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전한 날

시조/제3시조집 2024. 1. 29. 10:07

마음이 허전한 날

 

 

마음이 허전한 날

태화산 계곡에 가

 

물소리로 몸을 닦고

별빛으로 혼을 씻어

 

한 송이 산나리 꽃으로

노닐다가 오리라

posted by 청라

애국지사 묘역에서

시조/제3시조집 2024. 1. 28. 10:19

애국지사 묘역에서

 

 

아 저기 창공에다 목소리를 달고 싶다

만주 벌판 말 달리며 나라 위해 몸 바치던

선조들 온몸으로 외친 그 기도를 올리고 싶다

 

피 흘리는 가슴 속에 꼭꼭 숨겨 간직했던

평화의 흰 바탕에 꿈틀대는 청홍 태극

온 세계 용틀임하는 그 자랑을 달고 싶다

posted by 청라

삼월

시조/제3시조집 2024. 1. 11. 17:44

삼월

 

 

목련이 허공위에

첫정을 붉힌 것은

 

당신을 향한 마음

남몰래 부풀리다

 

이제는

참지 못하고

터졌다는 고백이다

 

posted by 청라

가을 산

시조/제3시조집 2023. 12. 8. 08:26

가을 산

 

 

시든 몸 빛바랜 얼굴

저리 고울 리가 없다

 

한여름 모진 신열

용암처럼 들끓다가

 

갈바람

서리로 식혀

아우성을 놓는 자태

posted by 청라

경고

시조/제3시조집 2022. 11. 3. 07:37

경고

 

 

있을 때 이 말 하고

없을 땐 저 말 하고

 

수시로 말 바꾸어

세상을 희롱하면

 

언젠가 큰 코 다치리

큰 일 하는 사람들아

posted by 청라

단풍

시조/제3시조집 2022. 10. 26. 07:30

단풍

 

 

 

 매미들아 지난여름

한스럽게 울어대더니

 

잎새마다 진한 멍울

양각으로 찍혔구나

 

사람들

가슴마다로

옮겨 붙는 저 아픔

posted by 청라

어머니가 고향이다

시조/제3시조집 2022. 9. 7. 21:40

어머니가 고향이다

 

 

어머니 없는 마을은 고향도 타향 같다

어둔 밤 재 넘을 제 마중 보내 반긴 불빛

된장국 끓이던 향기 잡힐 듯이 그립다

 

빈 집의 살구꽃은 왜 혼자서 타오르나

돌절구 돌 맷돌은 버려진 채 비를 맞고

노을 녘 부르던 목소리 귀에 쟁쟁 울려온다

 

어머니 가시던 날 고향도 따라갔나

어린 날 추억들은 밤 새 소리에 아득하다

허전해 돌아가는 발길 어머니가 고향이다

 

 

posted by 청라

물 위에 쓴 편지

시조/제3시조집 2022. 9. 1. 19:58

물 위에 쓴 편지

 

 

물오리 한숨 풀어

물 위에 편지를 쓴다

썼다 지운 이야기는

꽃잎으로 떠도는가

옛날은 희미해지고

향기만 가득 풍겨온다

posted by 청라

산안개

시조/제3시조집 2022. 8. 29. 22:35

산안개

 

 

한여름 비온 날 아침 산봉우리 올라 보니

초록빛 골짜기마다 시루떡 찌고 있다

담 너머 떡 사발 나누던 고향생각 아롱댄다

 

posted by 청라

가을 저녁

시조/제3시조집 2022. 8. 28. 17:26

가을 저녁

 

 

커피 잔 채워놓고

벤치에

앉아 보니

 

샛노란

은행잎에

세월이 배어 있다

 

커피 향

그리운 얼굴

아롱아롱 하구나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