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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경칩 일기驚蟄日記
차 마시다 창 틈으로
봄빛 새론 산山을 본다.
표구表具 하지 않아도
늘 거기 걸린 풍경
익숙한 녹차 맛처럼
눈 감아도
다가온다.
한사코 초록빛을
놓지 않는 산山이기에
시드는 난蘭을 위해
창窓을 열고 산山을 맞다.
성긴 잎 사이에 꽃대
혼불 하나
켜든다.
2012. 3. 6
글
찔레꽃
삘기, 찔레 꺾어먹다
소쩍새 소리에 허기져서
삶은 보리쌀 소쿠리에서 반 수저씩 훔쳐 먹다, 에라 모르겠다 밥보자기
치워놓고 밥주걱을 가져다가 열댓 번 퍼먹으니 밥 소쿠리 다 비었네.
서녘 산 산 그림자 성큼성큼 내려올 때 일 나갔던 아버지 무서워 덤불 뒤에 숨어 보던
창백한 낮달 같은 내 얼굴, 하얀 찔레꽃…….
2012. 3. 1
글
까치밥
설익은 그리움이
하늘 끝에 매달려서
저녁놀 익은 빛을
한 올 두 올 빨아들여
외로운
감나무 가지
홍등으로 밝혔다.
울다가 목 쉰 까치
한 입씩 쪼아 먹고
영 너머로 마음 떠나
빈 껍질만 남아있는
까치밥
마른 살점에
겨울바람 휘돈다.
2012. 2, 29
글
가교리
남가섭암 목탁소리 아침을 열고 있다.
철승산 솔바람에 향기처럼 번져 나가
불심이 깃든 집마다 어둠을 씻어내고 있다.
살구꽃 몇 송이로 근심을 지운 마을
대문 여는 아낙마다 햇살같이 환한 얼굴
눈빛에 보내는 웃음 된장처럼 구수한 정.
마곡천 수태극이 마을을 안고 돌아
흰 구름 한 조각에 무릉武陵보다 신비롭다.
건너뜸 다복솔 숲에 구구새 울음 날린다.
2012. 2. 23
보호글
봄날에 기다리다
2012. 2. 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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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永平寺
엄 기 창
바라밀경 한 소절이
구절초로 눈을 틔워
목탁木鐸 소리 한 울림에
한 송이씩 꽃을 피워
장군산
골짜기 가득
퍼져가는 저 범창梵唱 소리
2011. 10. 12
글
소나기
당신이 왔다 가니 도심都心이 맑아졌네.
시루봉 산정山頂이 이웃처럼 가깝구나.
번개로 찢어버리고 다시 빚은 세상아!
글
봉숭아
비 온 후
우우우
꽃들의 진한 함성
팬지, 데이지, 사루비아
화단의 앞줄에 서고
봉숭아 뒷방 할머니처럼
풀 사이에 숨어 폈다.
모종삽에
담뿍 떠서
맨 앞줄에 세워본다
남의 땅에 혼자 선 듯
잔가지가 위태하다.
제 땅을 모두 잃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꽃!
2011. 7. 1
글
누님 부음 오던 날
엄 기 창
조팝꽃 지고
여울 울어
봄 하루 시들던 날
회재고개
비탈길로
누님의 부음 넘어와
빈 고향 초록 들판에
가랑비를 뿌리다.
어머님도
아버님도
다 가시고 없는 집에
누님이
좋아하던
앵두 혼자 익어간다.
짙붉은 앵두 빛깔에
넘쳐나는 서러움.
2011. 5. 22
글
뜸부기
저녁노을
한 모금씩
물고 와서
뱉어내어
자운영꽃 속울음을
텃논 가득 뿌려놓고
온 봄내
끓는 피 데워
몸을 푸는 뜸부기
201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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