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는 노래

시/제7시집 2023. 11. 17. 09:40

묻히는 노래

 

 

철모르는 철쭉꽃이

눈보라를 맞고 있다

 

새빨간 절규가 눈에 묻힌다

 

덧없이 피었다 지는

내  노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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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파는 찻집

시/제7시집 2023. 11. 13. 21:51

행복을 파는 찻집

 

 

심각한 인생사도 저녁나절 안개와 같다

 

차 한 잔 마시고

창밖 산기슭 바라보니

 

가득 차서

텅 비어버린 풍경화 한 폭

 

입안에 고이는 차향이 단풍을 닮아

무지개 빛깔로 현란하다

 

얽힌 매듭처럼 풀리지 않던 사랑도

갓 잣은 실처럼

가지런해지는 찻집

 

세사의 근심들도 행복으로

말갛게 우러나는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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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의 북소리

시/제7시집 2023. 10. 26. 20:14

명량의 북소리

 

 

울돌목에 나가 바다를 살포시 안아보아라

반천 년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북소리

가슴에 단심丹心이 화인火印처럼 찍혀있는

진도 사람들은 알리라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지 못한 충무공의 염원이

울돌목 북소리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진도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숨을 쉬듯이

저 소리를 마시며 자랐기에

나라 사랑의 마음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진도 사람들 피는 진달래 꽃빛이다

나라가 불의로 덮여있을 때 명량의 북소리로 일어서서

해일처럼 온 나라를 쓸어내는 저 간절한 의지

진도 사람들 목소리엔 천둥이 들어있다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의 정수리에

벼락을 내리치는 강렬한 용기

황토마을 사람 중에 나라 사랑의 빛깔이 더 붉어서

충무공의 큰 칼이 오래 입은 옷처럼 편한 진도 사람들

진도에 살아서 진도 사람이 아니다

타지에 나가서도 혈맥을 통해 명량의 북소리가 울려오니까

진도 사람이다

명량의 북소리가 첨찰산 상봉에 닿아 봄이면 동백꽃 향기

피어오르는 것을 멀리서도 그리워하니 진도 사람이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