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부산항

 

 

오륙도五六島가 보이면

부산항에 다 온 거다.

 

동백섬엔 꽃이 졌어도

동백꽃 향기는 남아

 

짭조름한 갯냄새 뚫고

취나물 향기처럼 마음 적셔오는

고국故國의 산들,

 

갈매기도 경상도 사투리로

울어

가슴 설렌다.

 

언제나 부산항을

엄마의 자장가처럼 감싸 안았던

영도와 조도가

두 팔을 벌려 나를 반겨준다.

 

배에서 내려

부둣가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면

황천항해의 아픈 기억도

꿈결처럼 가라앉겠지.

 

입에 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곁에 있어도 언제나

그립고 그리운 그 이름은

부산항이다.

 

 

 

 

 

 

posted by 청라

카리브 해의 사랑

카리브 해의 사랑

 

 

소녀는

마야의 벽화 속에서 걸어 나와

전통춤을 추었다.

 

대서양의 수평선이 모두

춤 속으로 빨려들었다.

 

베고니아 꽃 피면

입술을 준다고 했지.

 

눈부신 햇살과

카리브 해의 바람이 키운

마호가니 빛깔의 설렘

 

쿠마나의 바다가 떠오르면

투명해서 더 안 보이던

소녀의 마음이 보일 듯도 하다.

 

 

 

 

posted by 청라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며

 

 

어제는 세비야에서

플라멩코의 불꽃같은 춤사위를 보고

오늘은 태극기 휘날리며

지브롤터 해협을 지난다.

스페인 함대들이 대서양으로 나가기 위해

나팔 불며 기세등등하게 지났을 이 해협을

우리 손으로 만든 배를 타고

허리 산맥처럼 펴고 지나간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북소리

우리는 이제

세계 어디에 굽히지 않아도 될 해양 강국

레반테 심술궂게 치고 지나가도

배 몇 대에 쩔쩔매는 약소국가가 아니다.

지브롤터의 바위산들이 험상궂게

근육을 드러내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가슴을 펴고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세계를 헤집고 다니면서도

저 펄럭이는 태극기 아래서는

두려운 게 없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