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하구河口에서

시조 2016. 1. 8. 07:36


금강 하구河口에서

 

 

어릴 때 띄워 보낸

그리움의 씨앗들아!

대양大洋을 떠돌면서

내 마음 못 전하고

하구河口에 주저앉아서

갈대꽃으로 피었구나.

 

아쉬움이 고여서

젖어있는 습지濕地 머리

삭히고 씻은 말들

솜털처럼 내두르며

삭풍에 시잇 시이잇

온몸으로 울고 있다.

 

육십 년을 목청 돋워

날 부르고 있었는가

실처럼 가는 목이

된바람에 애처롭다.

철새들 한 입 물었다가

뱉어내는 목 쉰 외침.


201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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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무덤

시조 2015. 12. 25. 11:04

도자기 무덤

 

 

살점마다

쌓인 한만큼

달빛을 

머금었다.

 

삶의 

받침대에

손때 한 번 

못 묻히고

 

지옥 불 

나오자마자

깨져버진 생명들아!

 

20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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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시조 2015. 12. 5. 11:16

제비꽃


이파리 하나라도 들킬까봐 움츠리고

풀 뒤에 숨어 읊조리는 자줏빛 저 고백을

가다가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듣고 있네.


201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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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竹林의 저녁

시조 2015. 10. 15. 15:21

죽림竹林의 저녁

 

 

있고 술 있으면

내 집이 죽림竹林이지

 

바람에 씻긴 달을

맛있게 시로 깎아

 

아끼는 술친구 불러

술안주로 내놓다.

 

 

2015.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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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覺性의 가을

시조 2015. 9. 11. 11:58

각성覺性의 가을

 

 

하루살이에 비하면 짧은 삶이 아니었네.

매미의 마지막 노래 초록 잎에 꽃물 들여

온 산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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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시조 2015. 8. 11. 15:12

모란

 

 

모란꽃 모든 귀들은

법당 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불경소릴 들으려고

깃 세워 퍼덕이던

 

一念이 영글어 터진

저 간절한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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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시조 2015. 7. 16. 19:15

호박



비탈밭 마른 덩굴에

호박 혼자 늙어간다.


씨 뿌린 할마시는

오는 걸 잊었는가.


마을로 내려가는 길

망초꽃만 무성하다.


201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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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

시조 2015. 3. 21. 08:59

푸념

 

 

친구 상가 들렀다가 새벽 두 시 들어와서

열 시까지 잠자다가 열한 시 차 타고 가선

아빠야, 지난 삼월에 아빠 보러 갔었잖아.”

 

아들아, 네가 무슨 스쳐가는 바람이냐?

네 자취 희미해서 왔던 기억 전혀 없다.

길 가다 문득 만나도 몰라볼까 두렵다.

 

2015,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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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쓰는 이유

시조 2015. 3. 7. 14:16

시조 쓰는 이유



내 행복

듬뿍 풀어

시조 한 수 빚는다.


툰드라의 가슴마다

햇살 씨앗 깊게 심어 


벌 나비

날갯짓 하는

봄꽃 가득 피우려고.



201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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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시조 2015. 2. 5. 15:44

홍시



누군가

핏빛 소망

불꽃으로 피워놓았나.


칼바람에 갈고 갈아

심지만 남았다가


하늘의 

무게에 눌려

반짝 하고

타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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