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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단일기>
거 짓 말
淸羅 嚴基昌
‘오늘은 우리 아이들에게 한 마디의 꾸중도 하지 말아야지. 칭찬을 하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어야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내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결심을 한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그 결심을 어기고 말았다.
추석 다음날이라 학교로 향하는 거리는 한산했다. 세상을 가리고 싶은 안개만이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이런 날은 자습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으리라. 한창 기운이 솟을 나이에 앉기만 하면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연휴 중에도 등교해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이 가엾게 생각되었다.
학교로 들어서는데 안개 속에서 혁이가 가방을 메고 교문을 나서서 집 쪽으로 가고 있었다. 어라, 저 놈 왜 집으로 가지? 어디 몸이 아픈가? 나는 마음속으로 걱정을 하였다. 워낙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라 추석에 제사를 지낸다고 무리를 하였으리라 생각했다.
자습 시작종이 울리고 출석 체크를 하기 위해 교실로 갔다. 다른 날보다 빈자리가 많았다. 혁이의 자리도 비어 있었다. 출석 체크 후에 자리를 비운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야지. 중간고사가 얼마 안 남았는데 웬만하면 등교하여 자습을 하라고 권해야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걷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선생님, 저 혁인데요. 여기 시골이걸랑요. 오늘 아침 출발하는데 한 두어 시간 늦을 것 같아요.”
참으로 능청스런 거짓말이었다. 아마 아침에 교문을 나오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깜빡 속고 말았으리라.
“거기 시골 어딘데? 오늘 아홉 시까지 나오라고 했잖아.”
“ 저도 일찍 오려고 했는데요. 엄마가 아파서 못 일어나서 늦어졌어요.”
멀쩡한 어머님까지 아주 환자로 만들고 있었다. 좀 더 놀아줄려고 하다가 나도 모르게 열이 뻗쳐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 임마. 너 빨리 못 와. 아침에 교문 밖으로 나가는걸 보았는데 언제 벌써 시골에 갔어? 잔말 말고 빨리 와. 오는 대로 나한테 들려.”
8분쯤 후 혁이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얼굴이 사색이 다 되었다. 죄송한 마음을 얼굴 가득 떠올리면서도 제 2탄 거짓말을 잊지 않았다.
“선생님, 책을 가질러 갔었는데요, 배가 막 아파서 잠깐 누웠는데요, 깜빡 잠이 들었지 뭐예요. 그래서 그만……”
나는 헛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고 근엄한 표정으로
“엎드려 뻗쳐”
기어이 종아리 몇 대를 때리고 말았다. 아침에 굳게굳게 맹세한 결심은 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어른들 사회가 거짓말이 만연된 사회인데 아이들에게만 정직하라고 권할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좀 더 의연했으면 좋겠다. 맑은 샘물이 되어 혼탁한 이 사회를 조금씩 조금씩 정화시켰으면 좋겠다. 아이들마저 혼탁하다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 암담하지 않은가.
하루를 닫으며 하는 고백이지만, 늘 엄격함으로 포장된 내 마음속에서 아직까지 너희들이 밉지는 않다.
추석 다음날이라 학교로 향하는 거리는 한산했다. 세상을 가리고 싶은 안개만이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이런 날은 자습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으리라. 한창 기운이 솟을 나이에 앉기만 하면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연휴 중에도 등교해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이 가엾게 생각되었다.
학교로 들어서는데 안개 속에서 혁이가 가방을 메고 교문을 나서서 집 쪽으로 가고 있었다. 어라, 저 놈 왜 집으로 가지? 어디 몸이 아픈가? 나는 마음속으로 걱정을 하였다. 워낙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라 추석에 제사를 지낸다고 무리를 하였으리라 생각했다.
자습 시작종이 울리고 출석 체크를 하기 위해 교실로 갔다. 다른 날보다 빈자리가 많았다. 혁이의 자리도 비어 있었다. 출석 체크 후에 자리를 비운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야지. 중간고사가 얼마 안 남았는데 웬만하면 등교하여 자습을 하라고 권해야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걷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선생님, 저 혁인데요. 여기 시골이걸랑요. 오늘 아침 출발하는데 한 두어 시간 늦을 것 같아요.”
참으로 능청스런 거짓말이었다. 아마 아침에 교문을 나오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깜빡 속고 말았으리라.
“거기 시골 어딘데? 오늘 아홉 시까지 나오라고 했잖아.”
“ 저도 일찍 오려고 했는데요. 엄마가 아파서 못 일어나서 늦어졌어요.”
멀쩡한 어머님까지 아주 환자로 만들고 있었다. 좀 더 놀아줄려고 하다가 나도 모르게 열이 뻗쳐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 임마. 너 빨리 못 와. 아침에 교문 밖으로 나가는걸 보았는데 언제 벌써 시골에 갔어? 잔말 말고 빨리 와. 오는 대로 나한테 들려.”
8분쯤 후 혁이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얼굴이 사색이 다 되었다. 죄송한 마음을 얼굴 가득 떠올리면서도 제 2탄 거짓말을 잊지 않았다.
“선생님, 책을 가질러 갔었는데요, 배가 막 아파서 잠깐 누웠는데요, 깜빡 잠이 들었지 뭐예요. 그래서 그만……”
나는 헛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고 근엄한 표정으로
“엎드려 뻗쳐”
기어이 종아리 몇 대를 때리고 말았다. 아침에 굳게굳게 맹세한 결심은 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어른들 사회가 거짓말이 만연된 사회인데 아이들에게만 정직하라고 권할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좀 더 의연했으면 좋겠다. 맑은 샘물이 되어 혼탁한 이 사회를 조금씩 조금씩 정화시켰으면 좋겠다. 아이들마저 혼탁하다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 암담하지 않은가.
하루를 닫으며 하는 고백이지만, 늘 엄격함으로 포장된 내 마음속에서 아직까지 너희들이 밉지는 않다.
글
빈집
淸羅 嚴基昌
지난 가을 사립문 닫힌 뒤에
다시는 열리지 않는
산 밑 기와집
겨우내
목말랐던
한 모금 햇살에
살구꽃만 저 혼자 자지러졌다.
노인 하나 산으로 가면
집 하나 비고
집 하나 빌 때마다
논밭이 묵고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골목마다
농성하듯 손들고 일어서는
무성한 풀들
저 넓은 논밭은 이제 누가 가꾸나.
다시는 열리지 않는
산 밑 기와집
겨우내
목말랐던
한 모금 햇살에
살구꽃만 저 혼자 자지러졌다.
노인 하나 산으로 가면
집 하나 비고
집 하나 빌 때마다
논밭이 묵고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골목마다
농성하듯 손들고 일어서는
무성한 풀들
저 넓은 논밭은 이제 누가 가꾸나.
글
王竹으로 사소서 <訟詩>
淸羅 嚴基昌
당신 곁에 서 있으면
왕대나무 잎새에서 일어서는
청아한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 곁에 서 있으면
대쪽같이 곧아서 서슬 푸른
티 하나 없이 맑은 마음 한 자락이 보였습니다.
흔들리던 역사의
골짜기에서도
굳게 뿌리를 내리시고
죽순처럼, 제자들
대숲 청청한 목소리로 길러내셔서
삼천리 방방곡곡
竹香 그윽한 세상 만드셨습니다
온 세상이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나라를 만드셨습니다.
굽힘없이 걸어오신 그 길 위에
가을빛 노을
곱게 물들었습니다.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서는 당신에게
비오니
억만 세월 굽힘 없이 하늘 받쳐 들고
꺾어도 꺾이지 않는
王竹으로 사소서
왕대나무 잎새에서 일어서는
청아한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 곁에 서 있으면
대쪽같이 곧아서 서슬 푸른
티 하나 없이 맑은 마음 한 자락이 보였습니다.
흔들리던 역사의
골짜기에서도
굳게 뿌리를 내리시고
죽순처럼, 제자들
대숲 청청한 목소리로 길러내셔서
삼천리 방방곡곡
竹香 그윽한 세상 만드셨습니다
온 세상이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나라를 만드셨습니다.
굽힘없이 걸어오신 그 길 위에
가을빛 노을
곱게 물들었습니다.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서는 당신에게
비오니
억만 세월 굽힘 없이 하늘 받쳐 들고
꺾어도 꺾이지 않는
王竹으로 사소서
전성국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글
후리
淸羅 嚴基昌
한 개의 줄 끝에 걸리는 바다
거대한 뚝심
어잇차. 어잇차.
가는 실을 타고 들어와
내 허망한 마음 받쳐 주는
그대 사랑의 똑딱선 소리.
그물을 던질 때에
빛나며 가라앉는 우리들의 꿈
눈시리게 투명한 바다의 속살
어둠처럼 막막한 바람기를 옭으면
어잇차, 어잇차,
먼 수평 푸른 달빛 아래
바다의 꼬리에서 이는 하이얀 풍랑.
사람들의 마음마다 풍랑이 울면
한 끝씩 접혀가는 바다의 투지
힘주어 딛고 있는 힘줄이 끊어지며
달빛 아래 퍼덕이는 절망의 바다.
어잇차, 어잇차,
지난 겨울 춤추던 폭풍의 칼날이 눕고
몇 사내가 버리고 간 유언이 빛나고
끌려온 바다는
우리들의 발밑에 헐떡이고 있다.
거대한 뚝심
어잇차. 어잇차.
가는 실을 타고 들어와
내 허망한 마음 받쳐 주는
그대 사랑의 똑딱선 소리.
그물을 던질 때에
빛나며 가라앉는 우리들의 꿈
눈시리게 투명한 바다의 속살
어둠처럼 막막한 바람기를 옭으면
어잇차, 어잇차,
먼 수평 푸른 달빛 아래
바다의 꼬리에서 이는 하이얀 풍랑.
사람들의 마음마다 풍랑이 울면
한 끝씩 접혀가는 바다의 투지
힘주어 딛고 있는 힘줄이 끊어지며
달빛 아래 퍼덕이는 절망의 바다.
어잇차, 어잇차,
지난 겨울 춤추던 폭풍의 칼날이 눕고
몇 사내가 버리고 간 유언이 빛나고
끌려온 바다는
우리들의 발밑에 헐떡이고 있다.
*후리 : 강이나 바다에 넓게 둘러친 후에 그물 양쪽에서 여러 사람이 끌줄을 잡아당겨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
글
山村
淸羅 嚴基昌
少女 하나가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른봄 물기 오른
종아리에
흥건히 배어 오르는 경쾌한 리듬
폴짝
포올짝
뛸 때마다
아지랑이처럼 증발하여
산 그림자 속으로 잠적한다.
애동솔 숲에서 우는
꾀꼬리 울음
안개처럼 날리는 산 벚꽃 잎새
풀숲에서 소녀의 리본이 하나
나풀거리며 나풀거리며
놀 젖은 하늘로 날아간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른봄 물기 오른
종아리에
흥건히 배어 오르는 경쾌한 리듬
폴짝
포올짝
뛸 때마다
아지랑이처럼 증발하여
산 그림자 속으로 잠적한다.
애동솔 숲에서 우는
꾀꼬리 울음
안개처럼 날리는 산 벚꽃 잎새
풀숲에서 소녀의 리본이 하나
나풀거리며 나풀거리며
놀 젖은 하늘로 날아간다.
글
아침 노을
淸羅 嚴基昌
힘센 새들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햇살의 바다로 가고
떠나간 새들이 버리고 간
어둠 뒤에서
작은 새야,
너의 울음 너머로 보는 아침 하늘은
깨어지기 쉬운 평화로구나!
산작약 한 송이
지키고 있는 보랏빛 그늘
별그림자 발 담근 옹달샘에
얼비치는
부리가 노오란 노을
노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햇살의 바다로 가고
떠나간 새들이 버리고 간
어둠 뒤에서
작은 새야,
너의 울음 너머로 보는 아침 하늘은
깨어지기 쉬운 평화로구나!
산작약 한 송이
지키고 있는 보랏빛 그늘
별그림자 발 담근 옹달샘에
얼비치는
부리가 노오란 노을
노을……
글
K 화백 화실 풍경
淸羅 嚴基昌
K 화백 화실 문을 연다.
스물세마리 십자매가
일제히 울고
그 밑으로 한 잔의 수돗물,
화백의 귀는
반쯤 먹다 남은 배추 잎사귀
사철나무 뒤로 저무는 어둠을 풀어
몸 속을 치고 지나가는
천둥 소릴 꾸며 놓는다.
아련한 산 그림자가
쉽게 서지 않는 도화지 위엔
떠오를 듯 떠오를 듯
가라앉는
곡선이 하나
아삼한 봄 하늘의 살 밑으로 배어 들고....
한 잔의 수돗물
계곡으로 돌 돌
연두빛 생명 굴리는 십자매 울음
그 울음 소리로도
일어서지 않는
산……
스물세마리 십자매가
일제히 울고
그 밑으로 한 잔의 수돗물,
화백의 귀는
반쯤 먹다 남은 배추 잎사귀
사철나무 뒤로 저무는 어둠을 풀어
몸 속을 치고 지나가는
천둥 소릴 꾸며 놓는다.
아련한 산 그림자가
쉽게 서지 않는 도화지 위엔
떠오를 듯 떠오를 듯
가라앉는
곡선이 하나
아삼한 봄 하늘의 살 밑으로 배어 들고....
한 잔의 수돗물
계곡으로 돌 돌
연두빛 생명 굴리는 십자매 울음
그 울음 소리로도
일어서지 않는
산……
글
아침 바다
淸羅 嚴基昌
하얀 돛단배가
아침의 건반을 두드리며 지나간다.
파도에 몸을 던지고
잊었던 리듬을 생각하는 갈매기.
쾌적한 바람이 햇살 층층을 탄주한다.
미역 숲에서 멸치 떼들이
오선의 층계를 올라간다.
갈매기 노란 부리가
번득이는 가락을 줍고 있다.
밤내 뒤척이던
허전한 어둠의 꿈밭
소라껍질이 휘파람 불며
모래알 손뼉을 쳐 뿌리고 있다.
얼비친 하늘의 푸른 물살을 타는
갈매기 눈알에
잊었던 리듬이 내려앉는다.
하늘 속의 빛이랑이 내려앉는다.
아침의 건반을 두드리며 지나간다.
파도에 몸을 던지고
잊었던 리듬을 생각하는 갈매기.
쾌적한 바람이 햇살 층층을 탄주한다.
미역 숲에서 멸치 떼들이
오선의 층계를 올라간다.
갈매기 노란 부리가
번득이는 가락을 줍고 있다.
밤내 뒤척이던
허전한 어둠의 꿈밭
소라껍질이 휘파람 불며
모래알 손뼉을 쳐 뿌리고 있다.
얼비친 하늘의 푸른 물살을 타는
갈매기 눈알에
잊었던 리듬이 내려앉는다.
하늘 속의 빛이랑이 내려앉는다.
글
낚시터에서
淸羅 嚴基昌
江心에 줄을 던지고 호흡을 멈춘다.
원래 거기 있었던 듯
하늘과 산과 강물로 숨쉬는
하나의 바위가 되기 위해서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세월에
발구르지 않고
강바람에 눈 귀 닦으며
파란 물소리에 마음을 빨면
빈 바구니에
달빛만 가득 채워도
세상을 늘 사랑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아 평화로운 찌 위엔
구름 한 송이 피어 있고
욕심 없이 뻗어간 줄 끝에
걸려 있는 산
걸려 있는 하늘……
원래 거기 있었던 듯
하늘과 산과 강물로 숨쉬는
하나의 바위가 되기 위해서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세월에
발구르지 않고
강바람에 눈 귀 닦으며
파란 물소리에 마음을 빨면
빈 바구니에
달빛만 가득 채워도
세상을 늘 사랑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아 평화로운 찌 위엔
구름 한 송이 피어 있고
욕심 없이 뻗어간 줄 끝에
걸려 있는 산
걸려 있는 하늘……
글
어촌
淸羅 嚴基昌
바다의 노래를 실러
배들이 떠나갔다.
마을은 텅 빈 공간 속에 누워 있다.
물비늘 번득이는 바다의 자유
동풍에 자유가 범람하고
아낙들의 빈 가슴이 까치집처럼 열려 있었다.
그대 돛대 끝이 휘저어 놓는 하늘
하얀 갈매기가 투시의 눈을 반짝이며
소리개처럼 돌아가는 날개 밑으로
마을은 이제 허청허청 일어나
두런두런 돌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계탑이 위잉위잉 울고 있었다.
배보다 먼저 돌아온 바다의 노래들이
뒤집히는 파도 위에서 하얀 몸체를 드러내고
마을의 한 끝을 치고 있었다.
아낙들의 가슴 속으로 춤추며 춤추며 스며들고 있었다.
배들이 떠나갔다.
마을은 텅 빈 공간 속에 누워 있다.
물비늘 번득이는 바다의 자유
동풍에 자유가 범람하고
아낙들의 빈 가슴이 까치집처럼 열려 있었다.
그대 돛대 끝이 휘저어 놓는 하늘
하얀 갈매기가 투시의 눈을 반짝이며
소리개처럼 돌아가는 날개 밑으로
마을은 이제 허청허청 일어나
두런두런 돌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계탑이 위잉위잉 울고 있었다.
배보다 먼저 돌아온 바다의 노래들이
뒤집히는 파도 위에서 하얀 몸체를 드러내고
마을의 한 끝을 치고 있었다.
아낙들의 가슴 속으로 춤추며 춤추며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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