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관음보살입상

 

 

백제의 미소는 황홀하다.

금동관음보살입상 앞에 서면

온갖 근심 씻겨 나가고

 

팔 엽 연화대좌 위에 삼보 관

탄력적 몸에서 봄바람 같은 말씀

흘러나올 듯도 하다.

 

통통한 두 뺨에 둥근 얼굴

백제사람 모습으로 현신現身했구나.

 

천 년을 지나도 변치 않는

자비로운 얼굴

보고 있으면

 

삶의 독한 매듭도 술술

풀릴 것만 같다.

 

 

2018. 1. 30

posted by 청라

매화 연서

매화 연서

 

 

눈꽃 위에 달빛 차서 마음이 시린 새벽

매화 분에 일점홍一點紅이 심등心燈에 불을 밝혀

맑은 향 한 방울 찍어 붉은 연서 보낸다.

 

내 마음 보낸 사연 서랍 가득 쌓였을까

꿈에 간 내 발길에 님의 문턱 닳았으리.

잠결에 매화 향 풍기면 내가 온 줄 아소서.

 

 

2018. 1. 29

posted by 청라

백제 금동대향로

 

 

향불은 꺼져있다.

봉황 앞가슴과 악사 상 앞뒤

백제로 통하는 다섯 개의 구멍은 막혀있고,

활짝 피어난 연꽃 봉오리 표면에는

불사조와 사슴, 그리고 학

낯선 전등불 아래 쭈볏거리고 서있다.

용과 봉황이 음양으로 갈라서서

연꽃을 피워내어 봉래산을 받쳐 들고

스물 세 개의 중첩된 산골짜기로

계곡물처럼 속삭이며 흐르던

피리, 소비파, 현금, 북소리 멈춰있다.

역사는 스쳐가는 한 줄기 바람일 뿐이런가.

한 번 흘러가면 되돌아올 줄 모르지만

향로에 향불 피어오르면

봉황이 여의주를 품고 하늘로 날아오르듯

찬란한 백제가 다시 열릴 것만 같다.

 

 

2018. 1. 27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