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시/제7시집 2023. 3. 19. 08:24

봄날은 간다

 

 

절규처럼

홍매화가 피었습니다

익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시들어가는 당신

지난겨울

봄이 오지 않아도 좋다고

세월의 고삐를

소망의 문고리에 굳게 매어 놓았는데

어김없이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향기 따라 봄날이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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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마중

시/제7시집 2023. 3. 9. 19:27

삼월 마중

 

 

산다는 건 추운 일이다

 

아직 예순도 다 저물지 않았는데

당신의 가을엔 일찍 눈이 내렸다

 

사방으로 쪼그라든 당신의

영혼을 보니

우리가 걸어온 길들이 지워지고 있었다

 

아직 내 청춘의 푸른 설렘은

나비인양 파닥거리는데

당신은 그만 어깨동무를 풀려하는가

 

동백이 피면 겨울을 건너뛸까

아침마다 아리셉트를 챙겨 먹이며

삼월을 마중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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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픈 날을 감싸주라고

카테고리 없음 2023. 3. 4. 17:29

당신의 아픈 날을 감싸주라고

 

 

귀뚜라미 소리가 깨워서

문득 눈을 떴습니다

세월의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와

당신의 잠든 얼굴에 눈물을 떨구게 합니다

영혼은 아이 때로 돌아갔지만

자글자글 주름에

멍투성이 수선화 같은 당신

꽃피던 날에는

당신의 아픔을 헤아릴 줄 몰랐습니다

겨릅대처럼 바싹 마른 다리에

이불을 덮어주면서

당신의 아픈 날을 감싸주라고

내가 태어났나 봅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