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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시
따지 마라, 알몸으로
매달릴 형벌이다
온 여름 마신 햇살
펄펄 끓는 저 육신을
한 조각
남을 때까지
보시布施할 업연이다.
2017. 10. 26
『한국현대시』 2017 하반기호
글
세월의 그림자
나이를 먹을수록 가슴이 얇아진다.
손 한 번만 잡아주면 마음을 다 주고 싶고
아픈 말 한 마디에도 쉽게 멍이 든다.
2017. 10. 23
글
현충원에서
현충원에서
장미꽃을 꺾어서
비석碑石을 쓸어준다.
장미꽃 향기가
비문碑文마다 배어든다.
누군가 돌 꽃병에 꽂아두고 간
새빨간 통곡
뻐꾸기도 온종일
가슴으로 울다
시드는 철쭉처럼 지쳐 있구나.
어느 산 가시덤불 아래
그대의 피 묻은 철모는 녹이 슬었나.
자식이라는 이름도 버리고
남편이라는 이름도 버리고
뱃속에 두고 온 아버지라는 이름도 버리고
그대는
나라를 위해 죽었지만
나라는 그대에게
한 뼘의 땅밖에 주지 못했구나.
외치고 싶은 말들이
초록의 함성으로 피어나는
묘역에 앉아
그대의 슬픔을 닦아주다가
나도 그만 뻐꾸기를 따라
목을 놓는다.
2017. 10. 19
『대전문학』 78호(2017년 겨울호)
『나라사랑문학』 제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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