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감동이다

바다는 감동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그냥 탁 트이는 게

무엇이 있을까

귀 기울이지 않아도 모든 근심 씻어주는

노래를 가진 게 무엇이 있을까

 

바다는 감동이다.

 

곁에 서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나고

소리를 지르고 싶고

끊임없이 박수를 치고 싶다.

 

사랑을 잃었을 때, 소망이 사라졌을 때

아아, 그래서

세상이 막막할 때 찾아가면 가슴을 열어 안아주고

나직한 속삭임으로 위로를 보내주는 게 바다다.

 

바다여, 바다여!

네 모습 목이 말라 달려가다가 산마루에서 흐릿하게

보이기만 하면

나는 그냥 그 자리에서 목이 멘다.

 

먼 곳에서도 너는 소리로 온다.

돌담을 지나면 해당화 꽃이 피어있고

바닷가 절벽 소나무 가지에 걸린 갈매기 노래

바다여, 너는 가슴으로 온다.

 

내 인생에서 꽃다발을 받을

기쁜 날이 온다면

제일 먼저 안아주고 싶은 건 바로

바다이다.

 

 

 

 

 

posted by 청라

완장

완장

 

 

아무도 내게

완장을 채워주는 사람이 없다.

가슴 속에 꽃 한 송이 피우듯

내 스스로 만든 예쁜 완장 하나 차고

바다의 노래가 늘 푸르게 살아있도록

바다를 지킨다.

새벽에 해변에 나가 보면

오늘도 파도는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인간들이 버린 삶의 껍질이

콜레스테롤처럼 바다의 혈관을 막고 있다.

저렇게 사는 것도 길이 되는가.

바다를 버리면 바다의 분노가

인간의 삶을

해일로 덮어버린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바다의 몸이 너무 커서

내가 닦아주는 곳이 바다의 손톱 또는

머리카락 한 올일지라도

나는 오늘 페트 병 하나라도

건져 올리고

작은 상처라도 싸매주면서

바다의 흥타령이 온 바다에 울려 퍼지도록

기도한다.

완장을 다시 한 번 바르게 차며

 

 

 

 

posted by 청라

답청절 파도를 밟다

답청절 파도를 밟다

 

 

속도를 올린다. 방파제를 차고

바람에 흔들리는 수평선을 향해

파도야 누워라 대장님 나가신다.

뱃머리 내려앉는 햇살에

봄은 무르익고

긴 해안선마다 산 벚꽃 그림자를

가득 담았다.

 

준비한 거라야

소주 됫병에 된장 한 종지

가슴 가득 담고 온 설렘 한 단지

점심은 해삼 전복 건져

소주잔으로 때우고

저녁엔 황혼을 딛고 돌아오면 되지

 

답청절 풀을 밟듯 파도 밟고 들어가

화전을 부치듯 패전을 부쳐

부어라 마셔라 흥을 돋우면

웃음소리 뱃전에 부딪쳐 노래가 되어

갈매기도 날아가다 날개 쉬고 듣는다.

 

서먹서먹했던 이웃도 다

어깨동무 되어

황혼이 융단처럼 깔린 파도 밟고 돌아오면

올해도 우리 마을엔

바다가 불러서 가는 사람 없으리.

배마다 만선의 노래 가득 싣고 돌아오리.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