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여름을 보내며

 

 

목백일홍 꽃빛에

졸음이 가득하다.

한 뼘 남은 목숨을

다 태우는 매미 소리

친구야, 술잔에 담아

한 모금씩 마시자.

 

 

2018. 9. 9

posted by 청라

딸 바보

딸 바보

 

 

아빠랑 꽃밭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엔

내 얼굴만 가득가득 담겼네요.

 

아빠는

어떤 꽃보다

내가 제일 예쁘대요.

 

 

2018. 8. 11

posted by 청라

가시연

가시연

 

 

예쁘고 고운 것은

눈만 흘겨도 쉬이 아파

 

물 저만큼 터를 잡고

완고한 장창처럼

 

가시를

세운 후에야

자줏빛 저 환한 웃음

 

 

2018. 8. 2

posted by 청라

여름날 오후

여름날 오후

 

 

먹 오디 빛 호박잎 그늘

실잠자리 깊이 든 잠

 

빈 고샅 혼자 걷다

적막에 물릴 때 쯤

 

반쯤 연 사립 안에서

나직하게 암탉 소리

 


2018. 7. 5

 

 

 

 

posted by 청라

계곡에서

계곡에서

 

 

물소리 그리다가

오수午睡에 잠긴 날에

 

풀 바람 꽃향기도

붓질 없이 숨결 틔워

 

도화지

맑은 여백엔

산이 풍덩 빠져 있다.

 

 

201`8. 5, 30

posted by 청라

고향

고향

 

 

복사꽃 피었다고

다  고향은 아니더라.

어머니 미소를

산에 묻고 돌아온 날

고향도 뻐꾸기처럼

가슴에서 날아갔다.


떠올리면  향내 나는

어머니가 고향이지.

타향에서 지친 날개

쉴 곳 없는 저녁이면

달밤에 손 모아 비시던

정화수井華水로 다독였네.

 

 

2018. 5. 5

posted by 청라

윤사월

윤사월

 

 

범종소리 쾅 하고

골짜기 울리면

번뇌처럼 온 산 가득

날리는 송홧가루

동자승

빗자루 들고

삼고三苦

쓸고 있다.

 

 

 

삼고三苦 : 의 인연으로 받는 고고苦苦

즐거운 일이 무너짐으로써 받는 괴고壞苦

세상 모든 현상의 변화가 끝이 없음으로써 받는 행고行苦

posted by 청라

춘분春分 일기

춘분春分 일기

 

 

사랑을 파종한다.

당신의 마음 밭에

 

꽃씨처럼 은밀하게

한 촉씩 싹을 틔워

 

입하立夏쯤 만개한 정을

한 송이만 보내소서.

 

2018. 3. 23

posted by 청라

어머니

어머니

 

 

이 세상

어머니는

모두 다 미인이다.

 

자식 사랑 자식 걱정

별만큼 담은 가슴

 

곰보에

언청이라도

보고 나서 또 그립다.

 

2018. 3. 19

posted by 청라

입춘立春 일기

입춘立春 일기

 

 

대문 앞 콩 뿌리기보다 마음 먼저 닦고 보자

오신채五辛菜 먹기보다 삶의 쓴맛 깨우쳐서

입춘첩立春帖 붙이기 전에 이웃집에 쌀 한 됫박

 

 

2018. 3. 14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