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추석

시조/제3시조집 2022. 8. 15. 08:54

어머니의 추석

 

 

그 해 태풍으로 과일 농사 망치고서

뚝 딴 열나흘 달 치마 폭에 감추면서

내일은 차례 상에다 이거라도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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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를 보며

시조/제3시조집 2022. 8. 13. 19:36

해돋이를 보며

 

 

솟구치는 저 열정을

그믐으로 벼리다가

 

애모愛慕의 용솟음

누를 수 없는 새벽

 

환희여, 그 큰 함성으로

누구에게 가느냐

 

보내고 이는 한숨을

잔물결로 식혀가며

 

실연失戀의 빈 가슴에

해당화를 피우면서

 

세월은 날개 달아도

변함없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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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달밤

시조/제3시조집 2022. 8. 12. 19:02

가을 달밤

 

 

귀뚜라미 노랫소리

달빛에 알알이 꿰어

목거리 걸어준다

반짝반짝 빛이 나네

입가에 미소 한 송이

커피향이 흐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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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그리운 이름

시조/제3시조집 2022. 8. 11. 10:00

제일 그리운 이름

 

 

고향이다 장다리꽃

개구리 울음 아롱대는

 

단발머리 누님이다

치마로 코 닦아주던

 

달빛에

화석이 되어

자식 빌던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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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시조/제3시조집 2022. 8. 9. 10:55

개떡

 

 

개구리 소리 체로 쳐서

보릿겨 반죽하고

별들을 솜솜 뿌려

반짝반짝 맛을 내서

어머니

제사상에다

별미라고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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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허물

시조/제3시조집 2022. 8. 6. 08:47

매미 허물

 

 

누군가 속마음을

벗어놓고 떠난 자리

 

화장 지운 여자처럼

창백한 낮달처럼

 

뜨겁게

불사르고 간

그 여름의 시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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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달빛

시조/제3시조집 2021. 5. 27. 20:07

어머니 달빛

 

 

어머닌 웃음 속에 늘

만월 하나 키우신다.

정안수에 뿌리박고

기원으로 자란 달빛

이 아들 밤길 걸을 때

앞서가며 밝혀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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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릴리스

시조/제3시조집 2021. 4. 27. 08:40

아마릴리스

 

 

햇살 같은 웃음으로

어머니 다녀간 걸

시든 후에야 알았네.

뒷모습만 보았네.

 

절절히 그리운 채로

미라가 된 꽃잎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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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겨울

시조/제3시조집 2021. 3. 19. 10:00

산사의 겨울

 

 

산사의 소나무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목탁소리

씻고 씻어

순결처럼 맑은 게송偈頌

 

눈 감고 혼을 벼린다.

만수향내 입힌다.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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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가을

시조/제3시조집 2021. 3. 19. 09:41

산사의 가을

 

 

인가의 비린내가

산문에 막혀있다.

 

오늘도 돌부처는

따뜻하게 웃고 있네.

 

세상은 어지러워도

믿음으로 얻은 평화

 

 

사바와 불계가

산문으로 나눠질까

 

산 속의 저녁놀은

속세까지 이어졌네.

 

온세상 부처님 말씀으로

새빨갛게 익은 가을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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