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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해우소解憂所에서
들어갈 땐 고해苦海에 찌든
얼굴을 했다가도
해탈한 듯
부처님 얼굴을 하고 나온다.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일이
얼마나 더 눈부신 일이냐.
염불 소리도 하루 몇 번 씩은
해우소解憂所에 와서
살을 뺀다.
배낭에 메고 온
속세의 짐을 모두 버리고
한 줄기 바람으로 돌아가 볼까.
냄새 나는 삶의 찌꺼기들 모두 빠져나간
마음의 뜰에
산의 마음이 새소리로 들어와
잎으로 돋아난다.
2018. 2. 6
『문학사랑』131호(2020년 봄호)
글
산정호수의 구름
어제 벙근 구름 건져
내 어항에 심었는데
오늘 아침 꽃구름이
수련처럼 또 피어났네.
뿌리 채 곱게 캐어서
네 마음에 전하네.
잔뿌리도 상하잖게
네 울안에 모종하게.
서울의 하늘에서
이런 구름 보았는가.
사랑을 일고 또 일어
산의 숨결로 빚은 구름
2018. 2. 2
글
설일雪日
산도 숨을 멈추었다.
하얀 눈꽃 위의 적막
햇살도 눈을 감고
바람도 날개 접어
문 열면 깨어질까봐
문고리 잡고 서 있다.
201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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