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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에 해당되는 글 240건
글
미소가 따라와서
엊그제 마곡사
석가 불 그 미소가
내 꿈속 비좁은
골목까지 따라와서
아이 참, 욕하려 해도
빙그레 웃음만
그러게 살던 대로
막 살면 되는 게지
마음속에 부처는
왜 모시자 욕심 부려
아이고, 이제 큰일 났네
욕도 한 번 못하고
2019. 3. 6
글
서해의 저녁
바다의
비린내를
노릇노릇 구워놓고
지는 해
노른자처럼
소주잔에 동동 띄워
마신다.
귀가 열린다.
물새들의 속삭임에
기우는
하루해를
잡아서 무엇 하리.
잔 부딪칠
사람 하나
있으면 그만이지
파도로
어둠 흔들어
잠 못 드는 밤바다
2019. 2. 17
글
첫눈 오는 날
사색의 파편破片인가
시간의 대화對話인가
깜빡 든 잠 속에서
한 점으로 일어서서
온 세상
빗질하려고
부스대는 날갯짓
가고 오는 인연들이
정결하게 씻기는데
저 큰 붓질 한 번에
인간사 다 지워지고
깨다 만
꿈결 속에서
머언 산만 솟는다.
2018. 12. 27
글
떼거리
매미들
목청 높여
떼거리 쓰고 있다.
벤치에
앉아 쉬던
할머니 일어서며
힘없는 늙은이가 뭐
피해야지 별 수 있나.
2018. 11. 1
글
각원사 청동대좌불
어떻게 살아가면 저리 고운 모습일까
서편 하늘 걸린 눈빛 중생衆生들 복을 비는
입가의 따뜻한 미소 봄 벚꽃이 피어나네.
사랑도 집착執着이라 훨훨 벗어 버리려도
작은 아픔에도 몸이 먼저 타올라서
마음은 향불 올리는 잔정에도 짠하다
2018. 9. 29
『문학사랑』126호(2018년 겨울호)
글
산마을
횃소리
닭울음에
산이 와르르 무너져서
집집 골목마다
송홧가루 덮인 마을
아이들 놀이소리도
빤짝 켜졌다 지는 마을
2018. 9. 28
글
여름을 보내며
목백일홍 꽃빛에
졸음이 가득하다.
한 뼘 남은 목숨을
다 태우는 매미 소리
친구야, 술잔에 담아
한 모금씩 마시자.
2018. 9. 9
글
딸 바보
아빠랑 꽃밭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엔
내 얼굴만 가득가득 담겼네요.
아빠는
어떤 꽃보다
내가 제일 예쁘대요.
2018. 8. 11
글
가시연
예쁘고 고운 것은
눈만 흘겨도 쉬이 아파
물 저만큼 터를 잡고
완고한 장창처럼
가시를
세운 후에야
자줏빛 저 환한 웃음
2018. 8. 2
글
여름날 오후
먹 오디 빛 호박잎 그늘
실잠자리 깊이 든 잠
빈 고샅 혼자 걷다
적막에 물릴 때 쯤
반쯤 연 사립 안에서
나직하게 암탉 소리
2018.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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