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대패는기억의

표피부터 깎아낸다.

 

세월의 맨 안 벽에

옹이처럼 새겨진 말

 

엄마아,

보석 같은 말

지워지지 않는 그 말

 

 

2017. 8. 24

posted by 청라

아버지

아버지

 

 

ᄒᆞ나

 

아버지 제삿날 저녁 생전의 사진 보니

지금의 내 모습이 거울 속에 비춰있네.

평소에 못마땅하던 것도 어찌 저리 닮았을까

 

2017, 6. 24

 

 

 

불쌍한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가서

동장군 유난하던 정유 겨울 늦은 밤에

추위에 떨던 거지를 집안에 들이시니

 

2017, 7. 2

 

 

 

어머니 가슴에서 형님 뺏어 짊어지고

햇볕 고인 양지쪽에 돌무덤 만들고서

남몰래 쏟은 통곡에 도라지꽃 피었다.

 

2017. 7. 13

 

 

 

육이오 끝 무렵 왼손에 총을 맞아

굽은 손 모진 통증 평생을 살면서도

가족을 먹여 살리려 거친 땅을 일구셨지.

 

2017. 7. 18



다ᄉᆞᆺ

 

아버지 웃음 속엔 고뇌가 절반이다.

저녁에 돌아와서 환히 웃는 얼굴 뒤엔

세상에 휘둘리다 온 아픔이 녹아있다.

 

2017, 7. 3

 

posted by 청라

자연법

자연법

 

 

수달 한 쌍 들랑 달랑

식사를 하고 있다.

 

극락교 아래 물고기가

한 마리씩 지워진다.

 

풍경風磬은 아파 우는데

업연業緣 위에 뜬 구름

 

큰스님 난간에서

허허허 웃고 있다.

 

불법의 나라에서도

자연법이 우선이지.

 

나직히 읊조리는 말

나무 아미 타-

posted by 청라

사월

사월

 

 

태화산 골물소리에  송홧가루 날린다.

뻐꾸기 노래에도 노란 물이 들었네.

술잔에 담아 마시네. 내 영혼을 색칠 하네.

 

다람쥐 한 마리가 갸웃대며 보는 하늘

무엇이 궁금한가 연초록이 짙어지네.

온종일 앉아있으니 내 손 끝에 잎이 피네.

posted by 청라

세월

세월

 

 

처녀 시절엔 오빠 오빠

결혼 후엔 아빠 아빠

 

육십 넘자 방귀 뿡뿡

거실에서 속옷 바람

 

오빠는

사라져버리고

아빠만 남아있다.

 

 

2017. 3. 16

posted by 청라

신문 안 보는 이유

신문 안 보는 이유

 

 

신문 칸칸마다 오 할은 소설이다.

참신한 허구다 흥미 만점이다

제 엄마 찌찌 본 것도 동네방네 소문낸다.

 

공정성 정확성은 개에게나 줘버려라

박수 치는 사람이 많으면 장땡이지

촛불에 기대다 보면 특종 하나 건질 걸

 

나라야 망하던 말 던 무엇이 대수던가

양심의 곁가지에 벌집 하나 지어놓고

솔방울 떨어만 져도 온 벌통 다 달려든다.

posted by 청라

스님

스님

 

 

잎 진 꼬부랑 길 바람처럼 오르는 스님

불룩한 바랑 짐에 무에 그리 바쁘신가

 

사바의

한숨 담아다가

씻어주려 한다네.

 

2017. 1. 10

posted by 청라

이별

이별

 

 

사랑이 깨어지는 날

눈물 쏟아 무엇 하나

 

햇살 웃음 머금고서

손부채 내저으니

 

그 사람 떠난 자리에

꽃향기만 남았네.

 

 

2016. 12. 28

posted by 청라

촛불

촛불

]

 

혼자일 땐 기도祈禱더니

모이니

칼날이다.

 

아픈 살

도려내도

드러나는 검은 몸통

 

모두가 썩은 살인데

베면 무엇 하겠는가.

 

2016. 12. 7

posted by 청라

그믐달

그믐달

 

 

돌무덤에 도라지꽃

일찍 죽은 형님 영혼

 

어머니 가슴 속에

대못으로 박혔더니

 

창공에

아픔을 삭혀

밝혀놓은 등불 하나

 

 

 

2016. 11. 24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