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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09 향일암에서
- 2007.03.09 논산의 하루 1
- 2007.03.08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글
향일함(向日庵)에서
淸羅 嚴基昌
절 마당은
무량(無量)의 바다로 이어지고
무어라고 지껄이는 갈매기 소리
알아들을 수가 없다.
바다를 지우며 달려온 눈보라가
기와지붕을 지우고
탑을 지우고
목탁(木鐸)소리마저 지운다.
지워져서 더욱 빛나는
관음상 입가의 미소처럼
나도 눈보라에 녹아서
돌로 나무로 바람으로 지워지면
갈매기 소리 알아듣는 귀가 열릴까.
겨울 바다는 비어서 깨끗하다.
비어서 버릴 것이 없다.
무량(無量)의 바다로 이어지고
무어라고 지껄이는 갈매기 소리
알아들을 수가 없다.
바다를 지우며 달려온 눈보라가
기와지붕을 지우고
탑을 지우고
목탁(木鐸)소리마저 지운다.
지워져서 더욱 빛나는
관음상 입가의 미소처럼
나도 눈보라에 녹아서
돌로 나무로 바람으로 지워지면
갈매기 소리 알아듣는 귀가 열릴까.
겨울 바다는 비어서 깨끗하다.
비어서 버릴 것이 없다.
『시학과 시』창간호(2019년 봄호)
글
논산의 하루
淸羅 嚴基昌
논산에 와서
하루만 살아 보게.
새벽은
은진 미륵불 입가에 번지는
미소로부터 열리고
금강에서 일어선 역사의 바람들은
득안땅을 아우르다가
노성산성에 와서 돌이끼가 되네.
점심 녘 논두렁길 걷다가
들판처럼 가슴 넓은 사람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눠 마시게.
구수한 입담 속에 햇살처럼
번득이며
핏줄로 이어오는 호국의 정신.
논산의 저녁은
황산벌에 떨어진 꽃다운 원혼들 두런대는
풀꽃 그늘로 진다네.
하루만 살아 보게.
새벽은
은진 미륵불 입가에 번지는
미소로부터 열리고
금강에서 일어선 역사의 바람들은
득안땅을 아우르다가
노성산성에 와서 돌이끼가 되네.
점심 녘 논두렁길 걷다가
들판처럼 가슴 넓은 사람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눠 마시게.
구수한 입담 속에 햇살처럼
번득이며
핏줄로 이어오는 호국의 정신.
논산의 저녁은
황산벌에 떨어진 꽃다운 원혼들 두런대는
풀꽃 그늘로 진다네.
글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淸羅 嚴基昌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사비성 그 마을에 와선
더 오래 머무르겠네.
왕궁 터 부서진 기와 조각
부서져도 지워지지 않는
백제의 미소 위를 어른거리다가
궁남지 연꽃 속에 향기로 머무는
서동의 숨결 속에
녹아들겠네.
백마강 큰 가슴이 달을 품는 밤
고란사 종소리 실어
잠 못 드는 사람들 베갯머리로 보내주고
낙화암 절벽 위에
한 잎씩 떨어지는 진달래꽃잎
삼천궁녀의 짙붉은 흐느낌을 보겠네.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사비의 하늘 오래오래 떠돌다가
아무데도 가지 않겠네.
부소산성 돌 틈마다 눈물로 돋아
천 년의 세월을 외치고 있는
돌이끼에 초록으로 앉아 역사가 되겠네.
사비성 그 마을에 와선
더 오래 머무르겠네.
왕궁 터 부서진 기와 조각
부서져도 지워지지 않는
백제의 미소 위를 어른거리다가
궁남지 연꽃 속에 향기로 머무는
서동의 숨결 속에
녹아들겠네.
백마강 큰 가슴이 달을 품는 밤
고란사 종소리 실어
잠 못 드는 사람들 베갯머리로 보내주고
낙화암 절벽 위에
한 잎씩 떨어지는 진달래꽃잎
삼천궁녀의 짙붉은 흐느낌을 보겠네.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사비의 하늘 오래오래 떠돌다가
아무데도 가지 않겠네.
부소산성 돌 틈마다 눈물로 돋아
천 년의 세월을 외치고 있는
돌이끼에 초록으로 앉아 역사가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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