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

시조 2010. 6. 10. 07:33

山寺

 

 

풍경은

자려는데

바람은 가만 두질 않네.

 

모란꽃

향기 담아

추녀 가 스쳐 가면

 

땡그렁

풍경 소리에

일렁이는 만 겹 달빛

 

2010.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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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질

시조 2010. 5. 30. 10:16
 

낚시질


큰물 지나 양어장에

잉어 탈출 소식 듣고

태화천 맑은 물에 낚시 담가 기다리니

잉어는 

아니 물리고

독경 소리만 퍼덕이네.


마곡사 큰 스님 얼굴에

관음보살 겹쳐져서

낚싯줄 걷으려고 허리 구부리니

낚싯대 

부르르 떨어

열사흘 달 이그러져.


잉어를 건져 올려

어망에 넣다 뺏다

제기랄, 욕을 하고 물속에 집어던지니

법열로 

물맴 돌면서

번져가는 물무늬.



2010, 5. 30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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磨崖三尊佛

시조 2010. 5. 18. 18:49

磨崖三尊佛

 

 

불이문不二門 들어서니 사바는 문 밖이라

연녹색 산빛이 彩雲채운처럼 둘러서서

삼존불 풍성한 자비慈悲 밝혀들고 있구나.

 

바위에 새긴 미소 암심岩心으로 뿌리 내려

천 년을 깎아 내도 웃음은 못 지우고

어깨 팔 떨어진 조각만 세월 흔적 그렸네.

 

그 웃음 퍼내다가 마음에 새겨 두고

잘 적 깰 적 떠올려도 닮을 수 없는 슬픔

오늘도 웃는 연습에 하루해가 저문다.

 

 

201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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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의 오월

시조 2010. 5. 9. 07:45

 

태화산의 오월



오월 태화산이

소리의 베 짜고 있다.


연두 빛 목소리가

뭉클대는 등성이로


목 젖은 두견새 울음

철쭉꽃에 녹아든다.



군왕대 맑은 지기地氣

솔바람으로 퍼 올려서


태화천 물소리에

염불가루 곱게 타서


돌부처 새겨진 미소

사바세계로 보낸다.





 201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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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시조 2010. 5. 5. 07:56

 

歸鄕



옛집 앞 고샅 걸으니

세월만큼의 무게도 없다.

아이들 목소리

넘쳐나던 담 머리에

실각시잠자리 혼자

오수에 젖어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에 눈을 이고

반기는 웃음마다

가는 실금 어리었다.

빈 골목 퀭한 바람에

눈물 적시는 저녁놀…….


20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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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설晩雪

시조 2010. 3. 20. 16:32

 

만설晩雪



필동    

말동

매화꽃 봉오리 위로


설화

피어

눈물로 질까 떨다가


온 눈꽃 다 지고 나니

매화 눈 못 뜰까 잠 못 드네.


201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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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보문산

시조 2010. 3. 1. 09:41

 

내 사랑 보문산



비 그치자 보문산이 봄 화장을 하고 있다.

골안개 분칠하는 산기슭 따라 돌며

바람은 실가지마다 붉은 연지 찍고 있다.


잘 익은 초록빛이 온 도시를 다 씻는다.

고촉사 목탁소리에 불음佛音이 묻어나서

도시의 모든 귀들이 산 쪽으로 열려있다.


아픔도 삭혀내면 사랑으로 익는 것을

온 산 자락마다 흐드러진 저 단풍아

누구의 눈물을 모아 꽃처럼 붉었느냐?


마음이 어지러운 날 창문을 열고 보면

시루봉 앞이마가 백설로 정결하다.

마음이 빗질 되어서 콧노래로 돋는다.


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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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老僧

시조 2010. 2. 1. 10:21

 

노승老僧



밤새워
독경讀經으로

살금살금 벗겨내어


솔바람 풍경소리

찬 이슬에 재웠다가


부처님 

입가의 미소

동백 冬柏 으로 피웠다.


201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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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시조 2010. 1. 31. 08:11

 

동반자


아내가 발 틀리면 내가 발을 맞춰주고

내가 발 틀리면 아내가 발 맞춰주고

큰소리 다툼하나 없이 인생길을 걷는다.


아내가 멈춰서면 내가 손을 끌어주고

내가 멈춰서면 아내가 등 밀어주며

힘들면 끌고 밀면서 인생 고개 넘는다.


둘이 하나 되어 마음 맞춰 살다 보면

사랑만도 부족한데 미워할 새 어디 있나.

흥타령 어깨동무로 사는 세상은 늘 봄이네.


2010.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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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포의 새벽

시조 2010. 1. 15. 09:39

 

방포의 새벽


바람이 잠을 깨어 새벽 바다를 건너간다.

바람의 뒤꿈치에서 일어서는 파도소리

천 개의 물이랑마다 반짝이는 그믐달빛


혼곤한 꿈을 열고  파도 소리 들어와서

어지러운 꿈을 깨워 새 하루를 빚어놓네.

고요 속 누웠던 열기 술렁술렁 일렁이고.


나는 누구인가 바다에게 물어보니

일찍 깬 갈매기만 무어라고 지껄이네.

바다야 말 아니 해도 내가 누군지 보았노라.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