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친구

바다의 친구

 

 

산책할 때마다

몰티즈를 앞세우는 김 여사에게

진돗개도 셰퍼드도 다 쟤네들이듯

 

작은 동력선을 타고 바다로 나온

어부 엄 씨에게는

갈매기도 파도도 다 쟤네들이다.

 

바다에서 만나는 것들은

모두 자식이고 친구다.

 

평생을 괴롭혀온 폭풍도

못된 친구처럼 미워하다 정이 들어

한 몇 달 안 찾으면 궁금한데

 

이웃집에 마실가듯

불쑥불쑥 험한 길 찾아온다고

바다는 하루 종일 쫑알거린다.

 

사랑하는 것엔 죄가 없다.

바다와 어깨동무를 풀지 못하는

엄 씨는 피도 바다색이다.

 

 

 

 

 

 

 

 

posted by 청라

바다는 나를 염장鹽藏시킨다

 

 

바다와 사랑에 빠지면서

나는 사랑을 얻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겨울 바다처럼 삭막하던 얼굴에

동백꽃 향기 부드러운

웃음을 하나 장착裝着하게 되었다.

 

뒷골목처럼 어둡고 좁아터진 흉금胸襟

수평선만큼이나 넓혀 놓고

 

갈매기 노래 같이 달콤한 말과

파도의 근육보다 더 단단한 의지를

내 삶의 행보行步에 옮겨 심었다.

 

바다와의 사랑은 나를 염장鹽藏시켰다.

적당히 간이 배어

맛깔 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posted by 청라

돌아온 저녁

돌아온 저녁

 

 

뱃고동 울려라

내가 왔다.

 

어머니

된장국 냄새 같은

항구의 불빛

 

서둘러 마중 나온

초승달 웃음

 

대양 안을 만큼

가슴 찢어질 만큼

항구는 팔을 벌리고 있다.

 

 

posted by 청라