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시조 2008. 10. 3. 22:23

 

노을


어머님이 깔아주신

아랫목 이불인가


겨울날 시린 맘으로

고향 길 들어서면


살며시 

마중 나와서

적셔주는 노을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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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시조 2008. 8. 29. 13:08
 

돌탑



매미 울음 한 소절을

돌에 심어 쌓아놓고


매미처럼 진한 염원

노래로 녹여내어


온여름 산을 울리는

돌탑으로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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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 紀行

시조 2008. 3. 28. 09:19
 

落花 紀行


섬진강변 매화마을에

매화꽃이 반쯤 져서


진 꽃만큼

시든 바람에

한숨처럼 묻혀 간 봄


제 눈물에

젖은 가랑비

울음 모아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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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시조 2008. 2. 24. 20:50
 

단 풍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뜨겁게 사르려고


가슴 깊이

묻었던 사랑

모닥불로 피워 올려


피울음

끓는 아우성

온 세상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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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시조 2008. 2. 23. 23:35
 


 달맞이꽃


예닐곱 살 소녀의

투정처럼 피어나서


꽃잎마다 반짝이는

천 개의 달빛을 받아


그리움

안으로 익은

청청한 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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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시조 2008. 2. 19. 10:29
 


<시조>


철조망


산줄기 갈라 뻗은

대진 고속도로 옆


건넛산 그리움에

넋 잃은 고라니 한 마리


몽롱한 눈동자 속에

피어오르는 오색구름




밤마다 꿈속에선

바람에 날개 달아


그리움 매듭 풀어

이슬 눈물 뿌렸지만


새벽녘 꿈 깨어 보면

건널 수 없는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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