우는 새

소쩍쿵 소쩍소쩍 온밤 내내 들끓다가

정념이 흘러넘쳐서 초록이 더욱 깊다

 

슬픔도 길들이면 기쁨으로 피는 것을

오뉴월 소쩍새처럼 흥타령 살다 가세

온 세상 아픈 일들도 큰 박수로 닦아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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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나라

시조/제3시조집 2024. 8. 21. 15:02

제비 나라

 

 

말 한 마디 뿌려지면 살판났다 지지배배

옳고 그름 제쳐두고 꼴리는 대로 지지배배

인구는 줄어가는데 소음들로 꽉 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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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傳言

시조/제3시조집 2024. 8. 17. 20:18

전언傳言

 

 

된서리 고된 날도

아비는 늘 푸르다

 

세상의 모진 바람

웃음으로 싸안으며

 

닥쳐 올

겨울 눈보라

큰 산처럼 막아선다

 

힘들 때 아비 등은

기대라고 열려있다

 

머리가 좀 컸다고

혼자 아파 하지 마라

 

언제나

손 보태주라고

아비가 있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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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시조/제3시조집 2024. 7. 7. 09:33

가을하늘

 

 

코스모스 피었는데

세상은 어둡구나

 

잠자리 도망치듯

끝없이 올라간다

 

인세人世에 도가 없으니

하늘이라도 맑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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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서 보면

시조/제3시조집 2024. 7. 4. 07:39

산문에서 보면

 

 

속세에

물린 사람

향 피우러 올라가고

 

풍경 소리로 씻은 사람

말씀 들고 내려오고

 

오가다

서로 마주쳐

나리꽃으로 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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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새 물오리의 하루

시조/제3시조집 2024. 7. 2. 08:41

텃새 물오리의 하루

 

 

살포시 두 발 저어 엄마 얼굴 그려보고

북쪽 나라 어디쯤 있을 친구들도 그려보고

온종일 그린 그리움 마구마구 지워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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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를 보내며

시조/제3시조집 2024. 6. 22. 08:43

또 한 해를 보내며

 

 

제야의 종소리가

가슴을 때리누나

 

이뤄 놓은 것도 없이

또 한 해가 흘러갔네

 

올해는

후회 않으리

청홍꿈을 꾸어본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