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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에 해당되는 글 240건
글
산울림
비 온 후 계족산이
새 식구 품었구나.
눈빛 맑은 물소리와
새 사랑 시작이다.
마음이 마주닿는 곳
향기 짙은 산울림
2019. 9. 23
글
생가 터에 앉아
버려진 구들장을
슬며시 뒤집으면
무심코 흘리고 간
어린 날 내 웃음소리
누나야
수틀에 담던
뽀얀 꿈은 어디 갔나.
무너진 골방 터엔
어머니 베틀소리
누군가 베어버린
감나무 썩은 둥치
아버지 못다 한 꾸중
회초리로 돋아있다.
물 사발로 다스렸던
허기증도 그리워라
육 남매 쌈박질로
몸살 앓던 마당에는
머언 길
돌아와 보니
콩 포기만 무성해라.
2019. 9. 8
글
회전목마
야당일 땐 장외 농성 여당일 땐 강압 통과
바뀌면 또 그 타령 돌고 도는 회전목마
다 함께 어깨동무로 나라 걱정할 날 있을까.
2019. 9. 6
글
고희古稀 고개
무엇을 가르쳤나
나 자신도 모르면서
세월에 떠밀려서
올라온 고희古稀 고개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강물처럼 내려가리.
글
가을비
새벽 닭 울기 전에
가을비야 그치거라.
전화 벨 울릴까봐
가슴은 조마조마
동해로 가자는 약속
미루자면 어쩌리.
2019. 9. 2
글
시 주정酒酊
달밤에 꽃 그림자
술잔을 기울이다
취흥에 두견처럼
시 주정酒酊을 하여보네.
시재詩才야 시선詩仙을 따를까
멋진 흉내만 내어보네.
술기운에 뿌린 시가
내년 봄에 꽃피울까
누군가 술에 취해
내 시를 읊조릴까
이생에 큰 욕심 없지만
시 몇 수는 남기고 싶네.
2019. 8. 31
글
사하촌寺下村
목탁소리 몇 소절이 마을을 쓸고 간 후
개 망초 피어나듯 골목마다 맑은 웃음
내 고향 절 아래 마을 흰 구름 모이는 곳
가끔은 석가불님 미소가 떠내려 와
어두운 처마 끝에 등불로 피던 마을
떡 사발 주고받던 담 풀꽃처럼 환한 인정
진달래 망울 트면 날 부르러 오던 남풍
아버님 한숨으로 영 못 넘던 회재 고개
풀 향기 등 떠밀어서 넘어오던 인생 고개
말리며 보내는 마음 사랑보다 진하더라.
어머님 비는 손에 달빛이 휘감겨서
앞산이 따라다니며 모진 바람 막아줬지.
소년은 흙 빛 잃고 시간 속을 왔건마는
무심코 흘리고 온 열병 같은 사랑 하나
죽어도 버리지 못할 젖 내 같은 고향 하나
2019. 8. 28
글
정
저승잠 자다가도
당신 없으면 금방 알지
사십 년 찌들었던
된장 냄새, 김치 냄새
코끝에 멀어지면서
몸이 먼저 깨는 걸
2019. 8. 27
글
능소화
입 다물고
참다 참다
터져버린 볼멘소리
귀담아
듣다 보면
송이송이 진한 아픔
아내여 긴 세월 견딘
인종忍從 벗어 버렸구나.
2019. 8. 25
글
촛불 세상
태극기 밀려나고
국가國歌는 버림받고
어제까지 옳던 것이
날 밝자 그른 세상
개천절
국기 꽂이엔
촛불을 달아야 하나
통로를 치워놓고
나라 힘 깎아놓고
가깝고 먼 이웃은
반목하여 인연 끊고
촛불은
타오르는데
세상 더욱 어둡구나.
2019.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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