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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무상無常
다랑논엔 벼 대신 병꽃만 피어있다.
할아버지 발걸음 끊어진 지 너댓 해
두견새 울음소리만 맴돌다가 사라진다.
떡갈나무 몇 그루 자리 잡고 누워있다.
멧돼지 목욕하러 밤마다 내려오는
시간이 빨리 흘러서 해가 쉬이 지는 마을
2017. 12. 4
글
달빛 기도
마곡사 부처님께
백팔 배百八拜 하고 돌아온 저녁
부처님 입가에 피었던 미소
초승달로 따라왔네.
그대 빗장 지른 가슴에
달빛 한 가닥 스치거든
마음의 문 살짝 열어달라는
달빛 기도인 줄 아소서.
2017. 11. 29
『대전문학』79호(2018년 봄호)
글
눈 오는 날에
하늘에 올라갔으면
구름이 되어 떠돌 것이지.
하얀 솜털처럼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허리 굽혀 내려오는가.
이제 기쁨의 노래가 되어
가장 낮은 곳을 흐를 것이다.
기가 부족해 황달로 삭아드는
나무의 뿌리에 온기를 전해주고
봉오리 터뜨리기에는 뒷심이 딸리는
풀꽃의 줄기에 숨결을 보탤 것이다.
겨울이 시들어 강산에 추위 풀리면
네 겸손한 하강下降으로 인해
온 천지에 푸른 새싹 돋아나고
꽃들 세상 밝히는 등을 켜들 것이다.
가장 높은 곳에 머물러 양광陽光을 가리는
검은 구름으로 살기보다는
가장 낮은 곳을 흐르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웃음이 되고, 온기가 되고
말씀이 되기 위해 내려오는 것이냐.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가장 좋은 삶은 물과 같다는 말을 알 듯도 하다.
2017. 11. 24
『시문학』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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