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雪日

설일雪日

 

 

산도 숨을 멈추었다.

하얀 눈꽃 위의 적막

 

햇살도 눈을 감고

바람도 날개 접어

 

문 열면 깨어질까봐

문고리 잡고 서 있다.

 

 

2018. 1. 31

 

posted by 청라

금동관음보살입상

 

 

백제의 미소는 황홀하다.

금동관음보살입상 앞에 서면

온갖 근심 씻겨 나가고

 

팔 엽 연화대좌 위에 삼보 관

탄력적 몸에서 봄바람 같은 말씀

흘러나올 듯도 하다.

 

통통한 두 뺨에 둥근 얼굴

백제사람 모습으로 현신現身했구나.

 

천 년을 지나도 변치 않는

자비로운 얼굴

보고 있으면

 

삶의 독한 매듭도 술술

풀릴 것만 같다.

 

 

2018. 1. 30

posted by 청라

매화 연서

매화 연서

 

 

눈꽃 위에 달빛 차서 마음이 시린 새벽

매화 분에 일점홍一點紅이 심등心燈에 불을 밝혀

맑은 향 한 방울 찍어 붉은 연서 보낸다.

 

내 마음 보낸 사연 서랍 가득 쌓였을까

꿈에 간 내 발길에 님의 문턱 닳았으리.

잠결에 매화 향 풍기면 내가 온 줄 아소서.

 

 

2018. 1. 29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