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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두 석상의 하나 되기
통일 전망대 내리는 비엔 소금기가 배어있다
갈 수 없는 마을이 그리워 울다 떠난 사람들의 눈물과
높새바람에 펄럭이던 수많은 소망들이
포말처럼 부서져서 해당화로 피는 곳
남해에서 달려온 꽃바람이 철조망에 막혀
한숨으로 시드는 곳
겨울만 사는 동네는 봄이 와도 쪽문을 열지 않는다
산 하나 넘으면 저기가 고향인데
나의 그리움은 늘 우연雨煙에 가로막힌다
두고 온 어머니의 따뜻한 웃음과 고향 마을의
학 울음소리
나의 어린 시절은 아득히 멀기만 하고
봄이면 제비처럼 찾아와 울던 고향이 함흥이라는
그 할아버지
발걸음 뚝 끊긴지 오래인데
아직도 하나가 되어 하늘에 닿지 못하였는가
미륵불 성모 마리아 두 석상의 기도는
이산가족의 간절한 소망처럼 끝까지 매달렸던
마지막 잎새 툭 하고 떨어지고
국토는 아직도 굳게 동여맨 허리띠를 풀지 않는다
글
가을 산
시든 몸 빛바랜 얼굴
저리 고울 리가 없다
한여름 모진 신열
용암처럼 들끓다가
갈바람
서리로 식혀
아우성을 놓는 자태
글
소리의 틀
다듬이 소리
봄날 배꽃 피어나는 달밤 산골 물소리처럼
마을 골목을 쓸고 가던 그 소리엔
누나가 수틀에 그리던 꿈이 살고 있다
빨래방망이 소리는 어머니 한숨
밤낮으로 일을 해도 자식들
대처로 학교 못 보내는
평생 푸념 같은 아픔이 배어있다
베 짜는 소리 속엔 할머니
삶의 여유가 들어있다
눈물도 웃음도 날줄로 쌓여
오래 묵은 대추나무 같은 세월이 거기 있다
사랑방에는
아버지 기침소리가 살고 있어야
제 맛이다
고달픈 삶을 기워 짜놓은 자리만큼
질기지만 위태롭던
아버지의 등
소리에도 틀이 있다
세월의 강물에 다 쓸려가 아득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가두어놓은
그리운 것들은 다 소리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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