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시조에 해당되는 글 246건
- 2014.11.08 속울음으로 곡을 하다-엄기환 화백의 죽음을 슬퍼하며
- 2014.11.02 퇴임退任 이후
- 2014.10.24 낮달
- 2014.10.24 아우성
- 2014.10.14 주름살 - 시장 풍경 3
- 2014.08.16 폐지 노인 - 시장 풍경4 1
- 2014.03.13 독도
- 2014.03.02 황사黃砂
- 2014.01.10 思父 一曲 - 눈길
- 2013.12.15 닭서리 1
글
글
퇴임退任 이후
한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으로 건너가기는
이웃마을 마실가듯
편한 일은 아니다.
익숙한 옷들을 벗고
눈발 아래 서는 일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밤으로만 비틀거리며
지난 세월 실을 뽑아
새 날의 그물을 짜며
또 한 발
못 가본 바다에
생生의 기旗를 세운다.
2014. 11. 2
글
낮달
가을비가 씻어놓은
아가의 뽀얀 볼에
엄마가 일 나가면서
뽀뽀뽀 하고 갔는가,
잠든 채
찍어놓다가
일그러진 입술 자국.
햇살이 눈부셔도
방긋 웃는 아가 얼굴
초록별 이야기를
가슴 가득 품고 있네.
비단강
노를 저어서
어디 멀리 가고 있나.
2014. 10. 24
글
아우성
늦가을 아침
산의 속살 더 정결하게 드러난다.
긴 여름 들끓던 폭염
가둬 키운 단풍 한 잎
마지막
못다 한 사랑
펄럭이는 아우성
2014. 10. 24
글
주름살 - 시장 풍경3
호박잎 두어 묶음 마늘 감자 서너 무더기
서둘러 달려가는 찬바람의 뒤꿈치에
할머니 얼굴에 파인 장마 뒤의 깊은 계곡 2014, 10. 13 |
글
폐지 노인
- 시장 풍경4
굽은 허리 웅크린 채
쩔쩔매는 저 할머니,
수퍼 집 박스 하나
몰래 훔쳐 실었다고
손수레 엎어진 채로
노인 하나 혼나고 있다.
아들은 누워있고
며느리는 도망가고
어린 손자 연필 값에
손이 절로 움직여서
백 원 쯤 박스 하나로
만 원어치는 혼나고 있다.
2014년 8월 16일
글
독도
그리움의 높이만큼 해당화 꽃 하나 켜고
피멍울 속울음을 파도에 갈고 갈아
대양의 폭풍우 향해 질긴 날을 세운다.
먼 수평 하늘가에 흰 돛 한 폭 나부끼면
설렘을 먼저 알고 날아오르는 갈매기 떼
사랑은 사치이로세. 마음 다시 다잡는 섬.
2014. 3. 13
글
황사黃砂
제주에서 날아올라 청주 공항 오며 보니
바다도 산도 마을도 황사에 잠겨 있다.
봄 물기 오른 산하가 딸꾹질을 하고 있다.
옛날부터 찾아오던 봄 불청객 고비 황사
대륙의 몸부림에 독기까지 배어 있다.
뻐꾹새 울다 목메어 자지러진 회색 빛 숲.
집집마다 창 내리고 앞산도 멀어지고
비질 된 골목처럼 비어가는 반도의 거리
일찍 핀 나뭇잎들만 분 바르고 서 있다.
차 한 대 없던 옛날도 편서풍 따라 봄에
서해 건넌 모래 먼지 송화처럼 내렸는데
증명할 방법 있냐고? 후안무치한 놈들!
2014. 2. 2
글
思父 一曲
눈길
아버님 제삿날 저녁 때늦은 春雪로
설화 곱게 피어난 연미 고개 넘으면서
雪花 속 아롱거리는 아버님 모습을 본다.
개학 전날 暴雪로 교통이 두절되어
오십 리 넘는 公州 아들 혼자 가는 길에
마음이 애틋하셔서 따라 나선 아버지.
눈보라 칼바람에 온몸 꽁꽁 얼으셔서
우성 지난 길가에 주저앉아 떠시면서도
내 옷깃 여며주시던 모닥불 빛 그 손길
금강 건너 도심에 한 등 한 등 켜질 무렵
“네 덕분에 먹고 싶던 짜장면 먹는구나”
허기진 젓가락 들어 덜어주던 아버지
이제는 짜장면 천 그릇도 살 수 있네.
짜장면 잡숴주실 아버님이 안 계시네.
춘설은 풍요로워도 구름처럼 허전한 길.
2014. 1. 10
글
닭서리
친구 부모 원행 간 집 동네 조무래기 모두 모여,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해 닭서리를 하였는데, 암탉, 수탉 서너 마리
가마솥에 푹푹 삶아 미친 듯이 뜯다 보니 백골만 다 남았네.
아침에 닭장에 가신 어머니 비명소리에 혼백이 다 날아가 소화된 닭이
넘어올 듯…….
2013. 12. 15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