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울던 날에

시조/제3시조집 2026. 3. 6. 09:20

뻐꾸기 울던 날에

 

 

이 빠진 징검다리

뻐꾸기 울던 날에

한 번 업어 건너 준 후

그리움 옹이 박혀

평생을

내려놓고

업고 가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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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으로 오는 봄

시조/제3시조집 2026. 3. 1. 19:43

설렘으로 오는 봄

 

 

골짜기 눈 녹는다고

산비둘기 구구구구

 

복수초 꽃 핀다고

설레어서 구구구구

 

봄 아직 반도 못 왔는데

목이 벌써 쉬었다

posted by 청라

세석평전의 오월

시조/제3시조집 2026. 2. 18. 19:53

세석평전의 오월

 

 

뻐꾸기 한 푸념이

한 송이씩 망울 틔워

메아리 번지듯이

산비탈을 오르다가

철쭉은 박장대소로

꽃 바다를 이뤘다

 

산은 나를 불러놓고

온종일 웃기만 하고

나는 산이 되지 못해

염화시중 못 이뤄도

꽃빛에 물이 들어서

근심 바랑 가볍다

 

posted by 청라

산촌 서정

시조/제3시조집 2025. 12. 7. 08:52

산촌 서정

 

 

산촌 살림에는

온 마을 다 한 식구라

 

해질녘 다랑논을

반달만큼 못 채우면

 

사립문 열린 집마다

손 하나씩 보태준다

 

 

젊은이는 돈 번다고

도시로 다 떠나고

 

홀아비 외딴 집에

지난밤 불이 꺼져

 

정 많은

큰소쩍새는

밤새 안부 묻는다

posted by 청라

사랑의 정석

시조/제3시조집 2025. 11. 15. 09:22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묶어놓고

 

그 얼굴

그 그리움

꾹꾹 눌러 참아내니

 

뜨겁게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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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정석

시조/제3시조집 2025. 11. 2. 17:04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돌려놓고

 

그리움

보고픔을

꾹꾹 눌러 참다보니

 

사랑이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posted by 청라

달빛 이불

시조/제3시조집 2025. 10. 20. 08:01

달빛 이불

 

 

새벽달 조명처럼 으스름 비춘 침대 위에

주름살 자글자글 꽃무늬 진 여자 하나

굳센 체 떨림을 감춘 들풀 같은 사내 하나

 

꿈결인 듯 손을 잡고 살아온 세월인데

자다가 문득 깨니 단풍으로 물든 인생

눈물로 달빛 끌어다 시린 숨결 덮어주네

posted by 청라

그믐달

시조/제3시조집 2025. 10. 3. 17:09

그믐달

 

 

무심히 스치는 듯

울안 샅샅 다 살피며

 

새벽까지 온 나라의

평안 위해 잠 못 드는

 

대통령

우리 대통령

참 그리운 대통령

 

 

posted by 청라

개망초꽃

시조/제3시조집 2025. 9. 20. 12:28

개망초꽃

 

 

모였다

소리쳤다

울림으로 큰 목소리

 

팔황의 부정한 것

씻은 듯 물러가라

 

작지만 뭉쳐 외치는 함성

온 세상이 환하다

posted by 청라

치매 걸린 아내에게

시조/제3시조집 2025. 7. 21. 10:59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