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산울림

 

비 온 후 계족산이

새 식구 품었구나.

 

눈빛 맑은 물소리와

새 사랑 시작이다.

 

마음이 마주닿는 곳

향기 짙은 산울림

 

 

2019. 9. 23

posted by 청라

생가 터에 앉아

생가 터에 앉아

 

버려진 구들장을

슬며시 뒤집으면

무심코 흘리고 간

어린 날 내 웃음소리

누나야

수틀에 담던

뽀얀 꿈은 어디 갔나.

 

무너진 골방 터엔

어머니 베틀소리

누군가 베어버린

감나무 썩은 둥치

아버지 못다 한 꾸중

회초리로 돋아있다.

 

물 사발로 다스렸던

허기증도 그리워라

육 남매 쌈박질로

몸살 앓던 마당에는

머언 길

돌아와 보니

콩 포기만 무성해라.

 

2019. 9. 8

 

posted by 청라

회전목마

회전목마

 

야당일 땐 장외 농성 여당일 땐 강압 통과

바뀌면 또 그 타령 돌고 도는 회전목마

다 함께 어깨동무로 나라 걱정할 날 있을까.

 

 

2019. 9. 6

posted by 청라

고희古稀 고개

고희古稀 고개

 

무엇을 가르쳤나

나 자신도 모르면서

 

세월에 떠밀려서

올라온 고희古稀 고개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강물처럼 내려가리.

posted by 청라

가을비

가을비

 

새벽 닭 울기 전에

가을비야 그치거라.

전화 벨 울릴까봐

가슴은 조마조마

 

동해로 가자는 약속

미루자면 어쩌리.

 

2019. 9. 2

posted by 청라

시 주정酒酊

시 주정酒酊

 

달밤에 꽃 그림자

술잔을 기울이다

취흥에 두견처럼

시 주정酒酊을 하여보네.

시재詩才야 시선詩仙을 따를까

멋진 흉내만 내어보네.

 

술기운에 뿌린 시가

내년 봄에 꽃피울까

누군가 술에 취해

내 시를 읊조릴까

이생에 큰 욕심 없지만

시 몇 수는 남기고 싶네.

 

2019. 8. 31

posted by 청라

사하촌寺下村

사하촌寺下村

 

목탁소리 몇 소절이 마을을 쓸고 간 후

개 망초 피어나듯 골목마다 맑은 웃음

내 고향 절 아래 마을 흰 구름 모이는 곳

 

가끔은 석가불님 미소가 떠내려 와

어두운 처마 끝에 등불로 피던 마을

떡 사발 주고받던 담 풀꽃처럼 환한 인정

 

진달래 망울 트면 날 부르러 오던 남풍

아버님 한숨으로 영 못 넘던 회재 고개

풀 향기 등 떠밀어서 넘어오던 인생 고개

 

말리며 보내는 마음 사랑보다 진하더라.

어머님 비는 손에 달빛이 휘감겨서

앞산이 따라다니며 모진 바람 막아줬지.

 

소년은 흙 빛 잃고 시간 속을 왔건마는

무심코 흘리고 온 열병 같은 사랑 하나

죽어도 버리지 못할 젖 내 같은 고향 하나

 

 

2019. 8. 28

posted by 청라

 

저승잠 자다가도

당신 없으면 금방 알지

사십 년 찌들었던

된장 냄새, 김치 냄새

코끝에 멀어지면서

몸이 먼저 깨는 걸

 

 

2019. 8. 27

posted by 청라

능소화

능소화

 

입 다물고

참다 참다

터져버린 볼멘소리

 

귀담아

듣다 보면

송이송이 진한 아픔

 

아내여 긴 세월 견딘

인종忍從 벗어 버렸구나.

 

 

2019. 8. 25

posted by 청라

촛불 세상

촛불 세상

 

태극기 밀려나고

국가國歌는 버림받고

 

어제까지 옳던 것이

날 밝자 그른 세상

 

개천절

국기 꽂이엔

촛불을 달아야 하나

 

통로를 치워놓고

나라 힘 깎아놓고

 

가깝고 먼 이웃은

반목하여 인연 끊고

 

촛불은

타오르는데

세상 더욱 어둡구나.

 

 

2019. 8. 23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