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갇힌 봄

코로나에 갇힌 봄

 

 

비둘기 콕콕콕콕 유리창 두드린다.

매화 봉오리에 봄물이 오르는데

방문을 닫아걸고서 하루 종일 뭘 하냐고

 

를 읽어봐야 바람 든 무맛이다.

태엽 풀린 시계처럼 하루는 늘어지고

봄날은 코로나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네.

 

피하고 도망만 가면 꽃피는 봄 못 보리라.

떨치고 일어서서 절망을 이겨내세.

나라가 어려울수록 혼자 살려 하지 말자.

 

 

2020. 2. 28

posted by 청라

고목古木에게

고목古木에게

 

 

가끔은 너를 위해서

몇 송이 쯤 꽃 피우렴.

저녁놀 지는 삶에

시도 쓰고 노래도 하며

불꽃을 피워 올리듯

멋진 사랑도 하여보렴.

 

젊음이 익었다는 건

흔들림도 멈췄다는 것

때 묻은 도화지에도

예쁜 그림 그릴 나이

인생을 장미 빛으로

다시 한 번 그려보자.

 

 

2020. 2. 17

posted by 청라

칡꽃

칡꽃

 

 

사랑도 집착이라

칭칭 감고 올라가서

 

자줏빛 환희를

마디마다 매달았네.

 

갈등葛藤

꽃으로 삭여

풀어내는 저 함성

 

 

2020. 1. 30

posted by 청라

봄날

봄날

 

 

이쁜이는 열여덟 살

푹 익은 찰 토마토

 

타는 몸 붉다 붉다

터질 듯 꼭지 돌아

 

눈웃음 살짝 보내면

톡 하고 떨어지겠네.

 

 

2020. 1. 6

posted by 청라

설화雪花

설화雪花

 

 

옷 벗은 빈 산하山河엔 달빛이 창백한데

홀연 함성처럼 일어서는 북 소린가

새벽에 박수 치며 온 저 사나이 너털웃음

 

시들었던 팔과 다리 넘치는 빛의 향연饗宴

깨어진 아픔 위에 덧 피어난 무궁화여

청년아, 서릿발 같은 깃발 하나 세우거라.

 

 

2020. 1. 5

posted by 청라

아내의 푯말

아내의 푯말

 

 

아내가

가슴 속에

푯말 하나 세웠다기에

깊은 밤 꿈을 열고

마음 살짝 엿봤더니

정 헤픈

남자는 사절"

붉은 글씨로 써 있네.

 

 

2019. 12. 14

 

posted by 청라

가을 연서

가을 연서

 

단풍 물에 담갔다가 국화 향에 말린 사랑

종소리에 곱게 담아 가을 연서 보내주면

네 가슴 굳게 닫힌 문 까치집처럼 열릴까

 

 

2019. 10. 25

posted by 청라

호수

호수

 

물안개

돌개바람

못 말리는 개구쟁이

 

앞산을

간질이다

싫증 난 저 심술이

 

잠자던

물새 몇 마리

토해내고 있구나.

 

posted by 청라

부처님 웃음

부처님 웃음

 

부처님 웃음 길으러

마곡사麻谷寺 다녀오는 길에

산 아래 찻집에서

한 바가지 떠 주었더니

웃음 탄 연잎 차 맛이

향내처럼 맑고 깊다.

 

덜어도 줄지 않는

저 무량無量한 자비慈悲의 빛

구름 낀 세상마다

꽃으로 피는 저 눈짓을

아내여, 혼자 보라고

대낮같이 밝혔겠는가.

 

향불 꺼진 법당에서도

을 건너 웃는 뜻은

사바 업장 쓸어내는

범종소리 울림이라

오가며 퍼준 그릇이

텅 비어서 가득 찼네.

 

 

2019. 10. 5

 

posted by 청라

산촌의 겨울

산촌의 겨울

 

아무도 오지 않아서

혼자 앉아 술 마시다가

 

박제剝製로 걸어놨던

한여름 매미소리

 

나물 안주삼아서

하염없이 듣는다.

 

방문을 열어봐야

온 세상이 눈 바다다.

 

빈 들판 말뚝 위의

저 막막한 외로움도

 

달콤한 식혜 맛처럼

복에 겨운 호사好事거니.

 

가끔은 그리운 사람

회재 고개 넘어올까

 

속절없는 기다림도

쌓인 눈만큼 아득한데

 

속세로 나가는 길이

꽁꽁 막혀 포근하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