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그림자

세월의 그림자

 

 

나이를 먹을수록 가슴이 얇아진다.

손 한 번만 잡아주면 마음을 다 주고 싶고

아픈 말 한 마디에도 쉽게 멍이 든다.

 

 

2017. 10. 23

posted by 청라

현충원에서

 

 

현충원에서

 

장미꽃을 꺾어서

비석碑石을 쓸어준다.

 

장미꽃 향기가

비문碑文마다 배어든다.

 

누군가 돌 꽃병에 꽂아두고 간

새빨간 통곡

 

뻐꾸기도 온종일

가슴으로 울다 

시드는 철쭉처럼 지쳐 있구나.

 

어느 산 가시덤불 아래

그대의 피 묻은 철모는 녹이 슬었나.

 

자식이라는 이름도 버리고

남편이라는 이름도 버리고

뱃속에 두고 온 아버지라는 이름도 버리고

 

그대는

나라를 위해 죽었지만

나라는 그대에게

한 뼘의 땅밖에 주지 못했구나.

 

외치고 싶은 말들이

초록의 함성으로 피어나는

묘역에 앉아

 

그대의 슬픔을 닦아주다가

나도 그만 뻐꾸기를 따라

목을 놓는다.

 

2017. 10. 19

대전문학78(2017년 겨울호)

나라사랑문학2

posted by 청라

가을의 노래

가을의 노래

 

 

창공을 불러내려

팔각지붕에 펼쳐놓고

 

굴곡진 꼭지마다

아픈 일들 걸어 말리면

 

바람에

씻겨가면서

국화처럼 향이 밴다.

 

 

2017. 10. 11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