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시조/제3시조집 2021. 1. 8. 17:47

자목련

 

 

허공 한 점에 초경初經이 비치더니

 

빛보다 소리보다

향기가 먼저 익어

 

선명한

진통의 빛깔

빅뱅으로 열린 우주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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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의 숨결

시조/제3시조집 2020. 12. 19. 09:11

계룡의 숨결

 

 

누구를 사랑하기에 저 간절한 몸짓인가

이 골 저 골 물소리로 가냘픈 것들 보듬어 안아

백설이 분분한 시절에도 초록 띠를 둘렀다.

 

저녁이면 목탁소리 산 아래 마을 씻어주네.

솔향기 꽃빛 노을 봉송奉送처럼 싸서 보내

충청도 처맛가마다 깃발처럼 걸린 평화

 

산봉마다 둥글둥글 원만한 저 모습이

삼남을 아우르는 충청도 사랑이라

계룡의 저 높은 숨결 충청인의 기상이라.

 

 

2020. 12. 19

시조사랑20(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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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천의 가을

시조/제3시조집 2020. 10. 24. 08:46

유등천의 가을

 

 

두루미 한 마리가

먼 산을 보고 있다.

한 다리로 지탱하는

외로움의 무게만큼

두루미 길게 늘인 목

기다림의 절절한 길이

 

한 달 째 오지 않아

옆구리에 퀭한 바람

보여줄 코스모스

피었다 다 지는데

휘도는 구름 그림자

물소리에 익는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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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조/제3시조집 2020. 8. 18. 21:08

장마

 

 

하늘의 숨결 모아

대청호는 만삭이다.

 

어릴 때 묻고 떠난

내 풋사랑 익었을까

 

그리움 연꽃으로 올라

대청호는 순산이다.

 

 

2020.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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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장

초대장

 

 

그대가 사는 곳이

골 깊고 길 험해서

 

어스름 짙어지자

가는 길 망설였더니

 

험한 길 살펴오라고

둥그렇게 달 띄웠네.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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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말

물의 말

 

 

마음을 다 굽히고 낮은 곳만 향하더니

하구에서 다시 보니 산 하늘 다 품었네.

한사코 몸으로 보인 물의 말을 알겠네.

 

 

2020.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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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얼굴

권력의 얼굴

 

 

정의를 앞세울수록 정의로운 사람 없다.

겉모습은 화려한데 뒤는 저리 더러울까.

권력은 속옷과 같아 오래될수록 오물 범벅

 

 

2020.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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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사업

정비 사업

 

 

고향 마을 하천 공사에

포크레인은 사정이 없다.

새집들도 풀꽃들도

추억마저 퍼 담는다.

부르르 요동칠 때마다

깨어지는 내 어린 날

 

아내도 이른 나이에

정비 사업 시작했나.

기억들 하나하나

망각으로 깎여 나가

아내의 수첩 속에서

지워지면 어쩌나.

posted by 청라

사모가

사모가

 

 

꽃이 진 자리 옆에

다른 꽃이 피어나서

 

자연의 순환은

멈춤이 없건마는

 

어머니

가신 후에는

기별조차 없는가.

posted by 청라

오월

오월

 

 

이팝꽃 핀 날이면

풍선처럼 뜨는 설렘

 

뻐꾹새 울음으로

네 방 창문 두드리면

 

닫혔던 마음 열리고

환한 웃음 보겠지.

 

 

2020. 5. 7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