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가을

항구의 가을

 

 

전어 굽는 냄새로 온다.

항구의 가을

멀리 바다까지 마중 나와서

기어이 소주 몇 병 마시게 한다.

 

빈 배로 돌아온 어부들이

가을에 취해 목로주점에 모여들면

안주로 씹어대는 건 이상 기온

 

해수 온도가 올라가

오징어 보기가 임금님 보기보다

어렵단다.

 

밤새도록 허탕을 친 어부들이

어둔 밤바다에

소망을 묻으려할 때

 

마누라 잔소리 같이 정겨운 가을은

서릿발 돋친 마음마다

색동옷을 걸쳐준다.

 

 

posted by 청라

황해黃海

황해黃海

 

 

저 빛깔은

타이항산맥의 피부 빛을 닮았을 것이다.

 

신시도에서 고깃배를 타고 선유도로 가다가 느낀

고달픔의 질감

나는 노새를 타고 황토 고개를 오르는 사람들과

갯냄새로 염장鹽藏된 어민들의 오래 묵은 아픔을 생각했다.

 

삶이 이리 탁하고 막막한 것은

황하가 끊임없이 토해내는

각혈咯血 때문이다.

 

산둥성 해안가에 늘어선

공장들처럼

쉬지 않고 쏟아내는 대륙의 피고름

 

자정自淨의 시계소리 멈춘

황해黃海의 하늘

공동묘지처럼 적막하게 해가 지고 있었다.

 

posted by 청라

미라가 된 바다

미라가 된 바다

 

방조제들이 쇠사슬처럼

바다의 자유를 결박結縛하고 있다.

폐경기의 달거리 빛으로

바다는 노을을 베고 잠들어 있다.

방조제 밖의 물들은 까치발 서서

안쪽의 물들을 보며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지만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소망들이

조금씩 수척해지며

미라가 된 바다.

숨죽은 물결 소리 깨어진 칼날이 되어

새만금의 일몰日沒을 찢고 있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