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城

시조 2015. 1. 13. 07:49



돌 틈마다 세월의 무게가 돌이끼로 덮여있다.

깨어진 기왓장에 박혀있는 삶의 무늬

시간이 스쳐 온 자리 스며있는 눈물과 한숨

무너져도 일어서는 분노를 다독이며

단심丹心 의혈義血이 꽃처럼 지던 그 날

함성이 떠난 자리에 흰 구름만 떠도네.

무엇을 깎아내려 밤새도록 쏟아 부었나

비바람 지나간 성터 수목 빛이 더욱 곱다.

역사는 지우려할수록 더 파랗게 살아난다.


201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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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시조 2015. 1. 9. 22:04

고무줄



계집애들 고무줄 하는데 심술쟁이 희수란 놈 시침 떼고 다가가서 고무줄 뚝 끊어놓으면

모두들 어이없어 동작 뚝, 흐르는 적막, "저 씹할 놈이" 상순이년 욕소리에 희수를 향해 몰려들 가는데, 봉자 년은 막대기 들고, 경자 년은 돌멩이 들고, 복자 년은 신발 벗어 들고, 운동장은 개판……

온종일 도망치려면 자르기는 왜 잘라.


201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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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

시조 2015. 1. 8. 16:35

선구자


눈보라 매섭다고

봉오리마다 숨죽일 때


칼바람에 심지 박아

꽃등 켜든 한 송이 매화


꽃술에

모여든 햇살

꿈을 이룬 저 환희


2015.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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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발찌

시조 2015. 1. 6. 17:40

주홍 발찌


솔처럼 살겠노라

황사 짙은 세상에도

심충 모래밭에

난초 한 촉 심어놓고

어둠의 중심을 향해

꽃등 하나 켜들려 했지.



청청한 내 생위에

벌레 하나 숨어 커서

깊은 산골 물소리로 

닦아내지 못한 얼룩

진주홍 지워지지 않을

발찌 하나 채운다.


201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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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 우울할 때-시장풍경2

시조 2015. 1. 3. 12:23

사는 것 우울할 때

                   -시장 풍경2



사는 것 우울할 때

시장 길 걸어본다.

상품권 몇 장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흥 넘친 호객 소리에

온 몸을 묻어본다.


머리 고기 한 점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알록달록 모자 하나

삐뚜름히 사서 쓰고

갈지자걸음 걸으면

흥청거리는 장마당.


엊그제 백화점에서

못 산 그 옷 사서 입고

고등어 한 손을

왼 손에 묶어 들면

근심들 말끔히 지워져

어깨춤이 절로 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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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에서-시장 풍경1

시조 2015. 1. 3. 09:41

중앙시장에서

            -시장 풍경1


삶은

상점마다

색색으로 꽃을 피웠다.


꺾여지고

다시 피는

억척스런

사연들이


점멸등 깜빡거리듯

교차되는 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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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시조 2014. 12. 24. 08:14

가정


 열면 안겨오는 

아내의 웃음꽃다발


곤두섰던 털 재우고

바람 묻은 외투를 벗으면


내민 손 반가운 눈빛에서

일어서는 봄 햇살


2014.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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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시조 2014. 12. 10. 00:31

징검다리


큰물 지고나면 앞니 빠진 개구쟁이 되어 계집애들 울리던 학교 길 징검다리

건너뛸 수 있는데도 물에 첨벙 빠진 후에 새침떼기 복자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등 살짝 내밀며는 능금모양 낯붉히고 엎혀오던 징검다리

오십 년 후딱 지났어도 그 자리에 서면 금방 핀 풀꽃처럼 언제나 싱싱한 설렘이여!


201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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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시조 2014. 11. 29. 16:13

운동화


소 뜯기러 뒷산에 갔다 놀란 소 때문에 새신 찢어먹고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은 화끈화끈  쇠줄 집어던지고 산등성이 왔다 갔다

죄없는 등걸 발길로 차며 벼락같이 소리도 지르다가 해 다 기울도록 산 못

내려오는데, 마중 나온 아버지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댓돌에 운동화 한 쌍, 눈물 왈칵 쏟게 하던 아침 등굣길.



201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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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2

시조 2014. 11. 26. 14:32

낙화2

 

아름답게

이별하고 있다.

진종일 지는 벚꽃잎들은

 

찰나를 불태우고서

바람에 날개 달아

 

가볍게 날아 떠나는

저 분분한

이별

이별......

 

2014. 11. 26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