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산골 마을

시조 2016. 1. 14. 08:42

2016, 산골 마을

 

 

퀭한 골목

무너진 담

듬성듬성

불 꺼진 집

 

꼬부랑

할머니

혼자

고샅길

걸어가서

 

쾅쾅쾅

대문 두드려도

 

깨어날 줄

모르는 마을


2016.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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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시장 풍경5

시조 2016. 1. 12. 07:09

비둘기

            -시장 풍경5

 

 

눈 녹는 시장 골목

비둘기는

맨발이다.

신발전 털신 한 짝

사 신기고 싶구나.

종종종

서둘러 가는

머리 위엔 하얀 눈발.

 

하루 종일 찍어 봐도

허기진 건

숙명이다.

싸전의 주인은

쌀알 한 톨 안 흘리네.

구구구

나직한 신음

핏빛으로 깨진 평화.


201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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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공덕散花功德

시조 2016. 1. 11. 08:41

산화공덕散花功德

 

 

법당은 바람이 쓸고

내 마음은 부처님 눈빛이 씻고

 

절한다

산 뻐꾸기

놀자 절문 두드려도

 

 

벚 꽃비 온 세상 가득

팔             팔

    랑             랑

팔              팔

     랑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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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에 기대어

시조 2016. 1. 10. 08:22

일주문에 기대어

 

 

들어가면

바람 되고

나오면

티끌 되네.

 

바람도

티끌도

내 몸에는

안 맞는 옷

 

일주문 기대어 서서

그냥 허허 웃으려네.


2016.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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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구河口에서

시조 2016. 1. 8. 07:36


금강 하구河口에서

 

 

어릴 때 띄워 보낸

그리움의 씨앗들아!

대양大洋을 떠돌면서

내 마음 못 전하고

하구河口에 주저앉아서

갈대꽃으로 피었구나.

 

아쉬움이 고여서

젖어있는 습지濕地 머리

삭히고 씻은 말들

솜털처럼 내두르며

삭풍에 시잇 시이잇

온몸으로 울고 있다.

 

육십 년을 목청 돋워

날 부르고 있었는가

실처럼 가는 목이

된바람에 애처롭다.

철새들 한 입 물었다가

뱉어내는 목 쉰 외침.


201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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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무덤

시조 2015. 12. 25. 11:04

도자기 무덤

 

 

살점마다

쌓인 한만큼

달빛을 

머금었다.

 

삶의 

받침대에

손때 한 번 

못 묻히고

 

지옥 불 

나오자마자

깨져버진 생명들아!

 

20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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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시조 2015. 12. 5. 11:16

제비꽃


이파리 하나라도 들킬까봐 움츠리고

풀 뒤에 숨어 읊조리는 자줏빛 저 고백을

가다가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듣고 있네.


201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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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竹林의 저녁

시조 2015. 10. 15. 15:21

죽림竹林의 저녁

 

 

있고 술 있으면

내 집이 죽림竹林이지

 

바람에 씻긴 달을

맛있게 시로 깎아

 

아끼는 술친구 불러

술안주로 내놓다.

 

 

2015.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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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覺性의 가을

시조 2015. 9. 11. 11:58

각성覺性의 가을

 

 

하루살이에 비하면 짧은 삶이 아니었네.

매미의 마지막 노래 초록 잎에 꽃물 들여

온 산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구나

posted by 청라

모란

시조 2015. 8. 11. 15:12

모란

 

 

모란꽃 모든 귀들은

법당 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불경소릴 들으려고

깃 세워 퍼덕이던

 

一念이 영글어 터진

저 간절한 날갯짓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