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시조 2014. 3. 13. 10:10

독도

 

그리움의 높이만큼 해당화 꽃 하나 켜고

피멍울 속울음을 파도에 갈고 갈아

대양의 폭풍우 향해 질긴 날을 세운다.

 

먼 수평 하늘가에 흰 돛 한 폭 나부끼면

설렘을 먼저 알고 날아오르는 갈매기 떼

사랑은 사치이로세. 마음 다시 다잡는 섬.

 

201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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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黃砂

시조 2014. 3. 2. 09:46

황사黃砂

 

 

제주에서 날아올라 청주 공항 오며 보니

바다도 산도 마을도 황사에 잠겨 있다.

봄 물기 오른 산하가 딸꾹질을 하고 있다.

 

옛날부터 찾아오던 봄 불청객 고비 황사

대륙의 몸부림에 독기까지 배어 있다.

뻐꾹새 울다 목메어 자지러진 회색 빛 숲.

 

집집마다 창 내리고 앞산도 멀어지고

비질 된 골목처럼 비어가는 반도의 거리

일찍 핀 나뭇잎들만 분 바르고 서 있다.

 

차 한 대 없던 옛날도 편서풍 따라 봄에

서해 건넌 모래 먼지 송화처럼 내렸는데

증명할 방법 있냐고? 후안무치한 놈들!

 

 

201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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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父 一曲 - 눈길

시조 2014. 1. 10. 10:40

思父 一曲

 

눈길

 

 

아버님 제삿날 저녁 때늦은 春雪로

설화 곱게 피어난 연미 고개 넘으면서

雪花 속 아롱거리는 아버님 모습을 본다.

 

개학 전날 暴雪로 교통이 두절되어

오십 리 넘는 公州 아들 혼자 가는 길에

마음이 애틋하셔서 따라 나선 아버지.

 

눈보라 칼바람에 온몸 꽁꽁 얼으셔서

우성 지난 길가에 주저앉아 떠시면서도

내 옷깃 여며주시던 모닥불 빛 그 손길

 

금강 건너 도심에 한 등 한 등 켜질 무렵

“네 덕분에 먹고 싶던 짜장면 먹는구나”

허기진 젓가락 들어 덜어주던 아버지

 

이제는 짜장면 천 그릇도 살 수 있네.

짜장면 잡숴주실 아버님이 안 계시네.

춘설은 풍요로워도 구름처럼 허전한 길.

 

 

 

2014.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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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서리

시조 2013. 12. 15. 10:14

닭서리

 

친구 부모 원행 간 집 동네 조무래기 모두 모여,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해 닭서리를 하였는데, 암탉, 수탉 서너 마리

가마솥에 푹푹 삶아 미친 듯이 뜯다 보니 백골만 다 남았네.

 

아침에 닭장에 가신 어머니 비명소리에 혼백이 다 날아가 소화된 닭이

넘어올 듯…….

 

201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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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同行)

시조 2013. 12. 11. 10:57

동행(同行)

 

누군가 새벽 산길

혼자 넘은

외발자국

 

그의 삶에 기대면서

그의 마음 밟고 간다.

 

외로운

눈길에 깔아놓은

털옷처럼 따스한 정.

 

 

닫은 문 귀를 열면

앞서 간 이

내미는 손

 

어디선가 밀어주는

함성 소리 밟고 간다.

 

고갯길 막막하여도

인생은 동행이다.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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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지킴이

시조 2013. 10. 20. 09:42

미소 지킴이

 

미소가 등불처럼 고여 있는 아내의 입가

수삼 년 꽃 못 피운 동백나무 심고 싶다

미소를 자양분 삼아 꽃잎 활짝 피어나게

 

어렵게 피어난 꽃 온 계절 지지 않게

작은 내 관심에도 햇살 같은 아내 얼굴

행복한 아내 얼굴에 미소지킴이 되고 싶다.

 

2013. 10. 20

 

2013년 <문학사랑>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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廢寺의 종

시조 2013. 10. 9. 08:59

의 종

 

-빛 단풍이 타오르는 골짜기에

기와지붕 허물어져 비새는 절 추녀 끝에

썩다 만 조롱박처럼 매달린 종 하나.

 

오랜 세월 울지 못해 울음으로 배부른 종

소쩍새 울음으로 달빛으로 키운 울음

종 벽 속 꿈틀거리는 용암 같은 피울음.

 

이순 넘은 삶의 망치 꽝 하고 두드리면

산사태 몰아치듯 사바까지 넘칠 울음

종 채를 들었다 놨다 가을 해가 기우네.

 

201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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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범종소리

시조 2013. 9. 25. 10:51

마곡사 범종소리

 

마곡사 범종소리

법당 하나 짓고 있다.

 

여울물 물소리로

한 모금씩 묻어 와서

 

사랑이

메마른 마음마다

독경 소리 울리고 있다.

 

201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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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시조 2013. 4. 16. 08:03

까치

 

몸 하나 누일만큼

알 하나 품을만큼

미루나무 꼭대기에

오막살이 지어놓고

“깍깍깍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저 까치.

 

백 번을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소리

바람 숭숭 뜷린 집에

밤 하늘 별이 새도

“깍깍깍 나도 사랑해”

깃을 펴는 저 까치.

 

201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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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믿음

시조 2013. 3. 1. 10:22

사랑과 믿음

 

아이들 혼인날 아침 마음 씻고 비는 것은

사랑의 날실과 믿음의 씨실을 엮어

결 고운 비단결 같이 삶을 펼쳐 가라는 것,

 

안 보면 보고 싶고 보아도 또 보고 싶게

마음의 꽃술 열어 사랑의 꿀 채우거라

큰 그늘 드리우지 않게 눈을 떼지 말거라

 

몇 억 겁을 헤매다가 청홍실로 묶였는고!

작은 의심 키우다가 인연의 줄 끊지 말고

믿음의 울타리 안에 화락(和樂)한 삶 이루기를……

 

손잡고 걷는 길에 고개 어찌 없겠는가

남편이 발을 삐면 내 살처럼 아파하며

아내가 넘어지면 등에 업고 가라는 것.

 

2013. 3. 1.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