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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라가 된 바다
방조제들이 쇠사슬처럼
바다의 자유를 결박結縛하고 있다.
폐경기의 달거리 빛으로
바다는 노을을 베고 잠들어 있다.
방조제 밖의 물들은 까치발 서서
안쪽의 물들을 보며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지만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소망들이
조금씩 수척해지며
미라가 된 바다.
숨죽은 물결 소리 깨어진 칼날이 되어
새만금의 일몰日沒을 찢고 있었다.
글
바다는 온몸이 아프다
바다의 웃음 속엔 가시가 있다.
수만 년 동안 사람과 함께 해온 어깨동무를 풀고 있다.
후쿠시마라던가, 방사능의 촉수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와 바다에 멍에를 씌우고, 아프게 하고, 결국은 결별訣別의 손을 흔들게 만든 곳
산리쿠 앞바다는 지금도 죽고 있다.
갈매기들도 악을 쓰고 울지만 마음 놓고 울 힘이 없다.
허리 휜 물고기들이 정상定常으로 보이는 바다, 사람들을 믿었다가 불치의 병을 얻은 바다
바다는 지금 꿈틀거리며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글
대왕거북이의 노래
오래 산다는 것은
큰 산 하나 등에 지는 일이다,
세월의 무게만큼
더 무거워진 산은
등껍질에 굳은살을 옹이처럼 박아놓는다.
어제까지 학처럼 고고하게
춤추던 바다
어둠에서도 빛이 나던 심해深海의 평화여!
어떤 것은 싹을 틔워
노래가 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은 꽃을 피워 사랑이 되는 것도 있다.
노래도 사랑도 되지 못하고
단단한 물의 방어력을 허물고 들어와
상어처럼 억 년의 고요를 물어뜯는
인간의 붉은 손자국
비닐봉지는 투라치 되어
유유하게 선회하는 날개를 달고
플라스틱 병들은 뱀파이어 오징어처럼
파란 눈을 번득이며 자연의 균형을 허물고 있다.
대왕거북이 일생은 물거품처럼 부서지고
흥얼흥얼 입가에 꽃으로 피었던 노래
울음으로 시들었다.
천 년을 산다는 것은
우주만한 형벌 하나 가슴에 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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