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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뻐꾸기 울던 날에
이 빠진 징검다리
뻐꾸기 울던 날에
한 번 업어 건너 준 후
그리움 옹이 박혀
평생을
못 내려놓고
업고 가는 사람아
글
설렘으로 오는 봄
골짜기 눈 녹는다고
산비둘기 구구구구
복수초 꽃 핀다고
설레어서 구구구구
봄 아직 반도 못 왔는데
목이 벌써 쉬었다
글
세석평전의 오월
뻐꾸기 한 푸념이
한 송이씩 망울 틔워
메아리 번지듯이
산비탈을 오르다가
철쭉은 박장대소로
꽃 바다를 이뤘다
산은 나를 불러놓고
온종일 웃기만 하고
나는 산이 되지 못해
염화시중 못 이뤄도
꽃빛에 물이 들어서
근심 바랑 가볍다
글
산촌 서정
산촌 살림에는
온 마을 다 한 식구라
해질녘 다랑논을
반달만큼 못 채우면
사립문 열린 집마다
손 하나씩 보태준다
젊은이는 돈 번다고
도시로 다 떠나고
홀아비 외딴 집에
지난밤 불이 꺼져
정 많은
큰소쩍새는
밤새 안부 묻는다
글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묶어놓고
그 얼굴
그 그리움
꾹꾹 눌러 참아내니
뜨겁게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글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돌려놓고
그리움
보고픔을
꾹꾹 눌러 참다보니
사랑이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글
달빛 이불
새벽달 조명처럼 으스름 비춘 침대 위에
주름살 자글자글 꽃무늬 진 여자 하나
굳센 체 떨림을 감춘 들풀 같은 사내 하나
꿈결인 듯 손을 잡고 살아온 세월인데
자다가 문득 깨니 단풍으로 물든 인생
눈물로 달빛 끌어다 시린 숨결 덮어주네
글
그믐달
무심히 스치는 듯
울안 샅샅 다 살피며
새벽까지 온 나라의
평안 위해 잠 못 드는
대통령
우리 대통령
참 그리운 대통령
글
개망초꽃
모였다
소리쳤다
울림으로 큰 목소리
팔황의 부정한 것
씻은 듯 물러가라
작지만 뭉쳐 외치는 함성
온 세상이 환하다
글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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