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박김치

시조 2013. 2. 10. 22:13

나박김치 

 

설날 아침 떡국 먹다 나박김치 국물에

엄마와 함께 보던 노을빛이 떠올라서

한 수저 남겨놓고서 눈에 이슬 내려라.

 

 

2013.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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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골

시조 2013. 1. 27. 09:48

장다리골

 

머리채 긴 솔바람이

골목길 쓸고 간 후

집집 텃밭마다

장다리꽃 등 밝히다.

꾀꼬리

목소리 빛으로

눈부시던 그 꽃밭…….

 

지금은 장다리골

봄이 와도 꽃은 없고

꾀꼬리 꽃 부르던

목소리도 사라지고

고샅길

꼬불꼬불 돌아

경운기만 가고 있네.

 

 

201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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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

시조 2013. 1. 20. 09:10

매미 소리

  사탕 하나 입에 물고 예닐곱 개는 양 손에 갈라 쥐고

  휘파람 부을면서 목 빳빳이 세우고 갈 지자 걸음으로 천천히 고샅길 맴돌 적에 창현이, 천용이, 희수, 윤현이, 순옥이, 영숙이, 희순이, 희원이, 종환이, 동현이, 현자, 희익이, 학근이, 종순이 등등 일 개 소대 침 질질 흘리면서 비칠비칠 따라오며 기죽은 눈길로 내 양손만 뚫어질 듯 바라볼 때

  내 마음 깊은 울안에 천둥치듯 일어서던 아! 저 백만 마리 매미 소리.

  1013.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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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憂愁

시조 2012. 12. 1. 11:39

우수憂愁 

 

그대에게 다가가는 길은 끊어지고

오늘따라 어둠은 장막처럼 가로막아

 

창문에

비친 불빛만

바라보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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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연서

시조 2012. 5. 13. 21:43

민들레 연서

 

 

대 그림자

창에 어려

문을 열고

나서다.

 

밝은 달에

마음 들켜

그리움이 떨려서

 

민들레 꽃술에 담아

연서 하나 띄우다.

 

 

달빛 파도 타고

임의 창가에 떨어져

 

두견새

각혈로

새순 하나 틔우리라.

 

님이야

나인줄 몰라도

꽃으로 피려 하노라.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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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 일기穀雨日記

시조 2012. 4. 22. 09:32

곡우 일기穀雨日記

 

마른 논에 내리는 비

흙냄새가 일어난다.

못자리 파종하고

건너오는 실개천에

초록빛 종다리 울음

                        뾰롱

                뾰롱

        뾰롱

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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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일기驚蟄日記

시조 2012. 3. 6. 08:28

경칩 일기驚蟄日記 

 

차 마시다 창 틈으로

봄빛 새론 산山을 본다.

표구表具 하지 않아도

늘 거기 걸린 풍경

익숙한 녹차 맛처럼

눈 감아도

다가온다.

 

한사코 초록빛을

놓지 않는 산山이기에

시드는 난蘭을 위해

창窓을 열고 산山을 맞다.

성긴 잎 사이에 꽃대

혼불 하나

켜든다.

 

 

201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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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시조 2012. 3. 1. 09:02

찔레꽃

 

 

삘기, 찔레 꺾어먹다

소쩍새 소리에 허기져서

삶은 보리쌀 소쿠리에서 반 수저씩 훔쳐 먹다, 에라 모르겠다 밥보자기

치워놓고 밥주걱을 가져다가 열댓 번 퍼먹으니 밥 소쿠리 다 비었네.

서녘 산 산 그림자 성큼성큼 내려올 때 일 나갔던 아버지 무서워 덤불 뒤에 숨어 보던

창백한 낮달 같은 내 얼굴, 하얀 찔레꽃…….

 

 

201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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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시조 2012. 2. 29. 16:26

까치밥

 

 

설익은 그리움이

하늘 끝에 매달려서

저녁놀 익은 빛을

한 올 두 올 빨아들여

외로운

감나무 가지

홍등으로 밝혔다.

울다가 목 쉰 까치

한 입씩 쪼아 먹고

영 너머로 마음 떠나

빈 껍질만 남아있는

까치밥

마른 살점에

겨울바람 휘돈다.

 

 

2012.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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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교리

시조 2012. 2. 23. 23:23

가교리 

 

남가섭암 목탁소리 아침을 열고 있다. 

철승산 솔바람에 향기처럼 번져 나가 

불심이 깃든 집마다 어둠을 씻어내고 있다. 

 

살구꽃 몇 송이로 근심을 지운 마을 

대문 여는 아낙마다 햇살같이 환한 얼굴 

눈빛에 보내는 웃음 된장처럼 구수한 정. 

 

마곡천 수태극이 마을을 안고 돌아 

흰 구름 한 조각에 무릉武陵보다 신비롭다. 

건너뜸 다복솔 숲에 구구새 울음 날린다 

 

2012. 2. 23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