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의 법칙

시조 2016. 2. 28. 10:15

키질의 법칙

 

 

가벼운 검불들 새처럼 날아가고

무거운 알곡들만 사락대며 남아있다.

어머니 키를 까불 때 변치 않는 법칙이다.

 

머리 헐고 코 흘리고 지독히 말 안 들어도

어머니 가슴 속에 우리 형젠 알곡이다.

키에서 벗어달 때면 불을 켜고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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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시조 2016. 2. 23. 09:12

자목련

 

 

여리고 성긴 몸이 된바람에 숨 멎을까

짚으로 싸매주며 긴 겨울 잠 설쳤더니

아이의 첫 울음같이 빚어 켜든 달 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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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나무

시조 2016. 1. 22. 09:16

보리수

 

 

아침에는 독경 소리 저녁에는 풍경 소리

법당 문에 귀 기울여 묵언 참선 하더니

깨달음 동그랗게 키워 초록 열매 달았다

 

내 안에 나를 익혀 서쪽으로 뻗은 가지

번뇌를 사르었다 법열이 타올랐다

황금빛 환희를 꿰어 염주 알을 엮는다

 

 

 

201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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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에서

시조 2016. 1. 17. 10:04

천수만에서

 

 

언젠가 숨 쉬는 것도 귀찮은 날이 오거든

생명줄 잘린 채로 억척스레 살아가는

천수만 날갯죽지에 삶의 한 조각 실어보게.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사방 온통 막힌 남자

신생대부터 이어오던 리아스식 호흡들이

어느 날 흙 몇 삽으로 꽁꽁 묶여 버린 남자.

하늘빛 꿈 잃었다고 주저앉으면 남자더냐.

사니질沙泥質 아랫도리에 새조개를 살게 하고

품 열어 오지랖 넓게 철새 노래 키운다.

바람기 많은 남자 중에 천수만이 제일이다.

가창오리 흑두루미도 품었던 품속에서

유유히 노랑부리저어새 털가슴을 고르고 있다.

누가 알리 갈적색 썩어가는 핏물 아픔

비 오는 날 갈대밭에 출렁이는 속울음을

해 뜨면 맑게 씻은 눈 속 깊은 저 아버지를.


사니질 모래와 진흙이 섞여 있는 흙의 성질

 

 

2016.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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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산골 마을

시조 2016. 1. 14. 08:42

2016, 산골 마을

 

 

퀭한 골목

무너진 담

듬성듬성

불 꺼진 집

 

꼬부랑

할머니

혼자

고샅길

걸어가서

 

쾅쾅쾅

대문 두드려도

 

깨어날 줄

모르는 마을


2016.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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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시장 풍경5

시조 2016. 1. 12. 07:09

비둘기

            -시장 풍경5

 

 

눈 녹는 시장 골목

비둘기는

맨발이다.

신발전 털신 한 짝

사 신기고 싶구나.

종종종

서둘러 가는

머리 위엔 하얀 눈발.

 

하루 종일 찍어 봐도

허기진 건

숙명이다.

싸전의 주인은

쌀알 한 톨 안 흘리네.

구구구

나직한 신음

핏빛으로 깨진 평화.


201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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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공덕散花功德

시조 2016. 1. 11. 08:41

산화공덕散花功德

 

 

법당은 바람이 쓸고

내 마음은 부처님 눈빛이 씻고

 

절한다

산 뻐꾸기

놀자 절문 두드려도

 

 

벚 꽃비 온 세상 가득

팔             팔

    랑             랑

팔              팔

     랑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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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에 기대어

시조 2016. 1. 10. 08:22

일주문에 기대어

 

 

들어가면

바람 되고

나오면

티끌 되네.

 

바람도

티끌도

내 몸에는

안 맞는 옷

 

일주문 기대어 서서

그냥 허허 웃으려네.


2016.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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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구河口에서

시조 2016. 1. 8. 07:36


금강 하구河口에서

 

 

어릴 때 띄워 보낸

그리움의 씨앗들아!

대양大洋을 떠돌면서

내 마음 못 전하고

하구河口에 주저앉아서

갈대꽃으로 피었구나.

 

아쉬움이 고여서

젖어있는 습지濕地 머리

삭히고 씻은 말들

솜털처럼 내두르며

삭풍에 시잇 시이잇

온몸으로 울고 있다.

 

육십 년을 목청 돋워

날 부르고 있었는가

실처럼 가는 목이

된바람에 애처롭다.

철새들 한 입 물었다가

뱉어내는 목 쉰 외침.


201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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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무덤

시조 2015. 12. 25. 11:04

도자기 무덤

 

 

살점마다

쌓인 한만큼

달빛을 

머금었다.

 

삶의 

받침대에

손때 한 번 

못 묻히고

 

지옥 불 

나오자마자

깨져버진 생명들아!

 

2015. 12. 25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