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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총성
경매사 종소리에 유리처럼 깨어지는 적막
공동어시장의 새벽이 열린다.
부서진 적막에는 날이 서 있다.
모두의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세월이 박힌 모자를 쓰고
중도매인들은 전쟁을 시작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것이 경매의 생명이다.
오고 가는 손가락 수신호 따라
울려오는 총성
인생은
조이는 맛이 있어야 짜릿한 거야.
바다의 주인이 정해지는 동안
사람들의 소망이 덧없이 피었다 지고
공동어시장 새벽은
광기가 해일처럼 넘실거린다.
서편에 걸린 그믐달도 총소리에 중독되어
못 넘어가고 있다.
글
저녁 바다
외로운 사람은
저녁 바다에 나가
바다의 품에 안겨 보아라.
황혼을 걸치고
배들이 들어오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세월 속에 까마득히 가라앉았던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을 수 있다.
파도의 푸른 노래가
가슴 속에 흥겨운 춤으로 살아올라
어느 날 갑자기
바다가 속삭이는 말을 알아들으면
당신은
모든 시름을 풀고
오롯이 해국海菊으로 피어날 수 있을 게다.
글
삼월
바람이 바다를 건너고 있다.
바람의 뒤꿈치에서
풍겨오는
유채꽃 향기
스러질 듯 스러질 듯
은빛 물결에 젖어든다.
봄 몸살로
딸꾹질하는 바다
놀 젖은 구름 한 조각
리본처럼 나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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