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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에 해당되는 글 240건
글
계곡에서
물소리 그리다가
오수午睡에 잠긴 날에
풀 바람 꽃향기도
붓질 없이 숨결 틔워
도화지
맑은 여백엔
산이 풍덩 빠져 있다.
201`8. 5, 30
글
고향
복사꽃 피었다고
다 고향은 아니더라.
어머니 미소를
산에 묻고 돌아온 날
고향도 뻐꾸기처럼
가슴에서 날아갔다.
떠올리면 향내 나는
어머니가 고향이지.
타향에서 지친 날개
쉴 곳 없는 저녁이면
달밤에 손 모아 비시던
정화수井華水로 다독였네.
2018. 5. 5
글
윤사월
범종소리 쾅 하고
골짜기 울리면
번뇌처럼 온 산 가득
날리는 송홧가루
동자승
빗자루 들고
*삼고三苦를
쓸고 있다.
*삼고三苦 : 고苦의 인연으로 받는 고고苦苦
즐거운 일이 무너짐으로써 받는 괴고壞苦
세상 모든 현상의 변화가 끝이 없음으로써 받는 행고行苦
글
글
어머니
이 세상
어머니는
모두 다 미인이다.
자식 사랑 자식 걱정
별만큼 담은 가슴
곰보에
언청이라도
보고 나서 또 그립다.
2018. 3. 19
글
입춘立春 일기
대문 앞 콩 뿌리기보다 마음 먼저 닦고 보자
오신채五辛菜 먹기보다 삶의 쓴맛 깨우쳐서
입춘첩立春帖 붙이기 전에 이웃집에 쌀 한 됫박
2018. 3. 14
글
우수雨水 일기
첫울음
연초록이 파르르 떨고 있다.
겨우내 웅크린 가지
속살에 배어있던
종달새
아껴둔 노래
분수처럼 솟고 있다.
2018. 2. 21
글
산정호수의 구름
어제 벙근 구름 건져
내 어항에 심었는데
오늘 아침 꽃구름이
수련처럼 또 피어났네.
뿌리 채 곱게 캐어서
네 마음에 전하네.
잔뿌리도 상하잖게
네 울안에 모종하게.
서울의 하늘에서
이런 구름 보았는가.
사랑을 일고 또 일어
산의 숨결로 빚은 구름
2018. 2. 2
글
설일雪日
산도 숨을 멈추었다.
하얀 눈꽃 위의 적막
햇살도 눈을 감고
바람도 날개 접어
문 열면 깨어질까봐
문고리 잡고 서 있다.
2018. 1. 31
글
매화 연서
눈꽃 위에 달빛 차서 마음이 시린 새벽
매화 분에 일점홍一點紅이 심등心燈에 불을 밝혀
맑은 향 한 방울 찍어 붉은 연서 보낸다.
내 마음 보낸 사연 서랍 가득 쌓였을까
꿈에 간 내 발길에 님의 문턱 닳았으리.
잠결에 매화 향 풍기면 내가 온 줄 아소서.
2018.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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