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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삼월
淸羅 嚴基昌
나비는 다시 살아서
모두 잠든 빈 江山을 날아다닌다.
서 있으되 마음은 누운
겨울 나무 사이에
三月 만세 소리로 눈뜬 꽃 찾아
더듬이 끝에 등불 달고
나는 나비야,
굳게 입다문 산그늘 허물어진
반달만한 양지에
初産으로 낯붉힌 진홍빛
저 간절한
말 한 마디
외침으로 외침으로 각혈하여
다시 이 강산에
초록의 불꽃을 피워 올려라.
모두 잠든 빈 江山을 날아다닌다.
서 있으되 마음은 누운
겨울 나무 사이에
三月 만세 소리로 눈뜬 꽃 찾아
더듬이 끝에 등불 달고
나는 나비야,
굳게 입다문 산그늘 허물어진
반달만한 양지에
初産으로 낯붉힌 진홍빛
저 간절한
말 한 마디
외침으로 외침으로 각혈하여
다시 이 강산에
초록의 불꽃을 피워 올려라.
글
錦江 가에서
淸羅 嚴基昌
가을 강가에 나가서
눈물로 찌들은 옷을 벗자.
푸른 함성으로 달려가는 강물로
눈을 씻고 귀를 씻자.
가장 아름다운 것만 보이게
가장 아름다운 것만 들리게...
씼고 또 씻어
놀빛에 널어 말리면
江은
신선한 음악처럼
山의 마음을 물어 날라서
엊그제 구천동 계곡에서
빗물에 말아 던진 휘파람새 울음소리가
오늘저녁 강물을 보는 내 가슴에 와서
등돌린 친구에게
손을 내밀라 한다.
눈물로 찌들은 옷을 벗자.
푸른 함성으로 달려가는 강물로
눈을 씻고 귀를 씻자.
가장 아름다운 것만 보이게
가장 아름다운 것만 들리게...
씼고 또 씻어
놀빛에 널어 말리면
江은
신선한 음악처럼
山의 마음을 물어 날라서
엊그제 구천동 계곡에서
빗물에 말아 던진 휘파람새 울음소리가
오늘저녁 강물을 보는 내 가슴에 와서
등돌린 친구에게
손을 내밀라 한다.
글
공염불
淸羅 嚴基昌
염불 속에도
쇳소리가 담겨 있다.
아침의 평화가
염불소리에 깨어진다
깜짝 놀라 일어난
산 다람쥐 눈빛 속에
바람이 담겨 있고,
선잠 깬 보라매의 날개 아래서
산이 푸르르 떨고 있다.
마이크를 통해
밖으로 밖으로 두드리는 목탁소리에
이른 등산객 하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무들도 풀꽃들도 고갤 돌리고
눈앞의 부처님 입술 끝에는
한 줄기 아침 햇살도 걸리지 않는다.
쇳소리가 담겨 있다.
아침의 평화가
염불소리에 깨어진다
깜짝 놀라 일어난
산 다람쥐 눈빛 속에
바람이 담겨 있고,
선잠 깬 보라매의 날개 아래서
산이 푸르르 떨고 있다.
마이크를 통해
밖으로 밖으로 두드리는 목탁소리에
이른 등산객 하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무들도 풀꽃들도 고갤 돌리고
눈앞의 부처님 입술 끝에는
한 줄기 아침 햇살도 걸리지 않는다.
글
대전역 광장에서
淸羅 嚴基昌
핏빛 놀 속에서 비둘기가 튀어 나와
헛되이 선회하는
대전역 광장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묻혀 가고
누구의 외침이 등불로 설까
초겨울 화단에
국화꽃만 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어깨동무하고
고삐 풀린 바람이 되어
거리를 질주하고
나는 빈 마음 빈 속으로 서서
손이 따뜻한 사람을 찾아 악수를 하고 싶다.
우리 둘이 맞잡은 손 끝에
이는 불꽃은
초봄 꽃보다 고운
연초록 움 티우는 따사한 햇살이어야지
산을 사르고 꿈을 사르고
우리들의 소중한 삼천리를 불태우는
미친 불길이 되어서는 안되지.
헛되이 선회하는
대전역 광장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묻혀 가고
누구의 외침이 등불로 설까
초겨울 화단에
국화꽃만 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어깨동무하고
고삐 풀린 바람이 되어
거리를 질주하고
나는 빈 마음 빈 속으로 서서
손이 따뜻한 사람을 찾아 악수를 하고 싶다.
우리 둘이 맞잡은 손 끝에
이는 불꽃은
초봄 꽃보다 고운
연초록 움 티우는 따사한 햇살이어야지
산을 사르고 꿈을 사르고
우리들의 소중한 삼천리를 불태우는
미친 불길이 되어서는 안되지.
글
가을 매미
淸羅 嚴基昌
매―애앰 매―애앰
매미가 울고 있다.
노래를 부르기만도 아까운
짧은 생애인데
매미의 목숨이 눈물로 녹고 있다.
빨판 속엔 매케한 수액의 묻어 나고
돌팔매에 잘린 더듬이
끝으로
회색빛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갈갈이 찢긴 고향의 밑동 아래
믿음의 알을 낳아야지
숲속의 나무들이 팔 뻗어
서로의 마음으로 기대어 살듯
매운 맛에 얼먹은 몸 속의 아기는
눈시린 하늘 아래 나래 펴고
노래하게 해야지.
매미의 꿈속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화염병이 날고,
질기게 잡고 있던 다리
진실의 한 끝이 유리처럼 부서지고
맴맴맴맴맴맴맴
매미가 소스라쳐 날아가고 있다.
노랗게 시든 플라타너스잎
고향을 떠나기엔 다 놎은 철에
매미는 탄환처럼 날아가고 있다.
매미가 울고 있다.
노래를 부르기만도 아까운
짧은 생애인데
매미의 목숨이 눈물로 녹고 있다.
빨판 속엔 매케한 수액의 묻어 나고
돌팔매에 잘린 더듬이
끝으로
회색빛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갈갈이 찢긴 고향의 밑동 아래
믿음의 알을 낳아야지
숲속의 나무들이 팔 뻗어
서로의 마음으로 기대어 살듯
매운 맛에 얼먹은 몸 속의 아기는
눈시린 하늘 아래 나래 펴고
노래하게 해야지.
매미의 꿈속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화염병이 날고,
질기게 잡고 있던 다리
진실의 한 끝이 유리처럼 부서지고
맴맴맴맴맴맴맴
매미가 소스라쳐 날아가고 있다.
노랗게 시든 플라타너스잎
고향을 떠나기엔 다 놎은 철에
매미는 탄환처럼 날아가고 있다.
글
빈 접시
淸羅 嚴基昌
칼바람에 갈린 눈부신 햇살이
이마 위에 찰랑이는 가을날 오후
막막한 어둠이 발밑에 질척이는
지하도 입구로 들어서면
강가에 떠밀려와 버려진
고무신처럼
울 밖으로 밀려난 앞못보는 아이
아이가 받쳐든
빈 접시 하나,
팔매질 하듯 던져 넣은
동전 몇 개와
누군가 장난으로 넣고 간
낯설은 토큰
못다 채운 빈자리에는
겨울이 일찍 와 있다.
풀꽃배 띄워 보내던
어릴 적 꿈들이 죽고
달맞이꽃 피는 동산에서
손 마주 잡아주던
따뜻한 피도 식은 도회의 그늘 밑에서
절규하는 소리로 치켜든
빈 접시 무겁게 가라앉은
밤이 떠나지 않는 하늘
별 하나 못 뜨는 하늘
내가 꽃아주는 억새꽃으로
오늘밤 네 고향 산에
칠색 영롱한 무지개를 걸거라.
이마 위에 찰랑이는 가을날 오후
막막한 어둠이 발밑에 질척이는
지하도 입구로 들어서면
강가에 떠밀려와 버려진
고무신처럼
울 밖으로 밀려난 앞못보는 아이
아이가 받쳐든
빈 접시 하나,
팔매질 하듯 던져 넣은
동전 몇 개와
누군가 장난으로 넣고 간
낯설은 토큰
못다 채운 빈자리에는
겨울이 일찍 와 있다.
풀꽃배 띄워 보내던
어릴 적 꿈들이 죽고
달맞이꽃 피는 동산에서
손 마주 잡아주던
따뜻한 피도 식은 도회의 그늘 밑에서
절규하는 소리로 치켜든
빈 접시 무겁게 가라앉은
밤이 떠나지 않는 하늘
별 하나 못 뜨는 하늘
내가 꽃아주는 억새꽃으로
오늘밤 네 고향 산에
칠색 영롱한 무지개를 걸거라.
글
서울의 천둥
淸羅 嚴基昌
서울의 하늘 위엔
늘 천둥이 운다.
내려올 곳이 너무 많아서
내리지 않고
北岳에서 南山으로 흐르며
울기만 한다.
대밭에 참새처럼 숨어
지저귀는
사람들은 알리라
천둥이
누구의 머리 위에서
우르릉우르릉 울고 있는지.....
번갯불보다 고운 어둠 밑에서
사람들은 번갯불에 타면 재가 될
靑紅의 꿈들을 만들고 있다.
늘 천둥이 운다.
내려올 곳이 너무 많아서
내리지 않고
北岳에서 南山으로 흐르며
울기만 한다.
대밭에 참새처럼 숨어
지저귀는
사람들은 알리라
천둥이
누구의 머리 위에서
우르릉우르릉 울고 있는지.....
번갯불보다 고운 어둠 밑에서
사람들은 번갯불에 타면 재가 될
靑紅의 꿈들을 만들고 있다.
글
보문산에서
淸羅 嚴基昌
도심 쪽으로 등돌리고 앉은
보문산을 오른다.
초록빛 산꿩 소리로 눈 씻고
내려다 보면
서리맞은 고춧잎처럼 시들은
일요일 아침
몽롱히 풀린 도시
케이블카는 하루종일 바쁘게
솔바람 소리를 싣고 내려가지만
검은 연기 내뿜는
청운장 굴뚝 위에서
늦가을 나비모양 파닥이고 있다.
오늘 마시는 한 모금의 약수로
내일 아침 중앙로에서 몇 송이
싱싱한 웃음을 피워 내리라
산나리 꽃빛이 졸리운 시간......
보문산을 오른다.
초록빛 산꿩 소리로 눈 씻고
내려다 보면
서리맞은 고춧잎처럼 시들은
일요일 아침
몽롱히 풀린 도시
케이블카는 하루종일 바쁘게
솔바람 소리를 싣고 내려가지만
검은 연기 내뿜는
청운장 굴뚝 위에서
늦가을 나비모양 파닥이고 있다.
오늘 마시는 한 모금의 약수로
내일 아침 중앙로에서 몇 송이
싱싱한 웃음을 피워 내리라
산나리 꽃빛이 졸리운 시간......
글
행군
淸羅 嚴基昌
산 하나 넘으면
막사의 불빛이 보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길은
가도가도 낯설고
눈발에 가로막힌 별 하나만
절둑거리며 절둑거리며 따라 오는
집집마다 닫아 건 창가엔
회색빛 겨울
창날같이 개짖는 소리
길은 길로 이어져 끝이 없네.
산 하나만 더 넘으면
막사의 불빛이 보일 지도 모른다.
막사의 불빛이 보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길은
가도가도 낯설고
눈발에 가로막힌 별 하나만
절둑거리며 절둑거리며 따라 오는
집집마다 닫아 건 창가엔
회색빛 겨울
창날같이 개짖는 소리
길은 길로 이어져 끝이 없네.
산 하나만 더 넘으면
막사의 불빛이 보일 지도 모른다.
글
사비가
淸羅 嚴基昌
낙화암 절벽 위엔 다홍빛
진달래꽃
천년으로 이어진 접동새 울음
달 밴 강물 속에
손짓이 있고
꽃잎은 한 잎씩 몸을 던진다.
백제도 신라도 아닌데
사비수 물소리는
젖어 흘러서,
접동새야!
올봄엔 떡갈잎 수풀 속에
소리 맑은 새끼새 알을 낳거라.
진달래꽃
천년으로 이어진 접동새 울음
달 밴 강물 속에
손짓이 있고
꽃잎은 한 잎씩 몸을 던진다.
백제도 신라도 아닌데
사비수 물소리는
젖어 흘러서,
접동새야!
올봄엔 떡갈잎 수풀 속에
소리 맑은 새끼새 알을 낳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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