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시조 2012. 2. 29. 16:26

까치밥

 

 

설익은 그리움이

하늘 끝에 매달려서

저녁놀 익은 빛을

한 올 두 올 빨아들여

외로운

감나무 가지

홍등으로 밝혔다.

울다가 목 쉰 까치

한 입씩 쪼아 먹고

영 너머로 마음 떠나

빈 껍질만 남아있는

까치밥

마른 살점에

겨울바람 휘돈다.

 

 

2012.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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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교리

시조 2012. 2. 23. 23:23

가교리 

 

남가섭암 목탁소리 아침을 열고 있다. 

철승산 솔바람에 향기처럼 번져 나가 

불심이 깃든 집마다 어둠을 씻어내고 있다. 

 

살구꽃 몇 송이로 근심을 지운 마을 

대문 여는 아낙마다 햇살같이 환한 얼굴 

눈빛에 보내는 웃음 된장처럼 구수한 정. 

 

마곡천 수태극이 마을을 안고 돌아 

흰 구름 한 조각에 무릉武陵보다 신비롭다. 

건너뜸 다복솔 숲에 구구새 울음 날린다 

 

2012. 2. 23

 

 

 

 

 

posted by 청라

봄날에 기다리다

2012. 2. 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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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平寺

시조 2011. 10. 13. 13:06

永平寺

 

엄 기 창

 

 

바라밀경 한 소절이

구절초로 눈을 틔워

 

목탁木鐸 소리 한 울림에

한 송이씩 꽃을 피워

 

장군산

골짜기 가득

퍼져가는 저 범창梵唱 소리

 

 

201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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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시조 2011. 7. 16. 08:09

소나기 

 

당신이 왔다 가니 도심都心이 맑아졌네.

 

시루봉 산정山頂이 이웃처럼 가깝구나.

 

번개로 찢어버리고 다시 빚은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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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시조 2011. 7. 1. 22:11

봉숭아

 

비 온 후

우우우

꽃들의 진한 함성

 

팬지, 데이지, 사루비아

화단의 앞줄에 서고

 

봉숭아 뒷방 할머니처럼

풀 사이에 숨어 폈다.

 

 

모종삽에

담뿍 떠서

맨 앞줄에 세워본다

 

남의 땅에 혼자 선 듯

잔가지가 위태하다.

 

제 땅을 모두 잃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꽃!

 

201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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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부음 오던 날

시조 2011. 5. 24. 07:36

누님 부음 오던 날

 

            엄 기 창

 

 

조팝꽃 지고

여울 울어

봄 하루 시들던 날

 

회재고개

비탈길로

누님의 부음 넘어와

 

빈 고향 초록 들판에

가랑비를 뿌리다.

 

 

어머님도

아버님도

다 가시고 없는 집에

 

누님이

좋아하던

앵두 혼자 익어간다.

 

짙붉은 앵두 빛깔에

넘쳐나는 서러움.

 

 

201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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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부기

시조 2010. 12. 14. 10:53

뜸부기

 

저녁노을

한 모금씩

물고 와서

뱉어내어

 

자운영꽃 속울음을

텃논 가득 뿌려놓고

 

온 봄내

끓는 피 데워

몸을 푸는 뜸부기

 

201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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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계곡에서

시조 2010. 11. 30. 15:49

청하계곡에서 

 

솔 사이로 새는 별을

소주잔에 동동 띄우고

 

보름달 곱게 깎아

떡갈잎에 한 조각 싸서

 

임 한 잔 마실 때마다

입에 넣어 주는 밤

 

 

산은 바람을 불러

가락을 연주하고

 

물은 하늘을 담아

별 세상을 꾸며주네.

 

임과만 둘 있는 세상

산과 물은 장식일세.

 

2010. 11. 30

 

 

 

posted by 청라

선물

 

선물 

 

고향 산 솔바람을 박씨처럼 물고 가서

 

작은 누님 무덤가에 총총히 심어놓네요.

 

첫 제사 선물 삼아서 솔향기도 담아가고.

 

 

여기 솔바람은 열무김치 맛이다 야

 

부모님 유택 뒤로 산 뻐꾸기 울던 시절

 

누님의 그 말소리가 저녁달로 뜨네요.

 

 

2010. 11. 16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