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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기다리다
2012. 2. 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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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永平寺
엄 기 창
바라밀경 한 소절이
구절초로 눈을 틔워
목탁木鐸 소리 한 울림에
한 송이씩 꽃을 피워
장군산
골짜기 가득
퍼져가는 저 범창梵唱 소리
2011. 10. 12
글
소나기
당신이 왔다 가니 도심都心이 맑아졌네.
시루봉 산정山頂이 이웃처럼 가깝구나.
번개로 찢어버리고 다시 빚은 세상아!
글
봉숭아
비 온 후
우우우
꽃들의 진한 함성
팬지, 데이지, 사루비아
화단의 앞줄에 서고
봉숭아 뒷방 할머니처럼
풀 사이에 숨어 폈다.
모종삽에
담뿍 떠서
맨 앞줄에 세워본다
남의 땅에 혼자 선 듯
잔가지가 위태하다.
제 땅을 모두 잃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꽃!
2011. 7. 1
글
누님 부음 오던 날
엄 기 창
조팝꽃 지고
여울 울어
봄 하루 시들던 날
회재고개
비탈길로
누님의 부음 넘어와
빈 고향 초록 들판에
가랑비를 뿌리다.
어머님도
아버님도
다 가시고 없는 집에
누님이
좋아하던
앵두 혼자 익어간다.
짙붉은 앵두 빛깔에
넘쳐나는 서러움.
2011. 5. 22
글
뜸부기
저녁노을
한 모금씩
물고 와서
뱉어내어
자운영꽃 속울음을
텃논 가득 뿌려놓고
온 봄내
끓는 피 데워
몸을 푸는 뜸부기
2010. 12. 14
글
청하계곡에서
솔 사이로 새는 별을
소주잔에 동동 띄우고
보름달 곱게 깎아
떡갈잎에 한 조각 싸서
임 한 잔 마실 때마다
입에 넣어 주는 밤
산은 바람을 불러
가락을 연주하고
물은 하늘을 담아
별 세상을 꾸며주네.
임과만 둘 있는 세상
산과 물은 장식일세.
2010. 11. 30
글
선물
고향 산 솔바람을 박씨처럼 물고 가서
작은 누님 무덤가에 총총히 심어놓네요.
첫 제사 선물 삼아서 솔향기도 담아가고.
여기 솔바람은 열무김치 맛이다 야
부모님 유택 뒤로 산 뻐꾸기 울던 시절
누님의 그 말소리가 저녁달로 뜨네요.
2010. 11. 16
글
글
현충일 애상
묵념의
나팔소리
꿈결같은 현충일
물젖은
할아버지
눈동자에 도장 찍힌
아파트
한 동에 걸린
태극기
하나,
둘…,
두 -
울…….
201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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