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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에 해당되는 글 240건
글
설화雪花
옷 벗은 빈 산하山河엔 달빛이 창백한데
홀연 함성처럼 일어서는 북 소린가
새벽에 박수 치며 온 저 사나이 너털웃음
시들었던 팔과 다리 넘치는 빛의 향연饗宴
깨어진 아픔 위에 덧 피어난 무궁화여
청년아, 서릿발 같은 깃발 하나 세우거라.
2020. 1. 5
글
아내의 푯말
아내가
가슴 속에
푯말 하나 세웠다기에
깊은 밤 꿈을 열고
마음 살짝 엿봤더니
“정 헤픈
남자는 사절"
붉은 글씨로 써 있네.
2019. 12. 14
글
가을 연서
단풍 물에 담갔다가 국화 향에 말린 사랑
종소리에 곱게 담아 가을 연서 보내주면
네 가슴 굳게 닫힌 문 까치집처럼 열릴까
2019. 10. 25
글
호수
물안개
돌개바람
못 말리는 개구쟁이
앞산을
간질이다
싫증 난 저 심술이
잠자던
물새 몇 마리
토해내고 있구나.
글
부처님 웃음
부처님 웃음 길으러
마곡사麻谷寺 다녀오는 길에
산 아래 찻집에서
한 바가지 떠 주었더니
웃음 탄 연잎 차 맛이
향내처럼 맑고 깊다.
덜어도 줄지 않는
저 무량無量한 자비慈悲의 빛
구름 낀 세상마다
꽃으로 피는 저 눈짓을
아내여, 혼자 보라고
대낮같이 밝혔겠는가.
향불 꺼진 법당에서도
겁劫을 건너 웃는 뜻은
사바 업장 쓸어내는
범종소리 울림이라
오가며 퍼준 그릇이
텅 비어서 가득 찼네.
2019. 10. 5
글
산촌의 겨울
아무도 오지 않아서
혼자 앉아 술 마시다가
박제剝製로 걸어놨던
한여름 매미소리
산山 나물 안주삼아서
하염없이 듣는다.
방문을 열어봐야
온 세상이 눈 바다다.
빈 들판 말뚝 위의
저 막막한 외로움도
달콤한 식혜 맛처럼
복에 겨운 호사好事거니.
가끔은 그리운 사람
회재 고개 넘어올까
속절없는 기다림도
쌓인 눈만큼 아득한데
속세로 나가는 길이
꽁꽁 막혀 포근하다.
글
어머니 마음
어머니 오시던 날
보자기에 산山을 싸 와
비었던 거실 벽에
산수화로 걸어 두어
지쳐서 눈물 날 때마다
산山바람소리로 다독이네.
2019. 10. 2
글
풍악산豊岳山
털털하게
섞여서 산다.
정 많은
사내처럼
뾰족했던 젊음들을
익히고 다스려서
온 산이 눈부신 환희歡喜로 타오르고 있구나.
2019. 10. 1
글
꽃씨
코스모스
까만 꽃씨에
숨소리가 숨어있다.
살며시 귀를 대면
솜털 보시시한
벽 깨자
삐약 하고 울
박동搏動소리가 숨어있다.
2019. 8. 28
글
거꾸로 선 나무
세상은 안개 세상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옳은 것 그른 것도 능선처럼 흐릿하다.
물 아래 물구나무로 입 다물고 섰는 나무.
거꾸로 바라보면 세상이 바로 설까
호수에 그림자로 뒤집어 다시 봐도
정의도 불의도 뒤섞여 얼룩덜룩 썩고 있다.
여명이 밝아 와도 배는 띄워 무엇 하랴.
부귀도 흘러가면 한 조각 꿈인 것을
차라리 물 깊은 곳에 집을 틀고 싶은 나무
2019.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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