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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에 해당되는 글 240건
글
독도
그리움의 높이만큼 해당화 꽃 하나 켜고
피멍울 속울음을 파도에 갈고 갈아
대양의 폭풍우 향해 질긴 날을 세운다.
먼 수평 하늘가에 흰 돛 한 폭 나부끼면
설렘을 먼저 알고 날아오르는 갈매기 떼
사랑은 사치이로세. 마음 다시 다잡는 섬.
2014. 3. 13
글
황사黃砂
제주에서 날아올라 청주 공항 오며 보니
바다도 산도 마을도 황사에 잠겨 있다.
봄 물기 오른 산하가 딸꾹질을 하고 있다.
옛날부터 찾아오던 봄 불청객 고비 황사
대륙의 몸부림에 독기까지 배어 있다.
뻐꾹새 울다 목메어 자지러진 회색 빛 숲.
집집마다 창 내리고 앞산도 멀어지고
비질 된 골목처럼 비어가는 반도의 거리
일찍 핀 나뭇잎들만 분 바르고 서 있다.
차 한 대 없던 옛날도 편서풍 따라 봄에
서해 건넌 모래 먼지 송화처럼 내렸는데
증명할 방법 있냐고? 후안무치한 놈들!
2014. 2. 2
글
思父 一曲
눈길
아버님 제삿날 저녁 때늦은 春雪로
설화 곱게 피어난 연미 고개 넘으면서
雪花 속 아롱거리는 아버님 모습을 본다.
개학 전날 暴雪로 교통이 두절되어
오십 리 넘는 公州 아들 혼자 가는 길에
마음이 애틋하셔서 따라 나선 아버지.
눈보라 칼바람에 온몸 꽁꽁 얼으셔서
우성 지난 길가에 주저앉아 떠시면서도
내 옷깃 여며주시던 모닥불 빛 그 손길
금강 건너 도심에 한 등 한 등 켜질 무렵
“네 덕분에 먹고 싶던 짜장면 먹는구나”
허기진 젓가락 들어 덜어주던 아버지
이제는 짜장면 천 그릇도 살 수 있네.
짜장면 잡숴주실 아버님이 안 계시네.
춘설은 풍요로워도 구름처럼 허전한 길.
2014. 1. 10
글
닭서리
친구 부모 원행 간 집 동네 조무래기 모두 모여,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해 닭서리를 하였는데, 암탉, 수탉 서너 마리
가마솥에 푹푹 삶아 미친 듯이 뜯다 보니 백골만 다 남았네.
아침에 닭장에 가신 어머니 비명소리에 혼백이 다 날아가 소화된 닭이
넘어올 듯…….
2013. 12. 15
글
동행(同行)
누군가 새벽 산길
혼자 넘은
외발자국
그의 삶에 기대면서
그의 마음 밟고 간다.
외로운
눈길에 깔아놓은
털옷처럼 따스한 정.
닫은 문 귀를 열면
앞서 간 이
내미는 손
어디선가 밀어주는
함성 소리 밟고 간다.
고갯길 막막하여도
인생은 동행이다.
2013. 12. 11
글
미소 지킴이
미소가 등불처럼 고여 있는 아내의 입가
수삼 년 꽃 못 피운 동백나무 심고 싶다
미소를 자양분 삼아 꽃잎 활짝 피어나게
어렵게 피어난 꽃 온 계절 지지 않게
작은 내 관심에도 햇살 같은 아내 얼굴
행복한 아내 얼굴에 미소지킴이 되고 싶다.
2013. 10. 20
2013년 <문학사랑> 겨울호
글
廢寺의 종
핏-빛 단풍이 타오르는 골짜기에
기와지붕 허물어져 비새는 절 추녀 끝에
썩다 만 조롱박처럼 매달린 종 하나.
오랜 세월 울지 못해 울음으로 배부른 종
소쩍새 울음으로 달빛으로 키운 울음
종 벽 속 꿈틀거리는 용암 같은 피울음.
이순 넘은 삶의 망치 꽝 하고 두드리면
산사태 몰아치듯 사바까지 넘칠 울음
종 채를 들었다 놨다 가을 해가 기우네.
2013. 10. 9
글
마곡사 범종소리
마곡사 범종소리
법당 하나 짓고 있다.
여울물 물소리로
한 모금씩 묻어 와서
사랑이
메마른 마음마다
독경 소리 울리고 있다.
2013. 9. 25
글
까치
몸 하나 누일만큼
알 하나 품을만큼
미루나무 꼭대기에
오막살이 지어놓고
“깍깍깍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저 까치.
백 번을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소리
바람 숭숭 뜷린 집에
밤 하늘 별이 새도
“깍깍깍 나도 사랑해”
깃을 펴는 저 까치.
2013. 4. 16
글
사랑과 믿음
아이들 혼인날 아침 마음 씻고 비는 것은
사랑의 날실과 믿음의 씨실을 엮어
결 고운 비단결 같이 삶을 펼쳐 가라는 것,
안 보면 보고 싶고 보아도 또 보고 싶게
마음의 꽃술 열어 사랑의 꿀 채우거라
큰 그늘 드리우지 않게 눈을 떼지 말거라
몇 억 겁을 헤매다가 청홍실로 묶였는고!
작은 의심 키우다가 인연의 줄 끊지 말고
믿음의 울타리 안에 화락(和樂)한 삶 이루기를……
손잡고 걷는 길에 고개 어찌 없겠는가
남편이 발을 삐면 내 살처럼 아파하며
아내가 넘어지면 등에 업고 가라는 것.
201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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