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 무렵

시조 2009. 9. 12. 12:38
 

여름 끝 무렵


국화꽃 멍울 부품도

가슴 저린 일이어니

분주한 고추잠자리

이고 있는 하늘 가로

손 털고 일어나 가듯

미련 없이 가는 여름


 

잠 깬 바람 여울목에

쓸려가는 뭉게구름

흥 파한 계곡마다

돌 틈 가득 쌓인 공허

보내는 마음 허전해

눈시울 적셔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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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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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제삿날

시조 2009. 5. 31. 22:30

 

어머님 제삿날


까치소리 몇 소절이

살구나무 꽃눈을 쪼더니

해질녘 빈 가지에

두 세 송이 꽃등 밝혀

어머니 젖은 목소리

화향(花香)으로 오시다.


지방(紙榜)에 반가움 담아

병풍 아래 모셔놓고

살아생전 못 드시던

떡 과일 가득 차렸지만

향불이 다 사위도록

줄어들 줄 몰라라.


빛바랜 추억담을

갱물 말아 마시면서

벽 위에 걸려있는

초로 적 고운 사진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돌아갈 수 없는 세월.










 



posted by 청라

山房 四季

시조 2008. 11. 27. 22:05

 

山房 四季



(봄)

산 벚꽃 폭죽처럼 터져오는 산기슭을

담채화(淡彩畵) 두어 폭에 담뿍 담아 걸었더니

화향(花香)이 봄 다 가도록 집안 가득 떠도네.


(여름)

베개 밑 골물소리  꿈 자락에 묻어나서

근심 빗질하여 바람 속에 던져두고

기름진 잠결에 취해 여름밤이 짧아라.


(가을)

용소(龍沼)에 가을 달이 집 틀어 누웠기에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어 두었더니

아침에 햇살 비추니 단풍산도 따라왔네.


(겨울)

선계(仙界)에 덮을 것이 무엇이 남았다고

검은 이불 걷힌 아침 하얀 속살 드러낸 산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지워지고 없구나.


2008.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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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시조 2008. 11. 14. 23:35

 

세월


가을 마중하러

계룡산도 못 가보았네.


얼룽이는 삶의 무늬

취해서 살다 보니


가로수 

잎 진 가지에

칼바람이 앉아있네.



출퇴근길 은행잎에

가을이 떨어져도


낯익은 풍경이라

세월 자취 모르다가


꿈 깨어

이만큼 와서

눈물 한 모금 삼켜 보네.

posted by 청라

노을

시조 2008. 10. 3. 22:23

 

노을


어머님이 깔아주신

아랫목 이불인가


겨울날 시린 맘으로

고향 길 들어서면


살며시 

마중 나와서

적셔주는 노을
 

노을


posted by 청라

돌탑

시조 2008. 8. 29. 13:08
 

돌탑



매미 울음 한 소절을

돌에 심어 쌓아놓고


매미처럼 진한 염원

노래로 녹여내어


온여름 산을 울리는

돌탑으로 솟았다.



posted by 청라

落花 紀行

시조 2008. 3. 28. 09:19
 

落花 紀行


섬진강변 매화마을에

매화꽃이 반쯤 져서


진 꽃만큼

시든 바람에

한숨처럼 묻혀 간 봄


제 눈물에

젖은 가랑비

울음 모아 흐르는 강



posted by 청라

단풍

시조 2008. 2. 24. 20:50
 

단 풍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뜨겁게 사르려고


가슴 깊이

묻었던 사랑

모닥불로 피워 올려


피울음

끓는 아우성

온 세상을 태운다.


posted by 청라

달맞이꽃

시조 2008. 2. 23. 23:35
 


 달맞이꽃


예닐곱 살 소녀의

투정처럼 피어나서


꽃잎마다 반짝이는

천 개의 달빛을 받아


그리움

안으로 익은

청청한 저 목소리


 


posted by 청라

철조망

시조 2008. 2. 19. 10:29
 


<시조>


철조망


산줄기 갈라 뻗은

대진 고속도로 옆


건넛산 그리움에

넋 잃은 고라니 한 마리


몽롱한 눈동자 속에

피어오르는 오색구름




밤마다 꿈속에선

바람에 날개 달아


그리움 매듭 풀어

이슬 눈물 뿌렸지만


새벽녘 꿈 깨어 보면

건널 수 없는 철조망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