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천국

그 사람의 천국

 

 

그 늙은 어부는 갯벌에다가

마음의 천국을 지었다.

 

갯벌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게며 꼬막이며 세발낙지가

뻘밭에 빠져들게 한다.

 

먼저 간 아내는

얼굴마저 흐릿해지고

자식들은 영혼의 거리가

남보다 더 멀어지고

 

그 어부가 트롯보다 즐겨 듣는 노래는

썰물 빠지는 소리

 

사릿날 만삭의 몸 푼 그 사람의 천국

훤히 몸 안을 개방하면

어망 하나에 갯삽 하나 들고 가

삶의 아픔을 말갛게 씻고 돌아온다.

posted by 청라

바다를 닦아내다

바다를 닦아내다

 

 

갯바위들이 기름을 뒤집어쓴 채

박제剝製처럼 정지해 있다.

끓여낸 해물 탕 속의 식재료들처럼

게도 조개도 갈매기마저

검은 타르의 국물 속에 건더기로 떠있다.

방제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마스크에

장화를 신은 채

사람들은 졸도해있는 바다 곁으로 다가섰다.

끊어진 빨랫줄처럼 해안선이

바람에 출렁거릴 때

사람들은 바다의 절망을 퍼내 자루에 담고

한숨의 찌꺼기를 긁어내었다.

수평선이 푸르게 일어설 때까지

기도祈禱의 걸레로

바다를 닦고 또 닦아내었다.

먼 바다의 바람도 잊지 않고 달려와

새 숨을 나눠줬다.

말기 암 노인처럼 누워있던 바다가

저녁놀에 기대어

봄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posted by 청라

만선滿船

만선滿船

 

 

엊그제 통통배 타고 바다에 나가

부유浮游하는 대양의 상처를 건져

만선滿船으로 돌아왔다. 

바다의 숨소리가 편안해졌다.

한사코 개화開花를 망설이던 해당화도

오늘아침 방긋 웃음 한 송이 피웠다. 

고깃배에 가득

플라스틱이며 비닐봉지를 채운 후

흐뭇하게 웃는 아비를 보고

아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바다를 푸르게 전해주려는

아비의 애타는 마음 알기나 할까. 

만선滿船의 노을 날개 아래로

약간 기울었던 지구의 밸런스가

바로잡히고

갈매기 노랫소리에 윤기가 묻어난다. 

아직도 칭얼대는 미역들 어린 새순에게

격려激勵의 박수처럼

해당화 향기를 띄워 보낸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